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옥 칼럼]극순간의 예술, 이주의 디카시 감상 39_ 전영관 디카시 ‘매미’
[이상옥 칼럼]극순간의 예술, 이주의 디카시 감상 39_ 전영관 디카시 ‘매미’
  • 뉴스N제주
  • 승인 2020.12.15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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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옥 시인
한국디카시연구소 대표

매미

염천 내내 통역도 없었는데
그대의 눈빛이 깊어지고
나무가 붉어졌다
깨닫는 것은 변하는 일

말씀이 다녀가셨다
-전영관

[해설]전영관 시인은 2011년 『작가세계』 로 등단하여 시집 『바람의 전입신고』와 산문집『그대가 생각날 때마다 길을 잃는다』등 여러 권을 출간했다. 염천 내내 매미의 울음 소리를 말씀이 다녀가셨다고 시인은 언술한다.

일개 미물의 울음을 말씀으로 미화 혹은 과장의 수사로 표현하고 있다. 역시 시는 세계를 주관적으로 인식함으로써 과학적 사실을 넘어 숨겨진 생의 비의라는 리얼리티를 드러낼 수 있는 것이다.

디카시도 시이기 때문에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을 사진 이미지로 포착하지만 다순한 과학적 사실을 표면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 진실을 넘어 당위적 근원적 진실을 독자에게 일깨워주는 역할을 한다.

이 디카시에서 시인은 매미를 자연의 한 현상으로 보지 않고 신의 메신저로 격상시키고 있다. 얼마나 멋진 일인가. 단순한 자연 현상을 미적 대상으로 주목하여 이제까지 기대할 수 없었던 위의를 부여하는 시인 역시 제2의 창조자가 맞다.

매미는 처음에는 유충으로 6~17년간 땅속에 있으면서 약 3년간 애벌레 기간을 보내고 7월 즈음 나무 위로 올라온 굼벵이가 성충으로 우화등선하는 것이다. 야생에서의 매미 수명은 약 한 달 동안 살면서 짝짓기 등을 하고 알을 나무껍질 속에 낳고는 생은 끝이 난다.

이렇게 매미의 생을 자연의 한 현상으로만 보면 얼마나 허무한 생인가. 십 수년 땅 속에서 인고의 세월을 보내다 고작 한 달 지상에서 울어대다 끝나는 생이라면 너무 낭비적이고도 비효율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매미의 생에도 비의가 내재해 있는 것을 시인은 주목한다.

매미 소리는 주로 수컷매미가 멀리 있는 암컷을 부르는 울음이라고 한다. 대체로 7-8월에 집중적으로 짝짓기를 하게 되는데 울음소리가 큰 수컷이 짝짓기를 더 많이 하기 때문에 매미 수컷은 경쟁적으로 더 큰소리로 운다.

액면 그대로만 보면 십 수년의 기간 땅 속에 있다가 한 달 그것도 오로지 후세를 남기기 위한 짝지기를 위해 우는 것이니 얼마나 처절한 생인가. 여기에 시인은 매미의 울음을 말씀으로 승격시킴으로써 새로운 인식의 지평을 열어 보였다.

그대의 눈빛이 깊어지고 나무가 붉어질 만하지 않는가. 매미 울음 소리에 유한한 생을 투사하여 유한을 무한으로, 절망을 희망으로 반전시키는 생의 절대적 깨달음까지도 엿볼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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