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N아침시](83)아버지의 가을
[뉴스N아침시](83)아버지의 가을
  • 현달환 기자
  • 승인 2021.08.31 2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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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강현수, 시평/현글
강현수 서귀포시 여성가족과장
강현수 서귀포시 여성가족과장

아버지 가슴에도 노을 하나 숨어 산다
11월 과수원은 저 혼자 물이 들고
오래된 기침 소리도 상자마다 담는다

가끔 술기운에 그 안 살짝 헐리면
지상의 제삿날엔 찾아오지 않겠단다
한평생 가위손으로 다스려온 이 영역

초고속 카메라에 가을이 툭 걸리면
포르말린 그 냄새도 이골이 나셨는지
병원 행 아예 뚝 끊고 바람에 몸 맡긴다.

-. 강현수의 ' 아버지의 가을'

남자의 계절, 가을이 돌아왔다. 남자들은 엄청난 계절의 힘을 믿고 있다. 가을이 되면 남자들은 무엇을 할까? 제주의 가을은 억새풀이 익어가고 산너머 남쪽 서귀포엔 밀감들이 익어가는 계절이다. 오랫동안 밀감밭을 다스리며 가슴에 매일매일 담아온 애환.

남자는 그러한 울음을 가슴에 담아 자식에게도 쉽게 열어주지를 않는다. 남자의 계절은 그래서 어느 한편에서는 풍년의 풍악소리가 들리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으악새 슬피우는 구석진 그늘이 서려 있다.  곳곳에 숨어 있는 남자들의 그늘이 가을 바람에는 더욱 차가운 법.

아버지는 말한다. 자식들이 자신때문에 욕보이지 않도록 아픔을 알려주지 않는다. 그것은 자식을 사랑하는 자세가 아닐지라도 아버지는 그렇게 그렇게 성숙해지고 완숙해져 익숙한 모습처럼 태연하게 가을을 태운다. 가을이 되면 아버지의 가슴에는 낙엽이 수북하게 모아져 있다. 거친 손으로 모아진 낙엽은 담배불로 발발된 불곷이 되어 활활 태우고 겨울을 맞이한다.

세상의 아버지는 그래서 미워진다. 집에서 떠났던 고집이 다시 돌아와 살고 가끔 사라졌던 '한숨'이 돌아왔다.
가을이라는 색채를 빼고 하얀 무채색을 만들기 위해 아버지는 몰래 잠을 자지 않는 것이다.

아버지는 그런 가을을 사랑한다. 가을이 되면 아버지는 잊어버렸던 낭만에 대하여 한소절이 생각난다. 11번 버스를 타고 여기, 저기 돌아보면서 말이다. 아버지를 사랑하는 사람은 다, 안다. 그래서 그냥 그렇게 보고만 있는 것이다. 아버지의 가을을 만들어 주자.[현달환 시인]

◆강현수 시인 프로필

-. 제주도 서귀포 출생
-. 서귀포시 여성가족과장
-. 시인
-. 정드리문학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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