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산 칼럼](17)토요 詩 창작 강좌
[이어산 칼럼](17)토요 詩 창작 강좌
  • 뉴스N제주
  • 승인 2018.12.29 01:13
  • 댓글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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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산 시인. 평론가

■ 토요 시 창작 강좌>

□시의 눈, 상징과 알레고리

이어산 시인
이어산 시인

모든 예술작품은 작가의 깊은 생각이나 느낌을 주관적인 시각으로 현현화(顯現化)하는 작업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지향하는바가 무엇인가다.

설계도 없이 함부로 집을 지을 수 없듯 지향하는 목표가 없이 마음 내키는 대로 아무렇게나 작품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시도 그렇다. 시의 눈을 통해 나를 되돌아보고 세상을 새롭게 보는 작업이 시 짓기다.

이런 의미에서 시에 눈을 단다는 것읏 시적 대상을 제대로 보는 일이고 시가 또한 나를, 세상을 바라보게 하는 일이다. 이것은 개인적 상징과 연결 되는데 우선 다음의 시를 보자.

   꽃잎 속에 감싸인 황금벌레가
   몸 오그리고 예쁘게
   잠들 듯이

   동짓날 서산 위에
   삐죽삐죽 솟은 설악산 위에
   꼬부려 누운

   초승달

   산이 한 송이 꽃이구나
   지금 세상 전체가
   아름다운 순간을 받드는
   화엄의 손이구나

      - 이성선<한 꽃송이> 전문

위 시는 시에 눈을 달았다. 이 눈은 세상 전체가 아름다움을 받드는 "화엄의 손"이라는 절대 깨달음의 세계를 본 것이다. 설악산을 현상으로서 바라본 것이 아니라 가치지향적인 내면세계를 마음의 눈으로 본 것이다.

이처럼 시적 대상을 절실하게 보고 축약해서 보고 구체적인 음영(陰影), 즉 내면 세계를 볼 수 있어야 시에 눈을 제대로 단 것이다.

다음은 ‘눈 내리는 오후’라는 제목의 글인데 시의 눈이 달린 것과 달리지 않은 것을 비교해 보자.

   눈은 하늘에서 펑펑 내리는데
   나무에 눈은 쌓이고
   미풍은 나무를 흔드는 오후

위 글은 시로 성장하지 못한 현상의 직접적 설명이므로 산문이다. 이렇게 직설적이거나 사람들이 느끼는 보편적인 글은 시가 아니다. 시의 눈이 달리지 않은 것이다.

   하늘 친구들이 와와 내려와
   나무에 간지름을 태우자
   자지러지게 오후가 웃는데

이렇게 써놓으면 현상 뒤의 모습을 이미지로 연결한 것이므로 훨씬 시적인 것이 된다.

돈이나 훈장, 졸업장, 도로의 표지판이나 중앙선 등 ‘기호화된 상징’까지 합하면 인간의 삶이라는 게 상징의 숲속에서 헤엄치는 물고기 같은 존재다. 독일의 철학자 카시러(Ernst Cassirer)는 인간을 ‘상징적 동물’이라고 규정지은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가 표현하는 모든 말도 상징이다. 시란 그 언어의 상징성을 이용하여 새롭고도 독창적인 상징을 만들어내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때 상징은 그것과 연결되는 추리적 속성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대나무’는 곧으면서도 사철 푸른 속성 때문에 ‘선비의 절개’ 라는 상징을 거느리고 있다.

‘대나무’를 원관념(Tenor)의 T라 했을 때 ‘선비의 절개’라는 해석은 보조관념(Vehicle)의 V에 해당한다. ‘아기는 천사다’라는 표현도 ‘아기’라는 T가 ‘천사’라는 V와 결합된 은유이다. 그러나 시에서의 상징은 1:1이 아니라 1:다(多)다. 인간사가 그렇듯 복잡 미묘한 것이 사람의 감정인데 한 가지로만 해석되지는 않는다.

시는 T를 보여주고 V의 가장 독특한 면을 발견하거나 T와V를 연합하여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 독자에게 보고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이제 상징과 알레고리의 차이점을 살펴보자.

우선 상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개인적 상징(private symbol)과 대중적 상징(public symbol)이다. 개인적 상징은 위에서 말한바와 같이 독창성이 있는 것인데 반해 대중적 상징은 그 의미가 사회적으로 공인되거나 습관적으로 생각 되어지는 것을 말한다.

즉, 소나무ㅡ절개, 비둘기ㅡ평화, 십자가ㅡ기독교, 연꽃ㅡ불교, 아침 해ㅡ희망 같은 것이다. 그러나 대중적 상징은 이미 많이 알려져서 독창성이 없는 것들이다. 그러므로 시를 쓸 때에는 할 수만 있다면 개인적 상징으로 쓰는 것이 살아있는 시가 되게하는 방법이다.

알레고리(allegorein)라는 개념은 상징과 함께 쓰이는 표현장치다. 어떤 생각이나 사실을 직접 표현하지 않고 다른 대상에 빗대어 풍자적, 암시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알레고리'라고 하는데 우리말로는 우의(寓意) 또는 풍유(諷諭)라고 한다.

알레고리란 단어의 어원은 일반적인 용례보다 더 넓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비록 다른 수사학적인 개념들과 유사하지만, 알레고리는 그 상세함에서 은유보다 길게 지속되고 더 충만한 의미를 담고 있으며, 유추가 이성이나 논리에 호소하는 데 반해 알레고리는 상상에 호소한다.

우화는 하나의 명확한 교훈을 가진 짧은 알레고리로 들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은유가 단어나 문장에 사용되는 개념이라고 한다면 알레고리는 우화처럼 이야기 전체 등으로 훨씬 큰 범위를 지닌 개념이라고 할 수있다.

-. 이어산. <생명시 운동>
시공부 연락처 :(064)900-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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