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란 칼럼](3)방제 창
[공영란 칼럼](3)방제 창
  • 뉴스N제주
  • 승인 2024.01.17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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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조,수필, 작사가
(사)종합문예유성 총무국장
가곡작사가협회 상임위원
공영란 작가가
공영란 작가

도시 근교에 자리한 나의 카페 주변은 농지가 대부분이라 봄부터 가을 추수가 끝날 때까지 농작물로 너울거린다. 그 때문에 야생 동물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는 곳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새들이 많이 날아들어 아침이면 다양한 새들 노랫소리로 기분 좋은 하루를 시작한다. 이곳은 작은 텃새뿐만 아니라 제부도와 대부도, 궁평항이 그리 멀지 않아서인지 갈매기까지 흔하다. 

계절 따라 각기 다른 철새도 많이 날아드는데, 어릴 때 산촌 고향에서나 들을 수 있었던 구성진 부엉이 노래도 가을이 깊어지면 가끔 들려 와 추억까지 끌어주니 참 좋다.

나는 자연 그대로의 풍경을 무척 좋아한다. 그래서 카페 동향엔 큰 창을 두 개 만들고 남향은 아예 모두 유리벽으로 밖이 훤히 보이게 했다. 깨끗하게 잘 닦인 유리창은 맑고 투명하여 밖의 풍경을 그대로 볼 수 있어 너무 좋다. 

그러나 그것이 인근에 터전을 마련해 살고 있는 조류들에게 때론 큰 재앙을 줄 수 있음을 나는 생각하지 못했다. 작년 가을걷이가 끝나갈 무렵 한 손님이 “동창 바깥에 비둘기 한 마리가 죽어 제가 멀리 치웠습니다.”라고 했을 때만도 왜 이런 곳에 비둘기가 죽어 있지만 생각하고, 그냥 수명을 다한 비둘기가 멀리 날아가지 못했나보다 정도로만 여겼었다. 

그런데 올겨울이 시작될 무렵 또 다른 어떤 손님이 카페에 들어오며 “밖에 까마귀 한 마리가 죽어있어 사장님 무섭고 치우기 곤란할 것 같아 치웠습니다.”라고 했다. 

사람이 살아가는 삶에 누군가에겐 동경의 대상이 때론 또 다른 그들에겐 생사를 가르는 재앙일 수 있는 것을 간과하지 못하고, 마냥 내가 좋아하는 것에만 치중한 까닭에 안타까운 희생이 생긴 것이다. 

며칠 동안이나 찜찜하고 개운하지 못한 마음이 아팠다. 망설일 것 없이 생각한 것을 실천하기 위해 나는 문구점에서 필요한 것을 서둘러 사 커다란 검은 독수리를 만들어 동창에 붙였다. 남창엔 또 무엇이 어울릴지 생각하다 블라인드를 걸고 사이사이에 말린꽃으로 장식하고 바람개비도 만들어 붙였다. 그랬더니 더 이상 새들이 창을 향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게 되었다. 나의 마음이 움직인 작은 손놀림으로 새들의 위험을 줄일 수 있어 다행이라 여긴다.

 비록 예전에 비해 좀 덜 깔끔하고 바깥 풍경은 가려지는 부분이 있지만, 그것이 소중한 생명보다 우선일 수는 없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창을 볼 때면 나도 모르는 흐뭇한 미소를 저절로 지으며 감사하게 된다. 

생과 생 사이 어떤 무엇은 박제될 수 있겠지만 누군가의 작은 배려로 또 다른 누군가의 존엄이 지켜질 수 있다면 우리는 그것이 무엇이든지 새로운 어떤 시도는 해야만 하는 것일지도 모르는 것이 삶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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