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산 칼럼](7)토요 詩 창작 강좌
[이어산 칼럼](7)토요 詩 창작 강좌
  • 뉴스N제주
  • 승인 2018.10.19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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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산 시인/평론가

■이어산 토요 시 강좌(7)

□내가 쓴 시와 잘 쓴 시 비교

이어산 시인/평론가
이어산 시인/평론가

시를 쓰다보면 가끔 이해가 안 되는 일이 있다. 내가 쓴 시나 유명 시인이 썼다는 그 시와의 차이가 별로 없어 보이는데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유명 시인의 시는 잘 썼다고 하면서 나의 시에는 고칠 곳이 많다는 지적을 한다. 내가 볼 때 나의 시도 꽤 괜찮은데 도대체 무엇이 문제란 말인가?

아마추어 시인의 시가 잘 안 되는 결정적 이유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시에 뼈가 없는 경우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시에 뼈가 없다니?!" 그렇다. 있어야할 뼈는 없고 없어도 될 말은 많다. 말이 많다는 것은 시를 설명하는 것이다. 제목에 함몰되어 제목과 연관되는 글을 쓰려고 애를 쓴다.

그러지 않아도 된다. 습작 기간에는 시의 제목이 내용에 등장하지 않도록 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그래야 이미지가 살아난다. 그리고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라는 글은 산문이다. 산문은 가지가 무성한 나무라면 시는 상징적인 뼈를 보여주는 나무다.

즉 그 나무의 모양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그 나무와 연결되는 상상력(이미지)을 자극하는 방법이다. 시어 하나하나가 갖는 힘이 있으면 그야말로 튼튼한 시가 된다. 시가 짧든, 길든 간에 그 시에 ‘새로운 이미지‘라는 뼈대가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가 잘 쓴 시와 못 쓴 시를 가른다.


똥차가 오니 골목에
생기가 확, 돕니다
비닐봉지에 담겨
골목길 올라왔던 갖가지 먹을 것들의 냄새가
시공을 초월 한통속이 되어 하산길 오르니

마냥 무료하던 길에
냄새의 끝, 구린내 가득하여

대파 단을 든 아줌마가 코를 움켜쥐고 뜁니다
숨참은 아이가 숨차게 달려갑니다
부르르 몸떨며 식사중인 똥차의 긴 호수 입 터질까
조심, 목욕하고 올라오던 처녀가 전봇대와 몸 부딪쳐
비눗갑 줍느라 허둥대는
살내음

라일락꽃에 걸쳐있던 코들도 우르르 쏟아지고 말아

- 함민복, <금호동의 봄>전문

위 시는 영화를 보듯 생생한 느낌이 온다. 소소하고 무료한 일상을 구도화 하여 진동하는 구린내를 봄의 생기발랄함과 연결시키는 이 기막힌 아이러니! 시인은 금호동의 봄을 설명하지 않으면서 겨울이 지나고 봄이 돼야 오는 똥차와 이미지로 연결시키고 있다.

그러면서 가난한 이들에 대한 눈길이 따뜻하다. 미사여구나 버릴 말이 없으므로 이 시는 단단하다. 시의 언어가 특별한 천상의 언어는 아니다. 우리의 일상에서 사용하는 구어(口語)이다. 그 단어들도 하나씩 떼어놓고 보면 색채가 별로 없는 평범한 것이지만 그것을 조합하여 입체화 시키는 작업, 즉 새로운 이미지를 창출 하는 것이 시 쓰기이다.

시를 멀리서 찾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에서 지극히 작은 현상이나 대상을 새로운 해석으로 보는 것이다. 엉뚱하게 생각하고 뒤집어 생각하고 거꾸로 생각하고 도치법으로 배열해 보는 틀을 깨는 연습이 신인에겐 꼭 필요한 덕목이다. 이 ‘새로운 해석’이 있느냐 없느냐가 좋은 시와 그렇지 못한 시를 가르는 결정적 요인이다.

하늘에서 뚝 떨어진 시인은 없다. 깊은 고뇌와 시간의 투자 없이 쉽게 시가 된다면 얼마나 좋으랴 마는 시를 쓰는 일은 산고의 고통을 감내 해야 한다는 말이 실감 날 때가 있다.

그만큼 땀과 정성과 시간과 눈물까지도 쏟아 부어야만 하는 일이기에 더욱 그렇다. 그런 노력 없이 시인이 되려는 것은 임신한지 한두 달 만에 이목구비가 뚜렷한 튼튼한 아이를 낳겠다는 욕심과도 같다.

- 이어산, <생명 시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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