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영 시문학 칼럼](75) '그대 가슴에 흐르는 詩' ... 뿅뿅다리의 진리
[김필영 시문학 칼럼](75) '그대 가슴에 흐르는 詩' ... 뿅뿅다리의 진리
  • 뉴스N제주
  • 승인 2023.12.23 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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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PEN International 회원
계간 시산맥 / 편집위원, 시회 회장
계간 스토리문학 / 편집위원

이복자 시,『한국현대시』2016년 하반기호. 164쪽, 뿅뿅다리의 진리

뿅뿅다리의 진리

이복자

건넌다는 것은 이어짐이다
다리는 가로막는 것이 있는 곳에 놓인다
끊어졌던 희망이 이어진 통로는 건너야 단단해진다
그래서 다리는 함부로라는 말을 거부한다
건너편을 쉽게 점령하는
잇는 무거움의 지탱을 칭찬할 줄 모르는 사람보다는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 그리고 자신을 생각하며 건너기를 원한다
물 흐르는 긴 다리를 건너본 사람은
바람이 있고 소리가 있어
시원함을 깨닫고야
가벼워지는 다리 위의 진리를 그리워하게 된다
난간도 없이 가는 다리로
철판에 구멍 뽕뽕 뚫고
어려운 세태 중에 바람과 물의 소통까지 감당하며
오로지 애인정신으로 길게
사람의 흑백을 주장하는 다리,
가벼워진 사람이면 이 빠진 할아범같이 좋아 웃는
회룡포 뿅뿅다리, 누구든 그리워하라
그리워하라

김필영 시인
김필영 시인

『저가(低價)다리에서 일깨움 받는 소통과 비움의 가치』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다리는 사람과 사람, 사람과 문명, 사람과 자연, 사람과 희망을 위해 기꺼이 등을 내밀어준다. 통나무 다리에서 철제다리까지 인간의 역사 전반에 걸쳐 다리는 영욕을 함께 해왔다.

영국의 세계 최초의 주철제 아이언 브리지(Iron Bridge)를 비롯해서 이스탄불 현수교, 센프란스시코 금문교 등은 잘 알려진 다리이며, 근래 중국의 광동성 주해시(広東省 珠海市)에서 마카오를 잇는 홍주오대교[港珠澳大橋]는 전장 약 55킬로의 길이와 16조5000억원이 들었다는 건설비용으로 화제가 되었다. 그런 다리에 비해 아주 갑싼 비용으로 만들어진 다리가 한국에 있다. 이복자 시인의 시를 통해 그 다리를 건너가 본다.

“건넌다는 것은 이어짐이다.”라고 시작되는「뿅뿅다리」는 경북 예천군 회룡포와 육지 속의 섬 임도를 이어주는 실존하는 다리이다. 화자는 웅장하고 긴 유명한 다리가 많은데 하필 이 다리에 주목하여 시를 빚었을까? 행간에서는 “다리는 가로막는 것이 있는 곳에 놓인다.”고 함으로 회룡포마을 주민들이 내성천을 건너가려면 반드시 이 다리를 건너야 하는 숙명성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이어짐’이라는 의미로 이보다 더 거창한 다리가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이어지는 행간에서는 다리를 건너야 하는 필연성을“끊어졌던 희망이 이어진 통로는 건너야 단단해진다.”고 다리를 희망으로 가는 통로로 표현하고 있다.

화자는‘다리’의 위상이나 규모보다는 다리의 역할의미에서“뿅뿅다리”의 가치에 방점을 두고 있다. “그래서 다리는 함부로라는 말을 거부한다.”고 한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 그리고 자신을 생각하며 건너기를 원한다.”는 표현에서 동그란 구멍이 퐁퐁 뚫린 건축용 발판으로 쓰던 것을 다리의 상판으로 사용한 값싼 다리이지만 회룡포사람들에게는 이‘뿅뿅다리’는 인연의 고리를 제공해주는 소중한 존재임을 강조하고 있다.

시의 중반에 이르러 “물 흐르는 긴 다리를 건너본 사람은/ 바람이 있고 소리가 있어/ 시원함을 깨닫고야 가벼워지는 다리 위의 진리를 그리워하게 된다.”고 다리의 건너는 사람이 일깨움 받는 ‘진리’를 강조한다. 뿅뿅다리는 수심이 야트막하여 다리에서 떨어져도 다칠 염려가 없는 뿅뿅다리는 비가 오면 다리의 상판 위아래로 물이 흐른다.

구멍이 뚫린 발판에서 물이 불어나면 물이 퐁퐁 솟고 수심이 낮아지면 바람이 구멍 속으로 스쳐가며 소리를 낸다. 화자가‘뿅뿅다리’를 예찬하면서 자연의 풍광을 차입한 중심에는 분명 자연의 일부인 사람이 중심에 존재하고 있다. 맑은 물로 속을 씻어내는 뿅뿅다리처럼 마음을 맑게 비우는 사람, 바람이 구멍을 통과하듯 실수도 바람처럼 스쳐줄 줄 아는 사람이다.

대부분의 다리는 난간이 있다. 그러나 뿅뿅다리는 “난간도 없이 가는 다리로/ 철판에 구멍 뽕뽕 뚫고/ 어려운 세태 중에 바람과 물의 소통까지 감당”해 왔다. 이는 건너는 이들에게 긴 시간 어떤 격식을 차리지 않고 편견 없이 자신의 등을 내밀어주는 사람의 모습이다.

시의 종반에서 뿅뿅 다리는“가벼워진 사람이면 이 빠진 할아범같이 좋아 웃는”사람의 모습으로 비유된다.

이는 마치 화해탈의 가장 선한 얼굴이 연상되는 묘사로서 언제 다가가도 아무런 해도 입히지 않고 반겨주는 착한 할아버지의 모습이다. 사랑과 그리움에 주린 모든 이들이 이렇게 멋진 뿅뿅다리 같은 그런 사람을 어찌 그리워하지 않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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