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산 칼럼](10)토요 詩 창작 강좌
[이어산 칼럼](10)토요 詩 창작 강좌
  • 뉴스N제주
  • 승인 2018.11.09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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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산 시인/평론가

■ 토요 詩 창작 강좌(10)

□해물탕 끓이기와 시 쓰기

어어산 시인.평론가
어어산 시인.평론가

<토요 시 창작 강좌>

■ 해물탕 끓이기와 시 쓰기

모든 시인이 일류 시를 쓸 수 없고 모든 시가 명작이 될 수도 없다. 시를 잘 쓴다거나 못 쓴다는 평가도 사실은 매우 주관적이다. 수준 높은 작품이라는 것도 독자들이 이해하지 못하거나 감동이 느껴지지 않는 것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고 유치한 수준의 글이라도 어느 사람에겐 큰 감동을 줄 수도 있다.

결국 시는 읽어내는 독자에 의해서 평가를 받는 것이다. 따라서 좋은 시나 좋은 시인은 좋은 독자가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래서 〈생명 시 운동)은 시를 읽어내는 능력을 기르는 운동이요 시를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는 공부이며 자기만의 색깔을 드러내는 별이 되는 연습이다.

시를 잘 쓴다면 좋겠지만 시가 좀 서툴어도 실망할 일이 전혀 아니다. 시 잘 쓰지 못한다고 잡혀갈 일은 없다. 또한 시를 잘 쓰면 모든 것이 용납되는 시대는 더더욱 아니다.

공부 잘하면 인성이 어떻든 용납 된다면 머리 좋은 싸이코패스나 시로 치장한 불한당이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듯이 시인이라는 이름은 가졌어도 사람답지 않다면 그의 시가 아무리 좋아도 그 시는 쓰레기일 뿐이다. 시 기술자, 시 노동자를 감싸고도는 시단을 향해 필자는 사람다운 시인, 그런 시인을 알아보는 독자가 먼저 되자는 운동의 깃발을 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함부로 사람을 판단할 수는 없다. 사람의 일생을 한 부분을 토막 쳐서 판단하는 것처럼 위험한 일이 없기에 그렇다. 그래서 우리는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겸손한 자세와 분위기에 휩쓸려 쉽게 흔들리지 않는 끈기, 사람을 사랑하는 살아있는 시를 쓰는 방법을 공부하자는 것이다.


   도마는 칼날을 받아냈다
   벌써 십 년을 해 온 일이다
   대부분 죽은 것들이 도마를 거쳐 갈 때마다
   칼자국이 남았다 시체를 동강내는 칼날 밑에서
   도마는 등을 받쳐주었다
   도마의 등뼈에 수없이 파인 골짜기
   핏기가 스몄다
   시체들의 찌꺼기가 파묻힌 자리에선
   아무리 씻어도 냄새가 났다
   도마는 칼날에 잘리는 시체들의 마지막 생의 향기를 안다
   생을 마감할 때 잠시 미끄러져 달아나려했던 두려움을 안다
   시체들을 통과한 칼날을 받아내며 살아가는 도마
   죽음을 섭생하고는 빽빽하게 영생불사의 날짜를 새겨놓는다
   도마는 죽지 않는다

   - 윤의섭, <도마> 전문


위 시는 필자가 발행하는 시 전문 계간지 <시와편견>의 공동주간인 윤의섭 시인(대전대학교 교수)의 시인데 묘사시와 진술시의 절묘한 조화를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서 묘사와 진술이라는 시짓기의 핵심을 다시 언급한다.

현대시에서 묘사와 진술은 두 개의 핵심 기둥이다. 두 개의 기둥 중 하나 만으로는 엄밀한 의미에서 시로 승화하기 어렵다. 묘사는 재료라면 진술은 조리를 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해물탕 끓이기에 비유하자면 재료가 아무리 싱싱하고 좋다고 할지라도 요리하지 않으면 해물탕이 되지 않는다. ‘진술’이라는 요리법으로 요리를 해야 한다. 여기에는 암시적인 현상, 즉 은유(隱喩)와 환유(換喩)라는 맛내기 솜씨가 들어가야 비로소 제대로 된 시가 탄생한다.

은유는 한 사물을 다른 관점에서 말하는 것이라면 환유는 하나의 대상을 그 대상과 관련 있는 다른 대상으로써 말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을 제대로 알고 시를 쓴다면 현대시의 작법을 거의 익혔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하다.

시를 발표하는 시인들의 글을 보면 본대로 느낀대로 묘사만 잔뜩 해 놓은 시가 의외로 많다. 이렇게 대상을 설명하는데 머문 시는 시 이전의 시, 즉 비시(非詩)가 될 가능성이 많다. 진술을 꼭 넣기 바란다.

다의적(多意的)인 자신의 철학, 그것이 진술이며 현대시가 요구하는 시인의 마음을 숨겨놓는 공간이고 독자가 시를 읽는다는 것은 그 새로운 해석을 읽다가 중첩적 의미를 발견하여 공감하고 감동 하는 일이기에 더욱 그렇다.

- 이어산, <생명 시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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