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경 칼럼](31)백가지꽃이야기... 봉선화(鳳仙花)
[장미경 칼럼](31)백가지꽃이야기... 봉선화(鳳仙花)
  • 뉴스N제주
  • 승인 2023.11.26 03: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詩)인
한국허브티앤푸드연구소
사단법인 국제건강차문화원

▲봉선화(鳳仙花)

한라산 1100도로를 올라가는 제주의 아침에 가을마실을 잠깐 다녀왔다. 관음사를 올라가는 도로 옆 나무들은 붉으스름하게 익어가는 나뭇잎과 노란잎, 초록색 상록의 잎들이 한데 어울려 싱그러운 한라산 자락의 공기를 필자에게 선사한다.

한라산 더 높은 곳을 올라가야 예쁜 단풍색을 감상할 수 있을 듯하다. 손톱에 어여쁘게 물을 들이던 봉선화의 색은 가을의 여린 단풍을 닮았다. 봉선화는 Impatiens balsamina L. 의 학명을 가진다.

흔히 봉숭아라는 친근한 이름으로 중국, 인도 등이 원산으로 무환자나무목 봉선화과의 한해살이풀이다. 단풍이 늦게 물드는 제주의 늦가을에도 봉선화가 아직 피어 있다. 한여름에 지친 더운 날에도 관심을 가지고 봐왔었는데 아직도 색색의 꽃이 피고 지고 하고 있다.

장미경 사)국제건강차문화원장
장미경 사)국제건강차문화원장

어릴적 독자 여러분들도 봉숭아꽃과 잎으로 손톱에 예쁘게 치장해 본 기억들이 있지 않으신가!! 손톱에 물을 들인 이유는 미용의 의미도 있겠지만 액땜이나 해로운 질병을 예방한다는 민간신앙의 의미도 포함된다.

또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첫눈이 오기전에 손톱에 봉숭아 물을 들인 자국이 남아 있다면 첫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스토리가 전해진다. 꽃은 주로 7∼8월에 붉은색, 흰색, 자색 등 여러 가지로 피며 타원형의 열매안에 많은 씨가 들어있다.

한방에서 본초강목에 의하면 꽃의 성질은 따듯하며(溫), 맛은 달고 미끄럽기도(滑)하며 무독(無毒)하여 풍을 제거하고 혈을 잘 순환시키며 통증완화와 부기에 도움을 준다.

꽃은 안토시아닌을 함유하는데 cyanidin, delphinidin, pelargonidin, malvidin이 분리되었고 kaempferol, quercetin등의 성분을 함유하고 있다.

봉선화 차
봉선화 차

씨앗은 급성자(急性子)라고 하며 약간 쓰고(微苦), 성질은 따듯하고(溫), 소독(小毒)하며 간(肝), 폐(肺)로 귀경한다. 성질이 급하여 급성자라는 이름인데 털이 달린 복숭아씨앗처럼 생겼다.

파혈(破血), 소적(消積), 연견(軟堅)하는 효능이 있다. 또 무월경이나 식도암, 목구멍에 뼈가 걸려 내려가지 않는 증상을 치료한다고 기록하고 있다. 난산에 태를 나오게 하고, 구규(九竅)를 통하게 하고 덩어리가 진 것을 삭이며, 열격을 풀어 주고, 걸린 뼈를 내려가게 하며 뼈에 잘 침투하여 투골초(透骨草)라고 하기도 한다.

주의할 점은 뼈를 투과할 정도이니 쉽게 치아를 손상시켜 약용할 때는 치아가 닿지 않게 하여야 한다고 한다. 씨앗이 없을 때에는 뿌리를 약용하기도 하였다.

유명한 트로트 가수의 노래 가사에도 봉선화 씨앗의 성질을 잘 드러내고 있지 않은가. 누구나 한 번 쯤은 가시나 잔뼈가 목에 걸려 곤란을 겪은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연견하는 작용으로 인해 가시가 많은 생선요리를 할 때 쓰이기도 하였다.

조선시대의 화암수록에는 봉선화를 화목구등품 중에 8등으로 기록해 놓았는데 기록을 보면 고려 충선왕 때 손톱에 봉선화를 물들인 궁녀에 대한 이야기가 있는 것으로 보아 예전부터 봉선화를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름은 전설의 봉황을 닮아 봉선화라 명하였다고 하는데 길가에 흔히 널린 이 성질 급한 식물은 너무나 귀한 존재가 아니었던가! 꽃말은 “나를 건드리지마세요”, 신경질 등의 의미가 담겨 있는데 앞의 말이 급성자인 씨앗의 성질과 상통하지 않을까 싶다.

봉선화 차
봉선화 차

꽃차로 만들어 마셔보았는데 달달한 맛이 있고 꽃이 너무나 얇아 열을 오래 가하면 쉽게 꽃이 망가져서 주의하기 바란다. 다양한 색상의 꽃을 차로 만드는 재미가 있다.

봉황 닮은 꽃을 필자가 언제 이리 많이 접하겠는가. 귀하신 봉선화에게 감사를 드린다. 필자의 주위에 피어주어서 고마운 연(緣)이 되었다.

우리의 일상 근처에는 흔하지만 귀한 꽃들이 너무나 많은 것 같다. 자연의 섭리는 정말 놀라운 듯 하다. 우주에 모든 살아있는 존재들이 공감하는 단 하나는 숨을 쉬고 있다는 것이다.

봉선화 차
봉선화 차

숨을 쉬며 이 세상에 첫 발을 내딛었고 숨을 쉬지 않게 되는 날 누구든 다시 세상으로 돌아가 또 다른 숨결로 태어날 준비를 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니 바쁘게 쫓기던 마음도 잠시 여유로워질 것 같은 필자의 지금 생각이다.

숨 쉬는 이 순간 봉선화 차를 마시며 자연에게 다시 한 번 살아 숨쉬는 모든 존재에게 숨을 쉬며 함께 공존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경이로움을 표한다. 필자는 2023년의 12월에 독자 여러분들과 다시금 만나기를 기대한다.

봉선화 차
봉선화 차
봉선화 차
봉선화 차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