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란 칼럼](7)주유 예절 
[공영란 칼럼](7)주유 예절 
  • 뉴스N제주
  • 승인 2024.02.22 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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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조,수필, 작사가
(사)종합문예유성 총무국장
가곡작사가협회 상임위원
공영란 작가가
공영란 작가가

며칠째 이어진 강추위와 폭설로 빙판이 된 도로처럼, 사람의 마음도 여유를 잃고, 차가워지기 쉬운 날이다. 자주 가는 휴게 주유소는 늘 그렇듯 오늘도 긴 줄이지만, 다들 바빠도 순서를 참 잘 지켜 원활하다.

이곳의 주유기는 한 방향에 세 대씩, 두 줄로 나눠 양쪽으로 가능하게 돼 있어, 한 번에 열두 대를 주유할 수 있다. 뒤의 차가 먼저 끝나도 옆으로 빠져나가기엔 공간이 좁아 기다릴 수밖에 없다. 쉽게 말해 한 줄에 세 대씩, 맨 앞차 주유가 끝나고 순차적으로 세대가 빠지면, 또 세대가 주유해야 더 회전이 빠르고 효율적인 구조다.

이곳 이용객들은 그것을 알고 원활한 회전을 위해 적극적으로 협조했다. 당연히 몇 초의 양보와 배려로 조금씩 참고, 차의 비울 것을 미리 비우며, 순서도 잘 기다렸다.

그런데 오늘 세 명의 젊은 운전자가, 여태 그렇게 잘 지켜오던 걸 무시하는 건 그렇다 치더라도, 그들이 여유를 부리며 순서를 지키는 이들을, 비웃기라도 한 놀라운 행동에 모두 뭐라 말도 못 하고, 그저 고개 저으며 혀를 찰 뿐이었다.

일행인 듯한 젊은이들은 요란한 음악을 울리며 들어섰다. 각 한 줄씩 차지하고 순서를 기다려 그들이 맨 앞이 되었을 때다. 맨 앞 주유기로 가야 한 번에 세 대씩 할 수 있는데, 그들은 모두 맨 뒷자리에 정차 후 주유하기 시작했다. 주유하는 동안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고 아무것도 않고 있다, 주유가 끝나고야 차 안 쓰레기를 천천히 비웠고, 이후 차를 빼나 싶은 기대도 깡그리 뭉개기라도 하듯 트렁크를 열더니 차량용 밀대를 꺼내 차를 문질러 닦았다.

뒤의 차들이 계속 빵빵 신호를 보내도 그들은 못 들은 척했다. 보다 못해 뒤 순서를 기다리던 운전자 중 한 사람이 내려, 차부터 먼저 좀 저 앞으로 빼서 청소하면 안 되겠냐고 했다. 그러자 아직 다 끝나지도 않았는데 왜 시비냐며 인상을 찌푸리고 팔을 걷어붙이더니, 생전 들어보기 힘든 입에 담지도 못할 심한 육두문자를 연발하고, 침을 퉤퉤 뱉으며 난동을 부렸다. 참 가관도 그런 가관이 없을 정도였다.

분위기가 살벌해지자 혹 있을지 모를 후한을 두려워해서인지, 모두 그저 눈만 휘둥그레 뜨고, 혀를 찰 뿐 누구도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결국, 주인이 나와 이러시지 마시라. 살살 달래 서비스라며 생수와 휴지를 건네고, 빌다시피 해 겨우 보내는 걸 봤다.

그제야 사람들은 이놈의 세상이 도대체 어떻게 되려고 이런지 모르겠다며 한마디씩 입을 뗐다. 생각해 보면 모두 그럴 자격이나 싶다. 그들의 옳지 못한 행동을 그냥 방관한 건 안 부끄럽고, 그들의 그런 행동만 탓하는 건 잘하는 것일까 싶다.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의 도덕성과 정의는 안개 속의 미로를 헤매듯 사라지고 있는 느낌이다. 연로하신 어르신들은 그들대로, 장년층은 또 그들대로, 젊은이들은 또 다른 그들만의 이유로, 온통 집단지성으로 결국은 자신들의 이익만을 추구하고 있다.

모든 바탕은 튼튼하고 바른 기초를 기본 바탕으로 해야 한다. 도덕도 정의도 사회의 기본인 가정에서 올바른 교육을 통해 바른 인성을 갖고 사회질서를 잘 지킬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현실은 참 갈 길이 먼 느낌이다.

그렇다고 희망마저 없는 것은 아니다. 아직은 오늘 본 저 망나니 같은 젊은이보다는 길게 줄을 서도 양보하고 배려하며, 힘든 이웃을 보면 따뜻한 사랑과 온정으로 다가가 위로하고, 서로를 챙기는 이들이 더 많은 게 사실이다.

주유를 끝내고 오면서 다짐해 본다. 나부터, 우리 집부터 모범이 되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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