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N아침시](90)곽인숙의 '꿈이 자라던 곳'
[뉴스N아침시](90)곽인숙의 '꿈이 자라던 곳'
  • 현달환 기자
  • 승인 2021.12.11 0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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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곽인숙, 시평/현달환
곽인숙 시인
곽인숙 시인

초등학교에 온 나
플라타너스 나무 아래서
공기놀이하고 놀던
청군 백군은 보이지 않고
백 미터 달리기하던
운동장은
흙먼지만 날립니다

촛농으로 빡빡 문질러 미끄럼 타고 놀았던 교실에 코흘리개 아이들이 깔깔거립니다

메뚜기 잡아 네모난 노란 양철 도시락 통에 넣고 구워 주시던
스승님 얼굴은 할미꽃이 되어 화단을 지키고 있습니다

긴 머리 어깨 위에 흩날리며 고무줄놀이
하고 놀던 시간이 붉음으로 가슴을 파고듭니다

소풍 갔던 서상 숲
소나무들은 노송이 되어 마주하고
내 눈 속에 플라타너스
낙엽들이 수만 권의 책으로 보입니다

말굽 먼지를 밀어내고 그 시절이
다가옵니다

-. 곽인숙의 '꿈이 자라던 곳'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무심코 학교를 방문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럴 때 가장 피부로 느끼는 감정이 내 키보다 작은 것들이 많이 있다는 것이다.

나무, 담벼락, 운동기구 등 많은 것들이 내 키보다 작게 다가온다. 또한, 운동장은 한바퀴를 돌면 숨가쁘게 느끼던 것이 작은 운동장이었구나 느끼던 순간, 조금은 실망스러울 때도 있다.

점점 자라던 꿈들이 어느 덧 키가 다 자라고 멈췄던 것처럼 삶이란 것도 어느 순간 자라지 않을 때를 느낄 때 깊은 시름에 빠지기도 한다.

그럴 때, 가장 그리운 친구가 초등학교 친구일 것이다. 같이 꿈을 꾸며 지내던 시간들을 서로 느끼면서 추억을 돌이켜 보는 것, 인생의 참맛이다.

잃어버렸던 꿈들이 다시 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수북하게 쌓인 낙엽들을 보면서 그러한 꿈을 다시 품어보자. [현달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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