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주 칼럼](60)동화로 만나는 남북한 전래놀이 ... 제기차기②
[장영주 칼럼](60)동화로 만나는 남북한 전래놀이 ... 제기차기②
  • 뉴스N제주
  • 승인 2022.04.03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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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주 한국해양아동문화연구소장
공무원대한민국최고기록(기네스북·400여권·종이전자오디오책 중복있음)
통일교육위원·남북교육교류위원회위원·민통제주협의회부회장·평통자문위원 지냄
교육학박사·명예문학박사·아동문학가·문학평론가·사진작가
장영주 작가
장영주 작가

□ 동화/척척 제기차기

장영주, 전래놀이에서 마사지

앞으로 체육 선생님을 ‘샌님’이라 부르기로 하였다.

만날 체육 선생님이라 부르려니 영 딱딱하다.

여자 선생님인데….

샌님은 우리더러 가위랑 비닐이랑 옛날 엽전 가져오랬다.

주영인 집 안 구석구석을 뒤져 비닐이랑 가위를 찾아 책가방에 넣었다.

엽전은 그냥 손에 들고 가다가 잃고 말았다.

요놈의 손이 건망증이지 언제 흘렸는지 누가 주워 가 버렸는지도 모르니 원….

준비물을 빠트려 할 수 없이 단골로 들리는 문방구가 눈앞에 보이면 땡 종소리 맞춰 주영인 제 책상에 정확히 앉는다.

어? 없잖아.’

주영인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얼빠진 체 멍하니 있었다.

쌩.

뭔가가 나의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분필이었다.

담임 선생님이 주영이를 향해 정확히 3cm짜리 분필을 던졌다.

누구야?

주영인 모른 척 소리쳤다.

너 지금 무슨 생각을 하냐?

주영인 할 말이 없었다.

담임 선생님의 족집게는 당할 수가 없다.

실은 주영인 지영이 생각을 하고 있었다.

우리는 자율 청소를 한다.

누구누구는 어디 어디를 청소하고 자기 스스로 OX 표하고 집에 가면 이튿날 O가 X로 바뀐 사람만 남아서 청소한다.

스스로 평가가 잘못되었다나?

그러니 청소시간만큼은 귀신들이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자기 맡은 구역을 청소하면 그냥 집에 간다.

근데 어제 청소시간에는 아무도 없었다.

주영이 혼자 청소를 하고 있었다.

그때 어디선가 나타난 천사, 사랑, 희망의 메신저 지영이가 뭔가를 주더니 잽싸게 교실을 빠져나갔다.

그건 커플링 반지였다.

우리 반에는 커플링 반지를 낀 아이가 한 쌍 있다.

모두 부러워한다.

주영도 솔직히 그렇다.

그걸 보고 담임 선생님은 웃었다.

잘 들어. 요즘 멍하니 딴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커플링 반지가 어떻고 커플링 귀걸이까지 등장했다며? 하지만 좀 있으면 방학이라 빨리 교과서 마쳐야 하니 정신 차리고 공부해. 만날 통지표에 노력이 필요함이란 말 쓰게 말구.

그랬다.

주영인 왜 이러는지 모른다.

통지표에 ‘참 잘했어요’란 글자는 눈을 비비고 보고 또 봐도 보이질 않는다.

담임 선생님도 계절을 탄다.

통지표 만드느라 “알아서 책 읽어”라는 소리도 가끔 한다.

그러다 보니 커플링 웅이와 지혜는 속닥이고 주영인 멀거니 지영이만 바라보는 바보 같은 사나이가 되었다.

지난달에는 개교기념일이 있고 해서 하루 노니 그냥 좋았는데 요즘 들어선 아이들도 공부하는 데 진절머리가 난 모양이다.

주영인 지겨운 하루를 보내고 있다.

도통 시간이 흘러가지 않으니 말이다.

방학은 주먹 잡았다 펼 만큼 흘러야 오고 마음먹고 책이라도 읽을라치면 책장에는 지영이 얼굴만 아른거려서 가까이하기에 너무 먼 당신이었다.

어제 청소시간의 그 황홀함이란….

주영인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발걸음을 옮길 수가 없었다.

찡하게 다가오는 지영이의 숨결 소리만 들렸다.

아이들이 몇 명 우르르 달려 왔다가 이 눈치 저 눈치 보며 자기 이름 아래 O 표하고는 쏜살같이 사라졌지만, 내일 아침이면 스스로 후회할걸.

담임 선생님은 애들이 청소 안 하고 싶긴 끌다 도망친 걸 모를 리 없다.

에구, 바보들아.

그러니 눈치가 빨라야 해.

아니 눈치뿐이랴?

코치, 귀치, 배꼽치, 팔치 등등 알 건 알아야 된다구.

그런데 주영인 그 함정에 빠지고 말았다.

지영이가 준 커플링 반지 꼼지락거린다.

그래도 주영인 좋아했다.

까짓 욕이야 왼쪽 귀로 들어 오른쪽 귀로 내 보내면 그만이다.

눈꺼풀이 쇠가죽인지 아주 무겁다.

요즘 날씨는 더워서 밖에 나가 놀기도 싫다.

6교시가 되었다.

아이들은 모두 체육관으로 갔다.

자, 준비물은 다 가져 왔겠지?

준비물?

주영인 그때서야 엽전을 잃어버린 걸 생각해 냈다.

오늘은 제기 만들기를 하겠어요.

샌님은 제기 만드는 것을 설명해 주었다.

제기는 문구점에서 살 수도 있지만 직접 만들어보면 훨씬 더 재미있다 했다.

먼저 가운데 구멍이 뚫린 동그란 엽전이 있어야 한다.

그 엽전을 얇고 질긴 비닐로 감싼 다음에 비닐을 가늘게 가위로 자르고 잘라진 비닐을 헝겊으로 감싸 묶으면 제기가 완성된다나?

누가 가늘고 길게 비닐을 잘 자르느냐에 따라 제기가 좋고 나쁘다나?

제기차기는 친구들과 여럿이 같이 하면 더욱 재미있는데 제기가 땅에 떨어지지 않게 많이 차는 친구가 이기는 놀이라 했다.

제기차기는 우리 고유의 전래놀이입니다. 여러분들도 열심히 제기차기를 해 봐요. 선생님은 한꺼번에 백 번은 찰 수 있거든. 그 정도야.

샌님의 백 번이란 말에 아이들은 모두 ‘에이’ 하는 야유 아닌 ‘환호성’을 질렀다.

샌님은 백 번 가능할까?

제기는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놀이를 하는 거죠.

샌님의 설명은 아이들의 더위를 한꺼번에 날려 버리고 말았다.

제기차기는 발 들고 차기가 있는데 한쪽 발이 땅에 닿지 않고 공중에서만 차는 것을 말한다.

양발차기는 양쪽 발로 번갈아가면서 제기를 차는 것이다.

외발차기는 제기를 한쪽 발로만 차는 놀이를 말한다는데….

아이들은 재미있게 제기를 만들었다.

어느새 6교시가 훌쩍 지나고 종례시간이 되었다.

주영인 지영이를 바라봤다.

지영이의 생각을 알고 싶었다.

지영인 반장이다.

아이들이 우왕좌왕하며 결정을 못할 땐 반장인 지영이가 늘 결정했다.

그 만큼 지영인 똑똑했다.

사실 요즘 우리학교는 잘 나간다.

지난번에는 전국 동시 짓기 대회에서 대상을 받아 상품으로 컴퓨터를 받았다.

전교생에게 녹차 한 상자씩 상품으로 주었다.

녹차 한 상자 들고 집에 가는 날 아이들은 잘도 웃었다.

그 씁쓸한 녹차를 어찌 먹겠는가?

부모님께 효도할 찬스를 걷어 찼으니 말이다.

그냥 친구끼리 가위바위보해서 이긴 사람에게 몽땅 주고 말았다.

에구, 지금 생각하니 그 바보들, 아이들은 집에 가서 이 일을 이실직고했다가 엄마에게 중상쯤 되는 욕을 얻어먹었을 걸.

얼마전에는 태권도 단체 우승이라나?

거기엔 나도 힘을 보탰다.

합주대회에서도 대상이라네.

거기엔 지영이 힘도 보탰다.

주영이가 무관심하게 지내는 동안 지영이가 합창대회에 나갔는데 대상을 받았다나?

조회 시간이다.

합창대회 대상 시상식을 하다 말고 교장 선생님 뭔가를 꺼낸다.

자, 여러분의 단결심을 시험해 보겠어요. 교장 선생님이 제기를 차면 천 명 여러분은 한 사람이 하는 것처럼 딱딱 맞춰 숫자를 세 보세요.

교장 선생님이 제기차기를 시작한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제기차기가 우리를 하나로 묶고 있었다.

상을 받은 지영이는 오른손으로 V자를 그리며, 의기양양하게 자기 자리로 돌아오고 있다.

지영이가 그린 V자 양 손가락 사이로, 하늘이 유난히 파랗게 보였다.

‘어? 커플링!’

집에 가는 길이다.

“에이, 심심해.”

주영인 죄 없는 돌멩이를 걷어찬다.

오늘따라 아이들이 하나도 없다.

“젠장.”

주영인 벌레 씹은 얼굴을 했다.

인상을 쓰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귀신에게 홀렸나?”

갑자기 온몸이 오싹해짐을 느꼈다.

머리끝이 삐쭉 올라갔다.

얼굴에 땀이 송송 솟았다.

주영인 달렸다.

매일 다니던 골목인데도 뭔가 튀어나올 것 같았다.

으스스한 기분 때문이다.

‘아니? 저것들이?’

주영이 눈이 빛났다.

동네 조무래기들이 모여 뭔가를 하고 있다.

“너희들 나를 따돌려?”

주영인 화를 냈다.

그러나 화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반가움의 표시였다.

다른 때 하고는 다른 목소리다.

“따돌리긴 누가 따돌려?”

석이가 나선다.

일을 꾸몄으니 수습을 해야 했다.

석이는 오늘 주영이를 따돌린 게 분명했다.

주영이가 없어야 자기가 대장 노릇 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영인 모른 척했다.

“뭐냐고?”

주영인 석이를 톡 쏘아붙였다.

아이들은 찔끔거린다.

“이거.”

민우가 뭔가 등 뒤에 감추었던 걸 내놓는다.

이상하게 생긴 것이다.

노란 실로 보드랍게 수염처럼 엮어 만든 것이다.

“뭐야?”

주영인 다시 윽박질렀다.

“제기.”

“뭐? 제기? 이런 제기도 있어?”

주영이 눈이 휘둥그레진다.

“이거 누구 거야?”

“석 이거.”

누군가가 개미 소리만큼 작은 소리를 낸다.

“에잉.”

예전 같으면 당장 돌멩이라도 들었을 텐데 오늘은 그렇지 않았다.

교장 선생님이 구령대에서 제기 차는 모습이 정말 멋있게 보였다.

샌님도 제기를 100번 찬다지 않는가?

‘나도 100번 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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