[이어산 칼럼](8)토요 詩 창작 강좌
[이어산 칼럼](8)토요 詩 창작 강좌
  • 뉴스N제주
  • 승인 2018.10.26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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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산 시인/평론가

■ 토요 시 창작 강좌(8)

□시의 첫 행 쓰기와 마무리 하기

이어산 시인/평론가
이어산 시인/평론가

시 쓰기의 첫 줄은 시인이 독자에게 악수를 청하는 일과 같다. 첫 행에서 독자의 관심을 끌지 못하면 그 시는 성공할 가능성이 낮아진다. 현대인은 마음이 바쁘고 할일도 많다.

휴대폰만 있어도 읽을거리와 재미있는 것이 많은데 지루한 설명조의 시라면 읽다가도 중단한다. 간결하고 암시적으로 관심을 끌만하거나 시와 관련이 있는 의미 있는 질문을 던져야 독자는 끌려온다.

첫 행부터 수사(꾸밈)가 지나치면 읽는 사람에게 거부감을 주게 된다. 될 수 있으면 시의 처음은 독자에게 궁금증과 생각할 거리를 던져 주는 작법이 좋다는 것이다.

산길을 걷다가 오줌이 마려워서
떡갈나무 밑에 ‘쉬’를 했다
철쭉꽃에 두 마리의 벌이 있었는데
한 마리도 내게 오지 않았다
내 고추에 당분이 없었나 보다
그게 섭섭했다
쉬하기 전에 내스카페 180ml를 마셨는데
그 껍데기에 이렇게 씌어 있는데도
벌이 오지 않았다
커피 함량 1.02%
설탕 7.73%
(중략)

여길 보면 분명 당분도 들어 있는데
벌이 오지 않았다
그 증거물로 나는 빈 캔을 가지고 있다
유통기간도 아직 멀었는데
오줌 줄기는 꽤 나갔는데
왜 벌이 오지 않았을까
내 유통기한은 언제까지인가
그래도 잘 흔들어 바지에 넣었다

- 이생진<유통기한 960514호>에서

시는 첫 행부터 독자의 궁금증을 잡아 둬야 성공한다. 시의 제목과 첫 행은 시의 밑그림을 그리는 것이므로 시에서는 제일 중요하다. 그러나 제목을 미리 정해놓고 쓰면 제목에 내용이 함몰되기 쉽다. 제목에도 궁금증을 주는 시 쓰기를 연습할 필요가 있다. 제목에서 내용이 드러나 버리면 실패한 시가 되기 때문이다.

제목에서도 “이게 뭐지?”라는 궁금증을 유발 시켜라. 첫 시작이 내가 알고 있는 진부한 내용이라면 독자는 재미없는 시로 치부하거나 읽기를 중단할 가능성이 많다. 그래서 필자는 시의 첫 행을 쓸 때 독자로 하여금 다음과 같은 생각이 들게 할 것을 권장한다.

△어 이거 맹랑한데?
△이게 뭐지?
△새로운 발상이야!

그러면서도 암시적이고 정서적인 여운을 남기는 마무리법이다.
다음의 마무리 법을 참고하기 바란다.

□시 마무리하기의 네 가지 유형

△독자의 몫을 없애버리거나 아주 적게 남기는 방법
△독자의 몫을 많이 남기는 방법
△시상의 전개가 완결된 느낌을 주는 방법
△전개될 무언가가 더 있을 것 같은 가능성을 열어두고 마무리 하는 방법

위 네 가지 가운데서 가장 초보적이고 안 좋은 형태가 1번, 독자의 몫을 없애버리거나 아주 적게 남기는 것이다. 2번은 독자의 몫을 많이 남기는 방법이다. 정서적 울림이 있다면 이 방법이 권장되겠지만 자칫 마무리가 덜된 시가 나올 가능성이 많다. 3번 방법으로 시를 마무리 하는 것도 시력이 약한 시인이나 아마추어시인들이 많이 사용한다.

시를 잘 쓰는 사람들은 대체로 4번의 방법으로 시를 마무리 한다. 이 형태로 마무리 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서 '열린 시'와 '닫힌 시'를 쓰는 능력의 차이가 드러난다.

정서적 파장이나 울림이 없는 시는 자기의 주장을 강요하거나 시적 정황과 정서를 다 말해 줘버려서 독자의 역할이 없어진 닫힌 시일 가능성이 많으므로 특히 유의할 일이다.

- 이어산 <생명 시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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