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N아침시](91)최혜금의 '소등의 시간 '
[뉴스N아침시](91)최혜금의 '소등의 시간 '
  • 현달환 기자
  • 승인 2021.12.27 00: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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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최혜금, 시평/ 현달환
최혜금 시인
최혜금 시인

초라한 나를
감출 수 있는 어둠이 내린다
밤의 밀서 같은 별빛이
내 몸을 감싸고
두 눈 감지 않아도 
어둠의 어느 편쯤에 내가 깊숙하게 묻힌다
하루의 끝을 지나
달그림자도 사라지고 없는데
기억의 잠복기는 들썩거렸다
여명이 깨어나기 전
어릴 적 어머니 품 찾아 꿈을 꾸면 
어디서 울리는 종소리가
아스라이 내 귀에 닿았다
도심 가로등 빛이 창틈 사이로  
빼꼼하게 들어오면
새벽도 같이 따라 들어왔다
시간은 날아가 빛을 당겨오고
태양은 중천에 뜬 추억이 있다

             -. 최혜금의 '소등의 시간'

12월엔 흩날리는 눈발이 있어 좋다. 12월 겨울인데도 눈발이 없다면 겨울같지 않은 계절이어서 심심할 것이다. 그러한 눈이 어제 내렸다. 

그 눈으로 인해 세상은 하얗게 변해버렸다. 그 눈으로 인해 이미 잡힌 약속들이 줄어들었다. 공간적 제약을 받아 취소하게 만든 것이다.

이런 시간이 또하나 있다. 바로 불을 끄는 것이다. 밤에 무엇을 하고자 했더라도 불을 끄면 모든 것이 멈추는 것이다. 

'소등'의 시간은 그래서 멈춤을 가져온다. 그 멈춤속에서 움직이고 있는 것이 바로 시간이다. 새벽이 달려오고 빛을 따라 태영을 소환하는 시간이 온다는 것. 그게 계절의 흐름이다. 우리는 모든 시간을 채우고 나면 새로운 계절이 온다는 것을 알면 더욱 겸손해진다. 자꾸 바뀐다는 것이다. 아무리 힘이 세도 쇠약해지고, 영특해도 기력이 쇠해지는 게 인간이다.
 
12월엔 어디선가 들려오는 종소리에도 감사하고 고마움을 느끼는 시간이다. 시간은 살아 있다. 소등은 불을 끈 상태이기보다 오히려 눈을 뜬 상태일 수 있다. 여명을 찾아 대기하는 사람들의 눈동자로 채워진 시간. 그 안에 모든 추억이 떠 있는 것이다.[현달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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