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허브티앤푸드연구소
사단법인 국제건강차문화원
▲계화(桂花)
10월의 따듯한 남쪽지방의 가로수길을 지나다보면 포근하고 달콤한 향기에 취해 우리의 후각을 자극하고 기분까지 한 없이 좋아지는 나무가 있다.
제주에는 금목서와 은목서의 꽃향기가 가을의 매력을 잔뜩 뽐내며 관광객들에게 가을향기를 자아내느라 여념이 없다.
계화는 목서(Osmanthus fragrans Lour.)라고 하는 물푸레나무과의 꽃을 말한다. 흔히 은계 또는 은목서라고 불리며 꽃은 연한 노란빛을 띤 아이보리 색상이다.
사실 국립생물자원관에 따르면 은목서(Osmanthus asiaticus)는 목서(Osmanthus fragrans)와 구골나무(O. heterophyllus)의 잡종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또 금목서는 (Osmanthus fragrans Lour. var. aurantiacus Makino)의 학명이며 단계(丹桂)라고도 하는데 자세히 보면 등황색의 빛을 띄고 있다.
향기는 은목서꽃이 조금 더 신선하고 발랄한 크림향이라면 금목서의 꽃향기는 좀더 진하고 그윽하며 포근한 향이라고나 할까! 필자가 느끼기에는 금목서의 향이 더 오래 머무는 듯 하다. 실제로 목서꽃은 만리향이라는 이명도 있듯이 유명한 샤넬 브랜드의 고급 향수에 들어가는 원료이기도 하다.
목서는 상록 관목 또는 소교목으로 암꽃과 수꽃이 따로 피는 암수딴그루이며 꽃의 지름이 5mm정도로 많은 꽃이 매달려 있다.
중국에서는 바로 이 목서를 계수(桂樹)나무라고 부른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달나라의 계수나무는 목서를 이야기한다.
일본과 거문도, 제주에는 박달목서(Osmanthus insularis Koidz.)가 자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한방에서 계화꽃의 성미는 新,溫하고 平肝, 煖胃하며 胃脘의 寒痛에 좋으며 化痰, 散瘀의 효능이 있다.
현대의학적으로는 담음으로 인한 해수나 천식을 치료하며 대변에 피가 섞이는 이질에 효과적이며 구취증상과가래를 삭이며 스트레스와 심신안정, 불면, 어혈을 없애는 데에도 효능이 있다.
방향성의 물질을 많이 함유하고 있는데 γ-decalactone, α, β-ionone, linarlool 등이 주 성분이다.
계화는 우리나라보다는 중국에서 널리 알려진 꽃으로 약선에도 응용하며 녹차나 우롱차에 블렌딩을 하여 계화홍차, 계화우롱차 등 대만의 차가 유명하다.
꽃으로는 술을 담가 마시기도 하고 젤리나 양갱 등 다양한 티푸드로 응용이 가능하다. 중국에서 목서잎은 차 대용으로 마시기도 하며 기침·가래를 삭이고, 중풍 또는 버짐치료·치통·구취제로도 활용했으며 목재는 단단하고 치밀하다. 또 계화자(桂花子)라고 하는 작은 타원형의 작은 열매를 맺는다.
특히나 금목서꽃은 혈압이 낮거나 몸이 차가워서 일어나는 한(寒)증의 병증에 효과적이라고도 한다.
꽃이 한창 귀한 시기에 목서꽃은 우리에게 귀한 존재가 아닐 수 없다. 필자는 계화우롱을 특히나 좋아하는데 누구라도 이 차를 마시면 향긋한 꽃향기에 빠져 금새 포근한 향에 취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산들바람이 불어 올 때 계화나무 옆을 지나간다면 정말이지 기분 좋은 포근한 향에 저절로 매혹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발걸음도 사뿐사뿐 걸어질 듯 하다. 근사한 향만큼이나 꽃말은 “ 당신의 마음을 끌다 ” , “겸손” 등의 말 이 있는데 향기가 좋아 만리까지 퍼진다는 별명만큼이나 꽤나 끌리는 매력적인 꽃말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 옛날 중국 당나라의 양귀비의 고향은 계화가 흐드러지게 피는 계림이라고 한다. 향기는 인간의 추억을 저장하는 오감영역 중 가장 특징적인 감각으로 프랑스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가 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마들렌의 향이 어린시절의 기억으로 이끌어가는 장면이 있다.
이러한 장면에 근거하여 특정한 냄새가 관련된 기억이나 감정을 소환하는 현상을 프루스트 효과라고 부르고 있다.
향기에 관한 역사는 기원전 3,000년 경의 수메르문명에서부터 시작하고 있다. 히라야먀 노리야키에 따르면 동물은 후각수용체라는 유전자를 모두 가지고 있는데 인간은 821개의 후각수용체의 유전자를 보유하는데 실제 기능하는 것은 약 396개 정도라고 한다.
이에 반해 동물 중 압도적 후각수용체 유전자 보유는 아프리카코끼리이다. 코끼리가 계화향을 맡았다면 과연 어떤 반응이 일어났을까?
독자 여러분들은 어떤 향기에 관한 추억이 있을지 필자는 글을 쓰면서 므흣해진다. 필자가 학위과정을 하고 있는 지역인 익산의 가을나무들도 점점 붉게 물들어가고 있고 차를 평소에 좋아하시는 교수님댁에 초대를 받아 간적이 있는데 그 주택 맞은편 은목서 향기가 너무나 좋더라는 지인분의 말씀이 떠오른다. 계화꽃이야말로 누군가의 기억에 단연 떠올리기 좋은 꽃이 아닐까 싶다.
필자의 제주도 근처에 금목서꽃을 얻어 조금 꽃차로 만들어보았다.
향이 너무나 근사하지만 그 안에 보이지 않는 작은 벌레들도 꽃의 향에 취해 꽃의 향연을 벌이지 않을 수 없었는가 보다. 꽃차를 건조하여 보관할때는 각별히 유의해야 할 듯 하다.
제주의 단계화(丹桂花)를 맛보니 달큰함과 향기로움과 포근한 제주의 품이 느껴진다. 양이 아주 적지만 귀한 이가 오신다면 그 귀우(貴友)와 함께 맛을 봐야겠다. 기대하시라!! 필자의 귀우(貴友)는 바로 독자 여러분임을...
필자는 울긋불긋한 11월을 기대하며 독자분들과의 재회를 꿈꿀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