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허브티앤푸드연구소
사단법인 국제건강차문화원
The story of Jang Mi-kyung's One Hundred Flower
◇천일홍
들가나 꽃밭에 관상용으로도 많이 심어져 있는 천일홍은 작은 알사탕 막대를 꽃아 놓은 듯 아름답다.
필자의 약초를 연구하시는 선배님께서 맨드라미와 메리골드, 그리고 천일홍 꽃을 따가시라며 더운 여름날 게으른 필자를 다시금 움직이게 해주시는 것 같아 감사함에 음료를 만들어 꽃차를 할 수 있는 만큼 얻어 왔다. 아뿔싸 저번에 얻은 팔토시를 놓고 올 줄이야!!
사실은 모기에 물려 가려움을 참지 못해 점심이나 빨리 먹으러 가자고 필자가 재촉을 했다.
땅위에 낮게 자라는 토끼풀 흰꽃을 닮은 것 같기도 하고 연분홍 사탕과 진분홍의 사탕이 마치 장난감 나라에 와 있는 듯 동심을 자아낸다.
천일홍(天日紅)은 꽃이 1000일 동안 퇴색하지 않는다하여 천일홍이라 부르며 비름과의 한해살이풀로 학명은 Gomphrena globosa L.이다.
원산지는 열대 아메리카 및 아프리카, 오스트레일리아와 아시아 등 약 100여종 이상이 있다고 한다.
또 다른 이름으로는 천년홍(千年紅), 여송국(呂宋菊), 장생화(長生花), 곤수화(滾水花) 등의 이름이 있고 북한에서는 천날살이풀로도 불려진다.
꽃은 주로 절화용(切花用) 또는 건조화(乾燥花)로 이용이 되며 7-10월에 피며 붉은색, 연분홍이나 흰색 등이 피고 꽃은 꽃잎이 없으며 줄기에는 붉은색, 분홍색, 오렌지색, 흰색의 포(苞)가 대신 달린다.
한방에서는 화서 또는 전초를 약용하며 전초에는 gomphrenin Ⅰ,Ⅱ,Ⅲ,Ⅴ,Ⅵ 및 질산 환원 효소, 아질산 환원 효소, 글루타민산 탈수소 효소가 함유되어 있으며 종자에는 지방유가 함유되어 있다. 성미는 달고 평하고 약간 짜며 평하다고 기록하며 어떤 자료에는 약간 싱겁다고도 한다.
간열(肝熱)을 淸하게 하고 울결된 것을 풀어주며 기침을 멈추게 하여 천식을 안정되게 하는 효능이 있다.
또 두풍(갑작스런 두통증), 목통(目痛), 명목(明目), 천식 해수, 이질, 백일해, 소아 경풍, 瘡傷(창상), 나력 등을 치료하는데 꽃이나 전초를 달여서 적당량 복용하거나 외용으로 찧어서 바르거나 달인물로 씻는다.
특히, 천일홍의 전초로 만성 기관지염의 치료에도 쓰인 임상 보고가 있다. 이렇게나 많은 효능이 있었다니 오랜 생명력 만큼이나 기특한 꽃이다. 천일홍은 수색이 아름다워 꽃차소믈리에들이 애호하는 꽃이기도 하다.
수색이 예쁘고 제다(製茶)하기도 비교적 손쉽고 선물하기는 좋지만 아직 식품으로 등록이 되어 있지 않아 조금은 아쉽다. 맛은 약간 달지만 알싸한 향이 코끝을 찌르고 목넘김이 청량하게 느껴진다.
또 약간의 감자를 쪘을 때의 익은향이 올라오기도 한다. 분홍의 수색이 예뻐 유리에 우리면 힐링하기에도 좋고 작은 유리잔에 꽃장식을 해도 집안 분위기를 한 껏 올릴 수 있는 일석 삼조의 꽃이라 할 수 있다.
꽃차를 만지면 포슬포슬한 종이 질감이 만져지는 듯 하고 꽃이 잘 분리되어 알알이 쪼개어 병에 담아 다양한 용도로도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차이기도 하다.
차가운 아이스에 레몬을 넣으니 맛이 귀여운 모양의 꽃만큼이나 괘 근사하다. 다양한 별명을 가지는 꽃만큼이나 오랫동안 피어있는 꽃은 옛날 어느 한 가난한 부부의 해피엔딩 전설이 전해져온다.
결국은 가난함에 멀리 돈을 벌러 나간 남편을 오랬동안 사랑으로 기다려 온 결과 부와 함께 행복한 결말이 있는 사랑의 전설이다. 누가 전설을 자아냈는지는 모르지만 해피엔딩 결말이라 기쁘다.
그래서 꽃말이 변치 않는 사랑, 매혹, 변하지 않는다를 의미하는 것 같다. 요즘 같이 급변하는 시대에 변하지 않는다는 말은 남녀간의 사랑만이 아닌 친구의 우정이나 동기간 또는 다양한 관계들 속에의 의리가 아닐까 필자는 생각해본다.
꽃들 저마다 의미하는 말들과 함께 꽃들의 생김새도 닮아 있는 듯 하다. 무더운 여름은 알싸한 천일홍 한잔으로 에어컨을 켜고 있는 우리들에게 필요한 차(茶)일 듯 싶다.
필자는 끝으로 추사(秋史) 김정희 선생의 제자인 이상적의 다시(茶詩)를 독자분들과 함께 감상해보려 한다. 김정희 선생은 제주 유배시절에 너무나 유명한 그림인 세한도(歲寒圖)를 진정한 의리를 지켜준 고마움의 표시로 제자에게 선물하시며 자신을 대하는 한결같은 마음에 감격하여 그려 보낸 작품이라고 알려져 있다.
문득 논어(論語)에 자한(子罕)편에 歲漢然後知松柏之後凋(세한연후지송백지후조)라는 글이 떠오른다. ‘겨울이 되어서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비로소 시들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는 내용이다.
필자는 독자 여러분들과 함께 이상적의 시(詩)를 감상하며 다음 꽃차와의 이야기를 찾아 또 다른 꽃과의 인연을 기대한다.
挹茶(읍차) - 찻물을 뜨다.
藕船 李尙迪(1803∼1865) 우선 이상적
小盌挹茶水(소완읍차수) 작은 잔으로 찻물을 따르니
千漚何蕩發(천구하탕발) 어찌 그리 많은 거품이 일어나는지
圓光散如珠(원광산여주) 둥글고 빛나는 구슬처럼 흩어지고
一珠一尊佛(일주일존불) 구슬마다 한 분의 부처님 있네.
浮生彈指頃(부생탄지경) 덧없는 인생 손가락 튕기는 찰나인데
千億身怳惚(천억신황홀) 천억의 몸이 하물며 황홀하랴
如是開手眼(여시개수안) 천수천안 열리는 것이
如是分毛髮(여시분모발) 마치 머리털이 나뉘는 듯 하구나.
悟處齊點頭(오처제점두) 깨달음의 곳에서 문자는 사라지고
參時同竪拂(참시동수불) 참선할 동시에 부처가 선다.
誰師而誰衆(수사이수중) 그 누가 스승이고 제자이던가
無我亦無物(무아역무물) 아(我)가 없는데 물(物)이 있겠는가.
茫茫恒河沙(망망항하사) 아득한 항하사(恒河沙) 같은 중생들
普渡非喚筏(보도비환벌) 제도하는 데에 꼭 뗏목을 부를 필요 없구나.
泡花幻一噓(포화환일허) 거품 꽃 같은 인생 한번 부는 그림자요
空色湛片月(공색담편월) 공(空)과 색(色)의 이 세상이 한조각 달과 같다.
三生金粟影(상생금석영) 삼생(三生)의 금속영(金粟影)의 그림자이니
坐忘何兀兀(좌망하올올) 좌망(坐忘)함의 때라도 어찌 올올(兀兀)할 수 있으랴
萬緣了非眞(만연료비진) 만 가지 인연이 참됨이 아닌 줄 깨달아
焉喜焉足喝(언희언족갈) 무엇을 기뻐하고 무엇에 화를 내랴.
經傳陸羽燈(경전육우등) 경전(經傳)에서는 육우의 가르침을 전하고
詩呪玉川鉢 차시(茶詩)로 시가(詩歌)에서는 노동의 법기를 노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