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글 칼럼](33)육십, 그것에 대하여
[현글 칼럼](33)육십, 그것에 대하여
  • 뉴스N제주
  • 승인 2021.11.21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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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수필가

육십, 그것에 대해

           - 초인 현달환

나나이 육십이면 어떤 얼굴일까
정거장 없는 발걸음이 멈춰질까
태어나 마른 꽃잎들이
땅바닥에 짙게 물들인
날마다
어쩜
사는 게 고달프지 않을까
꼭 같진 않겠지만
육십이란 그 매듭에
머뭇거리며 벅차게 목이 멜까
오히려 한숨 쉬는 날이 많아질까
점점 목이 길어지는 태양을
똑바로 보며 살아갈 수 있을까
아쉽게도 설령 두려운 숫자는 아닐까
혹여나 육십이란 두터운 모작에 걸터앉아 
쉬고 있으면 잃어버린 여유가 마냥 찾아올까
육십이란 매듭을 풀어 아래로
더 아래로 내려가면
진정 아름다운 생이 보일까

육십,
아무것도 준비 없이 들어가다
제 발걸음에
넘어지고 쓰러지면
한동안 일어나질 못할까
아니, 다시 일어나 걸어갈 수 있을까

육십,
점점 꼴값할 나이
저기
점점 배시시
다가온다

 

현달환 신임 편집국장
시인 현달환 

흔히, 60이란 나이는 까마득한 나이였다.
어릴 적에 60이란 나이는 할아버지라는 개념이 강한 그야말로 생각할 수 없던 나이였다. 그런데 요사이는 주위에 60이란 나이는 청춘이란 이름으로 불러도 좋을 그런 삶을 사는 분들이 아주 많다.

그런 60이 주위에 다가오면서 우리는 인생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60이란 나이는 정말 내 앞에 오고 있지만 그런 준비를 안 하고 맞이하는 기분은 정말 가슴이 철렁할 것이다.

아이들의 뒷바라지를 하다가 정작 본인의 준비는 전혀 하지 않은 상태에서 맞이하는 60이란 숫자는 기분이 묘할 것이다.

아직 몇 년이 남아 있는 60이란 나이를 생각해본다. 어느 날 지인知人인 형이 ‘나도 내년에 60’이란 말에 주위에서 다들 놀랄 정도로 경락했던 일이 있었는데 그냥 과거의 기억 속에만 남아 있기를 바라는 습성이 분명 있다.

지금은 장수의 시대라서 60이란 나이가 어쩌면 인생의 절반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이 기회에 다시 한 번 재점검해보는 시점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 60은 거저 우리에게 주는 것이 아니다.

그 60안에는 눈물과 땀, 사랑과 애환 등 수만 가지의 만감이 교차되는 감정이 숨어 있을 것이다. 그래서 함부로 60이란 숫자를 평가해서도 더욱 안 되고 비하해서도 안 될 것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60갑자는 10개의 천간(天干)과 12개의 지지(地支)로 이뤄졌다. 10간(천간)은 갑(甲), 을(乙), 병(丙), 정(丁), 무(戊), 기(己), 경(庚), 신(辛), 임(壬), 계(癸)인데 하늘의 시간을 나타낸다.

12지(지지)는 땅을 지키는 12마리의 동물을 뜻하며, 자(子, 쥐), 축(丑, 소), 인(寅, 호랑이), 묘(卯, 토끼), 진(辰, 용), 사(巳, 뱀), 오(午, 말), 미(未, 양), 신(申, 원숭이), 유(酉, 닭), 술(戌, 개), 해(亥, 돼지) 순서로 온다.

간지는 10개의 천간과 12개의 지지가 순서대로 맞물려서 ‘갑자’, ‘을축’, ‘병인’, ‘정묘’ 등과 같이 읽으며, 처음으로 되돌아오기까지가 60년이 걸린다. 그래서 예로부터 우리는 태어난 지 60년이 지나서 맞는 61세의 생일을 ‘회갑’이라고 부르며 자신이 태어난 해의 갑자를 다시 맞이하게 되는 기념으로 크게 잔치를 했다.

우리의 삶이 이 60이란 숫자를 넘기지 못하고 숨을 거두는 일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 갑자기 잠을 자다 일어나지 못하는 현상들이 요즘은 꽤 많이 발생하고 있다.

스트레스가 원인이라고 한다. 그 스트레스는 어떤 모습으로 다가오는지는 모르지만 여하간 건강에는 굉장히 안 좋은 감정이다.

나는 60이라는 숫자를 경건하게 바라본다. 나도 그 나이 가끔 빨리 돌아왔으면 하고 생각도 해본다. 아이들이 어리면 빨리 자라서 독립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래야 편히 쉴 수도 있을 나이라서 그렇다.

준비하는 삶은 아름답고 의미 있는 시간들이 될 것이다. 이제는 조금씩 준비를 해두는 시간이다. 안녕이라는 말도 알아보고 사랑이란 말도 먼지 속에서 털어 가슴에 담아 놓을 필요가 있다.

시간이 많은 것을 변하게 하겠지만 그래도 준비하지 않고 맞이하는 60이란 숫자는 크게 다가올 것이다.

젊다고 생각하면 젊고 늙었다고 생각하면 늙는 나이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마음을 가다듬는 그런 행사를 해볼 필요가 있다.
60이란 의미, 인생에서 가장 숙성된, 가능성이 아주 큰 나이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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