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란 칼럼](8)선물
[공영란 칼럼](8)선물
  • 뉴스N제주
  • 승인 2024.03.03 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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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조,수필, 작사가
(사)종합문예유성 총무국장
가곡작사가협회 상임위원

 

공영란 작가가
공영란 작가

오래 알고 지내 온 그녀는 아침에 눈을 뜨고, 또 무엇인가 시작할 수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축복이고, 인생에 엄청난 큰 선물이라 말한다. 그래서일까 그녀의 삶을 살펴보면, 살아가는 매 순간을 감사로 받고, 항상 웃음 띤 얼굴로 활기차고 당차다. 지금은 그녀 남편이 일 년 전 4급 공무원으로 퇴직 후 돕지만, 이십여 년 혼자 식당을 운영하면서 정기적으로 하는 봉사가 있다.

그녀는 정직하고 착한 식당을 운영 중이다. 우선 최상의 재료만 고집하여 사용한다. 그런데도 다른 곳과 비교 해 볼 때 푸짐하고, 가격이 조금은 저렴하다. 그러나 맛에 있어선 그 일대만이 아니라, 다른 먼 지역에서 일부러 찾아올 정도로 이미 소문난 맛집이다.

그녀의 식당 운영원칙 중 하나를 소개하면, 일단 노숙자와 저소득 독거노인들의 식비는 메뉴와 상관없이 이천 원이다. 처음 무료로 드렸더니 미안하고, 염치없다면서 한 번 오고는 배고파도 굶고, 다시 오지 않아 받는단다. 그들의 자존심을 살려주는 적정 수준이라 생각한 가격이란다. 물론, 와서 드시고 그 돈도 못 내시는 분에겐, 기꺼이 활짝 웃는 얼굴로 무료 제공한다. 그리고 그들이 가는 길에, 한 끼 더 먹을 수 있도록 포장까지 해 주는 마음 부자이다.

그녀는 이십 년 넘는 세월 동안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열 가구 이상의 소년 소녀 가장과 저소득 독거노인들을 돌보고 있다. 한 달에 한 번씩 쌀 한 포에 김치와 밑반찬을 해 주고, 깨끗이 청소까지 해 주고 온다. 그러나 그녀의 선행은, 그녀로부터 도움받는 이들에 의해 구청까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구청에서 아는 내색하거나 어떤 도움을 주진 않았다. 그래도 가능하면 그녀 식당에 단골이 되어 매상에 도움을 주었다.

그러다 작년 김장철쯤, 그녀가 다른 때보다 더 신나게 콧노래까지 부르며 일하길래, 무슨 좋은 일이 있냐고 물었다. 수줍게 웃던 그녀가 “아니 내가 뭘 바라고 한 게 아닌데, 다 알고 있었다네. 이십 년 만에 처음으로 구청에서, 자기들이 할 일인데 대신해 줘 감사하다면서. 아 글쎄, 어디서 무슨 소릴 들었는지. 이미 알고 있으면서 같이 돕지 못해 미안하다고, 고무장갑 한 박스랑 쌀 열 포를 선물이라면서 갖다 줬어. 어떤 선물이든, 선물을 받으면 다 기분 좋잖아.”하곤 멋쩍게 웃는다.

잠시도 가만 못 있는 성격 탓이라 말하며, 놀면 뭐 하냐 서로 돕고 사는 것이지라는 그녀는, 부지런하고 근면 성실하다. 단아한 외모보다 행함이 더 고와 자신만이 아니라, 주변까지 행복으로 물들게 한다. 세상은 참 많이 변하여 내가 자랄 때와는 너무도 달라져 이웃에 무관심하고, 자신만 아는 이들이 많아 각박해졌다. “내가 조금 덜 가져도 아무 문제 없잖아. 조금만 욕심을 내려놓으면 마음이 너무 편해져. 얼마 안 돼도 나누며 살아야지.” 하는 그녀의 미소는, 참으로 따뜻한 느낌으로 아름답고 숭고하여, 어쩌면 이런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정말 귀한, 위대하고 큰 선물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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