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종합문예유성 총무국장
가곡작사가협회 상임위원
하루 중 가장 덥다고 느낄 수 있는 두 시경, 카페 앞 공장의 단골손님이 헐레벌떡 뛰어와 “아아 다섯 잔, 얼마나 걸려요? 엄청 급해서 그러는데” “아 네! 삼분이네, 가능합니다. 드려요?” “네.” “셀프주문하고 결제하시는 동안 만들면 더 빨라요. 하실 줄 아시니 결제하세요.”
금방 그라인더에 원두를 갈아 샷을 내리고 있는데, “저기 매일 쓰레기 줍는 학생들, 옆에 학교 학생들 맞죠?” “아 네! 아마 그럴 거예요. 왜요?” “아 네! 오늘 너무 더운데, 이거 그 학생들 주려고요. 매일 점심시간 놀지 않고 쓰레기 줍고, 그 학생들 때문에 주변이 깨끗해지고, 학생들이 너무 착하고, 예뻐서요. 갈지도 몰라. 가기 전에 얼른 갖다주려니, 마음이 급해서요.”
“아아 그러시구나. 그런데 커피로 사신 거예요? 아직 어린 학생들이라 커피는 좀 그런데, 고등부 애들이던가요? 아님, 중등부 애들처럼 보이진 않았어요? ” “아 그래요?” “네! 옆에 학교 중고등부 학생들도 손님으로 많이 오지만, 여태 커피 주문하는 학생들은 한 번도 없었어요. 학생들은 거의 쉐이크, 스무디, 주스 같은 음료 먹더군요.” “아! 그래요? 어쩌죠? 아직 애들이라 커피 안 먹는걸, 생각 못 했네요.”
“흐흐. 아직 샷을 붓지 않은 상태니, 제가 음료로 다 만들어 드릴게요. 음료가 더 비싼 건 아시죠? 사장님 단골로 매일 오시고, 우리 애 같은 애들한테 좋은 일 하시니, 저도 그 좋은 일에 손 얹는다 생각하고, 이번엔 결제하신 금액으로 음료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아휴, 이거 감사해서 어쩌나! 이래서 제가 여기 매일 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분 안에 후딱 만들어 드릴게요.” 나의 손놀림이 말보다 더 빨라 그 시간보다 일찍 “주문 나왔습니다.” 하니 연신 감사하다며 굽신하곤 뛰다시피 잰걸음으로 가신다.
다음 뒤 손님들까지도 모두 흐뭇한 미소를 지으시더니, “오늘 두 분 모습 뵈니, 우리도 기분 좋아지네요. 대신 우리가 젤로 비싼 걸 주문해서, 사장님 매상 만회해 드리고, 기분 좋아지시게 만들겠습니다.” “아이, 안 그러셔도 되는데. 감사합니다.” 이후, 매장 안에 계시던 대부분 손님이 메뉴 중 비싼 것으로만 주문하셨다. 덕분에 오늘 매상이 다른 날에 비해 꽤 괜찮다.
나의 카페는 시내 번화가에 있지 않고, 한적한 허허벌판 농지들 옆에 덩그러니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 이런 데 손님이 올까 싶은지, 많은 이들이 묻는다. “이런 한적한 곳인데도 손님이 오시긴 하나 봐요?” “흐흐. 왜요? 손님이 전혀 없을 것 같죠?” “아 아니, 그래서 그런 건 아니고.” 묻는 이가 멋쩍어, 그렇게 말하는 걸 알기에, 나는 “네! 저도 손님이 전혀 없으면 어쩌나 했는데, 아마 망해서, 문 닫는 일은 없을 듯해요. 의외로 단골분이 정말, 꽤 많으시거든요.” “아 네! 그럴 것 같아요. 사장님 하시는 거 보니까, 또 오고 싶어지거든요. 친절하시고, 무엇보다 커피가 너무 맛있어요.” 한다.
카페를 운영하면서 나는, 새삼 크고 작은 일들로 고마움과 감사함을 느끼며, 세상은 참 살맛 나고 따뜻하다는 걸 알아간다. 사실 그렇다. 나의 카페는, 어쩌다 지나는 손님이 몇 있을 만한 곳에 있다. 그런데도 일부러 먼 곳에서도, 커피 한두 잔을 드시거나 포장해 가시려고, 오시는 찐 단골분부터 가까운 제약단지에서까지, 일부러 찾아주시는 분과 거의 매일 찾아주시는 손님이 참 많으시다.
또 이웃 농민들은, 애써 농사지으신 첫 수확을 맛보라며, 계절마다 한 바구니씩 갖다 안긴다. 그뿐인가 카페 옆 기독학교의 학생들은, 부활절과 추수감사절 등 때만 되면, 예쁘게 코디한 달걀을 들고 오는가 하면, 과일바구니 등의 정성을 듬뿍 느낄 수 있는 사랑을 나눠준다. 이 얼마나 따뜻하고 감사한 일인가.
그런데 이 더운 날, 누가 시키지 않아도 남들이 버린 쓰레기를 매일 줍고, 주변을 깨끗하게 하는 착한 학생들이나, 또 그런 학생들이 예쁘고, 더위에 애쓰는 것이 안쓰러워, 그들을 위해 사시는 시원한 음료에 그저 마음 살짝 걸친 게, 뭐 그리 대단한 것일까. 오늘 매상에 도움 주신 분들 마음도 다 살짝 걸쳐졌음이야. 더불어 사는 참 아름다움이 이런 모습이지. 느끼지, 내 얼굴에 미소 가득 피어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