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옥 칼럼]극순간의 예술, 이주의 디카시 감상 38_ 채인숙 디카시 ‘이국 하늘’
[이상옥 칼럼]극순간의 예술, 이주의 디카시 감상 38_ 채인숙 디카시 ‘이국 하늘’
  • 뉴스N제주
  • 승인 2020.12.08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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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옥 시인
한국디카시연구소 대표

이국 하늘

언제쯤 돌아가 어루만질까
아물지 않는 내 유년의 튼살
-  채인숙

[해설]디카시가 SNS 미디어를 타고 해외로는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도 그렇지만 인도네시아의 디카시 확산은 더욱 특별하다 하겠다. 인도네시아 한국문화원 주최로 인니 현지인과 교민들을 대상으로 한글 디카시공모전이 지난해부터 매년 열려 한국의 새로운 시콘텐츠인 디카시를 해외 소개하는 한 전범을 보인다.

인도네시아 한글 디카시공모전을 벤치마킹해서 올해는 인도에서도 인도 네루대학교와 인도 한국문화원이 공동 주최하는 형식으로 한글 디카시공모전도 열렸다.

거대한 바다도 물방울 하나에서 기인하듯, 인도네시아의 디카시 붐은 채인숙 시인에게서부터 비롯하였다. 채인숙 시인이 인도네시아에 처음으로 디카시를 소개하고 인도네시아 디카시공모전을 기획한 것이다. 채인숙 시인은 실천문학사에서 주관하는 2015년 오장환신인문학상으로 등단했으며 1999년부터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거주하며 계간 디카시 해외기획위원을 맡고 있다.

채인숙 시인의 디카시 「이국 하늘」은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창작한 것으로 보인다. 이 디카시의 사진영상은 자카르타의 하늘로 짐작해 볼 수 있다. 자카르타라는 이국 하늘에서 유년의 하늘을 본 것이다. 유년의 하늘은 심리적으로는 이국 하늘만큼 먼 곳에 있다. 이국 하늘에 시인의 유년 하늘이 투사된 것이다.

서정시의 자아는 세계와의 동일성을 추구하며, 서정적 비전의 결국은 세계의 자아화이다. 이 디카시에서도 그것이 확인된다. 시인은 이국 하늘에 시인의 유년의 하늘을 투사 혹은 동일시함으로써 세계를 자아화하는 서정시의 비전을 실현한 것이다.

디카시도 역시 서정시임에는 틀림이 없음을 잘 보여준다. 여기서 이국 하늘의 구름을 유년의 튼살로 메타포하는 것도 눈여겨봐야 한다. 이국 하늘을 자아화하면서 유년의 기억을 읽어내는 포즈가 참 애틋하게 느껴진다. 왜 아물지 않는 유년의 튼살인지는 화자 자신만 알고 터이다.

화자의 내밀한 정보를 독자에게 굳이 알려줄 필요는 없다. 성인이 된 화자가 유년의 아픈 기억을 어루만져 주고 싶지만 정작 이국 하늘처럼 닿을 수 없는 곳에 있기 때문에 더욱 애틋하기만 하다. 애틋함과 안타까움의 정서를 환기하는 슬프지만 아름다운 디카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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