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종합문예유성 총무국장
가곡작사가협회 상임위원
모 씨는 주로 야산이나 황무지를 공시가보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매입해, 개발하여 용도 변경 후, 다세대 주택이나 연립주택을 지어 판매하든지, 공장을 지을 수 있는 땅으로 되팔아 이문을 남기는 개발업자이다.
삼 년 전, 국도 바로 옆이지만 산소가 무려 여섯 개나 있어, 거래가 전혀 없던 사천 평 조금 못 미치는, 야산이라고 하기보다는 능같이 높이 솟아 평평한 부지와 접해 있는 농지를, 비교적 싼 가격으로 매입하였다.
매입 당시 땅과 묘의 후손이 동일인으로, 이장비를 포함한 가격으로 6개월 안에 확실하게 이장하겠다고 확답했다. 소유주의 운영 중인 회사가 부도 직전 상황이라, 급매로 싸게 넘기는 대신 빠른 입금 조건이었다.
모 씨는 그의 말을 믿고, 소유권 이전이 끝나기도 전에, 부도를 막을 수 있을 정도를 먼저 입금해 주는 배려도 베풀었다. 소유권 이전이 끝난 후 기분 좋게 남은 잔금을 다 주고 매입의 모든 절차를 마쳤다.
모 씨는 소유권 이전과 세금 문제를 다 마무리 지은 후 바로 개발하고 싶었지만, 토지의 농작물이 영글고 있어, 애써 지은 농작물을 버리게 할 수 없다는 생각에, 수확까지 기다려 주었다. 수확이 끝나자, 중장비를 동원해 높이 솟은 땅을 깎고, 수십 대의 덤프트럭이 파낸 흙을 개미처럼 어디론가 부지런히 실어 나르기를 반복했다.
그러는 동안 어느새 능선은 도로 높이의 평지로 만들어져, 단단하게 다져지는 롤링 작업까지 마쳐가고 있었다. 흘러가는 구름처럼 시간은 염두에 두지 않아도, 저절로 흘러 한두 달이 더 지났다. 땅을 산 지 벌써 6개월을 넘어 7개월도 후딱 지났다.
그런데도 이전 땅 주인은 산소를 이장하기는커녕, 이장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고 있어, 모 씨는 답답하였다. 주변인들이 어디 묫자리 이전이 쉬운 일이겠냐. 이왕 기다려 준 거, 조금만 더 기다려 줘라. 조상을 좋은 자리로 모시려니 늦어져서 그럴 것이다.
등의 말을 하여, 조금은 공감도 가고 이해도 되어, 그래. 이왕지사 기다려 준 거, 조금만 더 기다리자. 그래도 일단 진행 상태도 알아봐야 하고, 얘기는 들어봐야지. 하고 그를 만나 얘기를 나누던 모 씨는 무리하고, 황당한 요구에 기가 차고, 어이없어 노발대발 화내고 나와, 그를 고소했다.
얘기인즉, 남의 조상 묫자리 옮기는 게 어디 쉬운 일이겠냐. 좋은 자리 마련해 옮기려니, 비용이 만만찮게 든다. 그러니 이장비를 달라. 그럼, 바로 옮기겠다며 요구한 금액이 어마했다. 무덤 개당 일억 오천씩, 여섯이니까 구억을 달라며, 구억을 주지 않으면 절대로 이장은 안 하겠다. 사실 후손이 다 잘되는 좋은 묫자리를 포기하는 조건으론 개당 이억 정도는 받아야지만, 많이 깎아 주는 것이라고 했단다.
그 얘기를 들은 모두가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여기저기서 이러쿵저러쿵, 그와 그 형제들과 일가에 대해, 망하기 직전이라 이장하는 것까지 다 포함해 땅값을 받아 챙겼으면서, 정말이지 대단히 나쁜 사람이구나.
약속을 믿고 자기들 살려 놓으니, 죽은 지도 언젠지 모르는 백 년도 더 된 묫자리로, 남의 등가죽까지 벗겨, 때 돈 벌려고 맘먹었네. 그럼, 애초에 약속은 왜 했대. 절대로 상대해선 안 될 나쁜 사람이야. 등의 좋지 않은 평판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때문인지 일대에선 누구도 그를 상대하거나, 만나길 점차 꺼렸다. 어쩌다 그가 만나자면, 온갖 핑계로 모두 피하기까지 이르렀다.
법원의 고소, 고발 건은 각양각색 다양하고 엄청나게 많은 것 같았다. 모 씨의 고소 건이 재판으로 가기까지 2년도 넘는 시간을 끌었다. 재판으로 넘어가서도 사람을 질리게 할 만큼 참 오랜 기간이 지나서야 결론 판결이 났다. 판결로 가는 와중에 공방은 이어졌고, 그러는 동안, 그들의 거리는 좁혀지기보다 더 멀어져, 제삼자가 보기엔 합의점을 찾기는 어려워 보였다.
‘본건은 계약 위반에 따른 분쟁의 건으로, 이전 소유주는 현 소유주에게 계약 위반의 책임이 충분하다. 이전 소유주는 현 소유주의 경제적 손해 배상과 그 원인인 이장의 책임이 있다. 그러므로 본 법정은 여러 자료를 검토한 바에 따라, 금 이억 원의 손해 배상과 조속한 시일에 이장을 이행하도록 명한다.’ 고소 사건의 재판 결론은 느린 과정과 달리 아주 명료하고, 간결했다.
그렇다고 이장이 이행되고, 모 씨의 개발작업이 재개된 건 아니었다. 판결이 어떻게 났든 이행하지 않으면, 금전적인 부분은 대상인의 통장이나 재산 등을 압류하거나 거래중지로 묶어 두어 해결하는 방법이 동원된다.
최악의 경우 경매로 넘겨 법원이 임의 처분하여, 해결하고 남는 부분만 돌려주기도 한다. 그러나 예부터 무연고자의 무덤도 공고하여, 몇 년이 지나야 해결하고, 소유주가 있는 무덤에 대해선, 그들이 이장할 때까지 강제로 어쩌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실정이 이러니, 모 씨는 어쩔 수 없이 공사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분하고, 괘씸한 생각에 용서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그가 산 땅에서, 무덤이 무너지지 않을 만큼만 빼고, 다 파서 평지로 한 다음, 둘레를 모두 엄청난 높이로 철책을 치고, 자물쇠로 봉쇄했다.
누구도 모 씨의 허락 없이는 들어갈 수 없게 해 놓았다. 무덤의 소유주도 당연히 무덤이 땅의 가운데 덩그러니 솟아,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지 않으면 올라갈 수 없게 해 놓아, 길도 없고, 철책으로 둘러싸인 남의 소유 땅이니, 함부로 들어갈 수도, 밟을 수도 없게 돼, 조상의 묘를 그림의 떡 마냥, 먼발치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게 되었다.
모 씨는 일 년 반 잠깐, 마치 흉물처럼 변해버린 그곳에 고물상의 쓰레기 임시 보관 장소로 대여했다. 냄새나는 것은 아니지만 재활용의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것들로, 반드시 자신이 열어주고 닫으며, 출입자를 제한하는 조건이었다. 그 이유는 이전 소유자와 그와 연관된 누구도, 들이지 않기 위함이었다.
지나는 길에 보면 쓰레기 산이 따로 없다 싶은, 정말 얄궂은 모습에, 사람들의 한마디씩은 이랬다. 남의 묘를 일부러 훼손하진 못하지.
그런데 저런 모양으로 두면 몇 년 안에 폭우로 저절로 무덤이 사라지겠네. 그때 공사하면 되겠어. 자연적 소멸은 어쩔 수 없잖아. 아이고, 천하에 나쁜 사기꾼놈. 무슨 조상 묘로 때 돈 벌려고 덤비냐. 아 그리고, 요즘 같은 세상에 무덤이 왜 필요하냐. 다 화장하는 세상에. 그냥 자연으로 돌아가게 뿌리면 그만일걸. 등으로 시작해 수목장이 옳으니, 그까짓 것도 필요 없다는 둥, 공방은 끊임없이 계속 이어졌고, 지금도 꼭 한마디씩 하며, 혀를 차고, 지나는 곳이다.
옳고, 그름을 떠나, 누군가에게 피해를 줘 가면서까지 자신의 이익만을 챙기려는 사람은 나쁜 사람이 분명하다. 동그라미처럼 원만하게 굴러가는 세상이 되려면, 먼저 상대의 입장이 되었을 때, 자신은 어떠할지 생각해 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마음먹은 대로 쉽기만 한 세상이 아니다. 아무리 얼굴이 두꺼워도, 한풀 벗겨보면 다 거기서 거기지만, 스스로 부끄럽게 살지는 말아야지 않나 생각하며, 양자가 원만히 해결하여 서로 원수가 되지 않길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