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수 감독의 아침 노트]과부의 두 렙돈
[이만수 감독의 아침 노트]과부의 두 렙돈
  • 현달환 기자
  • 승인 2024.03.30 09: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만수 전 SK 와이번스 감독
헐크파운데이션 이사장
2022.12. 프로야구 스포츠서울 올해의 상 시상식 올해의 공로상
이만수 감독 부부
이만수 감독 부부

성경 마가복음 12장 41 - 44절의 가난한 과부의 헌금에 대한 예수님의 말씀은 다음과 같다.

41절 예수께서 헌금함을 대하여 앉으사 무리가 어떻게 헌금함에 돈 넣는가를 보실새 여러 부자는 많이 넣는데 42절 한 가난한 과부는 와서 두 렙돈 곧 한 고드란트를 넣는지라 43절 예수께서 제자들을 불러다가 이르시되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이 가난한 과부는 헌금함에 넣는 모든 사람보다 많이 넣었도다 44절 그들은 다 풍족한 중에서 넣었거니와 이 과부는 그 가난한 중에서 자기의 모든 소유 곧 생활비 전부를 넣었느니라 하시느라.

현장을 떠난지 어느덧 10년이 넘어간다. 지난 10년 동안 인도차이나반도인 라오스와 베트남 그리고 캄보디아로 내려가 야구를 보급하고 또 대한민국 전국을 돌며 재능기부 했다. 내가 이렇게 대한민국 방방곡곡과 해외로 다니면서 재능기부 하는 것을 보면서 혹자는 이만수가 그동안 프로야구 하면서 많은 돈을 축적해 놓아 이렇게 재능기부를 할 수 있다고 이야기 하곤 한다.

성경에 나오는 과부처럼 나 역시 내 생활비의 많은 부분을 재능기부를 위해 써왔었다. 그 후 헐크파운데이션 재단 창립 후 재단의 공공사업을 위해 노력하시는 많은 동료들이 없었다면 나도 이렇게 오랜 시간동안 재능기부를 할 수 없었을 것 같다.

1년 정도는 많은 돈을 지출해가며 재능기부를 할 수 있을지 모르나 꾸준하게 지속하는 것은 절대 쉽지 않다는 것을 지난 10년 동안 재능기부 하면서 많이 경험했다. 물론 말은 쉽고 멋지게 보일지 모르나 자기 것을 모두 내려놓고 재능기부 한다는 것이 절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님을 깨달았다.

이렇게 10년 넘도록 꾸준하게 대한민국 전국과 해외로 다니면서 재능기부 할 수 있었던 것도 넉넉하지 않는 형편에서 계속 야구를 위해 뛰어달라는 재단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비록 몸이 피곤하고 힘이 들어도 그동안 꾸준하게 기부해준 우리 재단의 식구들의 사랑과 헌신으로 인해 포기하지 않고 지금까지 재능기부 할 수 있었다.

나 또한 처음에는 '왜 재능기부 같이 우리 야구인이 꼭 해야하고 또한 본인에게도 좋은 일을 하지 않느냐'며 후배들이나 선배님들 그리고 가까운 지인들에게 이야기 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지금까지 해온 일들을 되돌아 보면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본인들의 안정된 생활이 뒷받침 되지 않는다면 생각에 불과할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처자식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고 또 본인의 미래에 대해서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모든 것들이 제대로 충족이 되었을 때 자기 시간 아껴가며 재능기부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성경에 예수님께서 가난한 과부의 헌금에 대한 말씀이 나온다. 

과부의 헌금처럼 재능기부 하다보면 넉넉해서 또 시간이 되어서 또 재능이 많아서 재능기부 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의 재능기부 10년에는 대부분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다.

경제적으로 넉넉해서, 시간이 많아서, 유명해서, 재능기부 하는 것보다 과부의 두 렙돈처럼 생활하기도 빡빡한 가운데에서도 의미있고 좋은 일에 동참하고 싶어 함께 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이들과 함께 하면서 알게 된다.

지금도 이름 없이 빛도 없이 묵묵하게 나와 함께 하는 수많은 사람들로 인해 나는 오늘도 감사하며 대한민국 전국을 누비며 재능기부하고 또 해외로 다니면서 열악하고 야구를 제대로 모르는 나라로 들어가 야구를 보급시키고 있다.

이들이 있는 이상 나는 나의 삶이 다하는 그날까지 가난한 두 렙돈을 헌금함에 삶의 전부를 넣은 과부처럼 나또한 나의 삶이 다하는 그날까지 재능기부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