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N아침시](85)강애심의 '구억리 가마터'
[뉴스N아침시](85)강애심의 '구억리 가마터'
  • 현달환 기자
  • 승인 2021.09.14 21: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조/ 강애심 시평/현달환

아직도 구워내지 못한 내 안의 그릇인가
할머니 굽은 등 같은 노랑굴 저 불씨는
한 여름 서쪽 하늘을 붉게도 물들였다.

속울음 빚은 옹기 친정으로 보내놓고
한 번도 세상 밖 눈 돌리지 못하던
구억리 오래된 가마터 옹기 되어 앉았다.
                    -. 강애심의 '구억리 가마터'

강애심 시조시인
강애심 시조시인

여름 하늘이 불타는 걸 목격한 일이 있었다. 그렇게 불타는 것이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저렇게 아름답다니, 신의 조화가 아니면 결코 그렇게 아름답지는 못했을 것이다.

불탄다는 것, 자신의 모든 것을 불사르고 난 뒤 남는 것은 한줌의 재로 남지만 완전한 연소를 하고 우리에게 주는 기쁨이란 엄청난 것임을 알았다.

가마에서 구워내는 옹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온도 1도가 부족해도 아름답고 완벽한 옹기가 될 수 없는 것처럼 타이밍이 맞아야 한다는 것이다.

구억리라는 지역 이름이 있지만 구억이라는 숫자는 그만큼 오랜, 기다림의 연소, 그 후에 느끼는 감정의 길이까지 생각할 수 있다.

길고 긴 시간이고  길고 긴 이야기가 서려 있는 그 터에 미련이 남는 것은 한 번도 세상으로 눈을 돌리지 않고 옹기 되어 앉았다는 사연에 그만 슬픈 것이다.

인생은 피할 수 없는 그 무엇들이 얼마나 위대한지...

그러고 보면 인생이란 그 자리에서 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타오르는 모든 것들, 위대한 사물, 생명인 것이다.[현달환 시인]

◆강애심 시조시인
영락 출생
2004년 <시조시학>등단
시조집《다시 뜨는 수평선》
시선집《그 진한 봄꽃 향기로》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