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주 칼럼](56)동화로 만나는 남북한 전래놀이...연띄우기④
[장영주 칼럼](56)동화로 만나는 남북한 전래놀이...연띄우기④
  • 뉴스N제주
  • 승인 2022.03.05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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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해양아동문화연구소장
공무원대한민국최고기록(기네스북·400여권·종이전자오디오책 중복있음)
통일교육위원·남북교육교류위원회위원·민통제주협의회부회장·평통자문위원 지냄
교육학박사·명예문학박사·아동문학가·문학평론가·사진작가

□ 제주에서 연 올리기

“연 올리기”는 “연 띄우기”란 말이다.

여기에서 연은 보통 “정연”과 “개오리연”등 두 가지가 띄워 지고 있음을 찾아볼 수 있다.

연 올리는 시기로는 대개 섣달에서부터 이듬해 정월 보름까지로 일반적이라 말할 수 있겠다.

그런데 옛날에는 토정비결을 보아서 그 사람의 신년 운액이 불순하다고 하면 정월 초하룻날부터 띄웠다고 한다.

정월 초하룻날부터 띄우기 시작한 그 연은 보름 동안 그 사람과 정이 들게 된다는 것인데 이렇게 정든 연을 정월 보름날에는 멀리멀리 띄워 아주 완벽히 보내 버리게 된다는 것이다.

이때 멀리 띄워 보내 버리는 연에는 그 사람의 “연액, 월액, 일액, 시액, 관송 (관청에 걸어진 일), 입송 (관송에 들어갈 일), 하란 (어떤 난에 들어갈 일), 상고 (상하고 고통받을 일), 경광 (다툴 일), 낙마 (다치거나 떨어질 일), 삼재(三災), 팔란지액 (여덟 가지의 어지러운 모든 액) 등 일체를 소멸하옵소서”라고 써 붙인다고 한다.

장영주 작가
장영주 작가

정월 보름날 밤에는 정든 연에다 앞과 같은 글을 써 붙이고 다시 연술(연출)에다 불찍(불 잘 타는 나무뿌리 썩은 것 -부싯깃)에 불을 붙여 묶고 높이 띄운다.

그러면 그 불찍엣 불이 다붙어 연줄에 닿으면 줄이 끊어지고 연은 멀리멀리 바람 부는 대로 대정에 가든지 모관에 가든지 해서 아무 데나 날아가 떨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날려 보내는 연은 “방쉬연” 이라 말하고, 그렇기 때문에 보통 연은 함부로 주워 오지 않는다는 풍속이 있다.

한편에는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정월 대보름날 좋은 돌밤에 이녁이 올리단 연에 생년월일, 연액, 시액을 쓰고 또시 천리방액(千里放厄)이라 써서 솥껍댕이 (솔 밑바닥에 눌은 검은 가루)를 종이에 싸서 불붙이고 연술목에 도라매영 올립니다.

경호민 그 솥껍댕이엣 불이 몬붙엉 연술에 가민 연술이 끊어정 연은 보름질 구름질에 탕 멀리 강 떨어지어 불민 그 사람의 노진 운은 면하게 됩니다.”

그런데 한편 아이들은 연을 올리다가 가끔 연싸움을 하는 수가 있다. 연싸움은 연줄에 밥풀을 멕이고 거기에 유릿가루를 내어 붙인다. 그래서 날카로울 대로 날카로운 연줄로 연을 띄우다가 상대가 나타나면 서로의 연줄을 마주치게 해서 누구의 연줄이 끊어지냐의 싸움인 것이다.

이때의 상대방도 물론 같은 술법을 쓰게 된다. 이래서 한쪽의 연줄이 끊어지면 그 연은 바람 부는 대로 아무 데나 날아가기 일쑤다. 이러한 연싸움을 “타발” 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때의 연이 날아가다가 잘못하여 남의 집 지붕 위에라도 가서 걸리게 되면 그 집에서는 “액이 들어왔다”라고 집주인은 크게 노하고 “어떻호난 연이 들어 와시? 연을 똑똑히 올리라”라고 마구 욕설을 퍼 붙는다. 재수가 없고 불길하다고 믿어지고 있는 데서인 것이다. 이럴 때의 그 연은 그 집에서 내려다가 불태워 버리는 것인데, 이것은 연을 불태움으로써 방액하는 법으로 생각되고 있다.

그리고 또한 옛날에는 이러한 연은 통신의 한 수단으로 쓰여졌다고 말한다. 오늘날처럼 통신 수단이 발달하지 못한 그 옛날에서는 이러한 연은 먼 거리에서 서로의 의사를 전달해 주는 구실을 해 왔다는 것이다.

그래서 전하는 바로 보면, “옛날에 사회 통신이 막힌 때에 가족 친족이 객지에 나가면 연에다가 자기 소유를 족아서 그 보름 부는 방향광 맞추왕 연을 올리면 그 객지에 나간 가족 친족이 그 연을 봉가 꽝 어떵혼 소연을 알게 되었습니다”고 말하며 오늘날의 편지의 역할을 했던 것으로 말하고 있다.

그러나 본디 이러한 연은 여자는 안 띄웠으며 남자만 띄워 온 것인데, 옛날에는 50세의 고령에 있는 이들도 많이 띄웠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러한 연을 띄우는 데는 그 기술 면에 있어도 뛰어난 재주를 엿볼 수 있게 한다.

연을 띄우는 데는 우선 “타발을 들 수 있다. 이 “타발”은 연실과 연실이 서로 마주 걸려서 X모양으로 된 상태를 말한다. 이것은 연을 띄우는 쌍방의 연싸움을 말하는 것인데, 이때 누구의 연실이 끊어지느냐에 따라 승부는 결정된다.

다음으로는 “택견"을 들 수 있다. 이 택견은 연을 올려서 힘주어 감아가다가 돌연히 풀면 연은 지면서 정반대 방향으로 거꾸러지게도 하고 올라가게도 하는 재주 부리기를 말한다.

그다음으로는 “가리벤”을 들 수 있다. 흔히 속담에도 보면 어데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다가 돌아옴을 두고 “어디 가리벤 돌당 완디" 하고 말해지고 있음을 보거니와, 여기에서 가리벤도 같은 뜻을 지니게 된다. 이 “가리벤”은 연을 띄우면 이 연이 바람 방향에 상관없이 동서남북으로 뱅뱅 돌아가는 상태를 두고 이르는 말이다.

그리고 이러한 연을 띄움에서도 그 연실을 감고 풀고 함에 있어서 없지 못할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얼래”가 있다. 이러한 “얼래”는 보통 나무로 만들어지고 있으며, 그 종류에서는 “통얼래”와 “반얼래"가 있다.

연을 띄울 때는 이러한 “얼래”에 끼어 있는 손잡이 막대를 잡고서 실로 감았다 풀었다 하며 자유롭게 연을 띄우게 되니, 이러한 얼래는 한편 도르래의 역할도 하게 된다.

연을 띄우면서는 연싸움을 하게 된다. 연싸움은 서로 연실을 걸어 훑어지게 해서 누구의 실이 끊어지느냐의 시합인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연을 띄우는 이들은 연실에 갖가지 수단을 다 쓰게 된다.

그래서 흔히 연실을 날카롭게 만들기도 하는데, 그 방법으로는 보통 연실에 아교풀을 멕이고 거기에 유릿가루를 내어 붙여 날카롭고 깔깔하게 만들어 연실을 버이기 쉽게 하는데, 자칫 잘못 만지면 손이 상할 우려도 있는 것이다. 이렇게 유릿가루를 붙여 놓은 연실을 가지고 “타발”을 하게 되면 상대방의 연실은 당해내지 못하게 된다.

(출처 우리고장의민속놀이 제주시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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