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충석의 자전 에세이 칼럼](10) 젊은이, 세상을 준비하다... 군복무 시절 읽은 책들
[고충석의 자전 에세이 칼럼](10) 젊은이, 세상을 준비하다... 군복무 시절 읽은 책들
  • 현달환 국장
  • 승인 2024.03.23 13: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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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이 만난 제주사람, "아, 반갑수다!"
고충석 자전 에세이' 어느 행정학자의 초상'
고충석 전 제주대학교 총장의 인생 스토리
고충석의 자전적 에세이 '어느 행정학자의 초상'
고충석의 자전적 에세이 '어느 행정학자의 초상'

제주대학교 제7대 고충석 총장의 자전적 에세이 칼럼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젊은이, 세상을 준비하다. 이번 장은 그야말로 대한민국을 이끈 여러 명사들과의 인연을 서술했다.

특히, 고충석 총장의 에세이를 통해 우리는 '문화접촉'을 할 수 있음에 매우 흥분이 되었다.

고 총장의 인생은 60년생 이후 겪어보지 못했던 시절을 음미해 보는 중요한 자료라고 생각된다. 그래서 고 총장이 걸어온 길이 굉장히 흥미롭고 제주의 섬소년이 어떻게 총장까지 올라갔는지 그의 행보를 우리는 흥분된 마음으로 접해 보는 것이다.

이번 장은 고 총장의 군대 시절읽은 책들에 대한 내용이다.

남자끼리 모이면 누구나 군대 이야기가 단연 주요 메뉴다. 이번 장은 고충석 총장님의 군대 시절 이야기다. 

고 총장은 군대시절 읽었던 책 중에서 제일 관심 가졌던 분야는 자서전이나 인물 평전이었다고 토로했다. 이 분야의 책을 수십 권을 탐독했을 정도로 자서전이나 인물 평전에 탐독했다.

"행동은 검소하게, 꿈은 고상하게 꾸면서, 그렇게 늙어가고 싶다"고 말하는 고충석 전 총장의 자전적 에세이를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응원과 필독 바랍니다[편집자 주]

10번 째 이야기 : 젊은이, 세상을 준비하다
군복무 시절 읽은 책들

사실, 군 복무기간 동안 공부도 조금씩 하기 시작했다.

군대 간다고 노정현 선생님께 인사 갔더니 행정학 원서 두권을 주면서 틈나는 대로 읽어 보라셨다.. 행정학 고전인 체스터 버나드 Chester Barnard의 「The Function of Executive」와 또 다른 한 권이었는데 이 책 제목이 지금은 기억이 나지 않은다.

서울에 있는 지인도 영어 공부하라고 미국의 시사주간지 ‘Time 지’를 매주 붙여주었다. 그 때 타임지를 열심히 읽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후회가 막급하다. 그 외에도 비교적 많은 책을 읽으려고 노력했다.

아마 내가 제일 관심 가졌던 분야는 자서전이나 인물 평전이었다. 이 분야의 책 수십 권을 탐독했을 것이다.

고충석 전 제주대학교 총장
고충석 전 제주대학교 총장

특히 혁명적 인물에 관한 책들을 많이 읽은 기억이 난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레닌, 김일성, 모택동 등에 관한 책들이 생각난다.. 시인으로서 조국에 대한 부채의식 때문에 늘 괴로웠던 사나이 윤동주 등 아름다운 분들에 관한 책도 읽었다.

우리나라 근대사에서 실패한 역사에 등장하는 구한말 개화파에 관한 책들도 들여다봤다. 개화파에게 영향을 주었던 이동인, 유대치, 오경석과 그 문하생들인 갑신정변의 주동자 김옥균, 서재필, 박영효 등에 관한 책들도 읽었다.

녹두장군 전봉준 재판에 대해서도 읽은 기억이 난다. 전봉준이 관군에게 붙잡혀 재판을 받았다. 그 재판장이 갑신정변 주동자의 한 사람인 서광범이다. 역사의 아이러니다. 전봉준의 일갈, “나는 패장이니 너희 놈들에게 재판받을 필요가 없다. 어서 목을 쳐라”라고 기염을 토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이승만, 김구, 한용훈 선생의 평전이나 조봉암 등 민족적 공산주의자들에 관한 책도 읽었다. 러셀(Russel)의 ‘서양철학사상사’도 몇 번 읽었는데 비교적 쉽게 쓰인 책임에도 이해 못 하는 부분이 많았다.

그러나 철학을 이해하는데 그런대로 조그만한 지평을 열어준 것은 사실이다. 최문환 선생이 쓴 ‘한국 민족주의 전개 과정’도 당시 민족주의에 관심이 많았던 나에게 많은 인식의 틀을 넓혀 주었다.

군 복무기간은 명암이 교차한 시간이었지만 그런대로 행복한 군 생활이었다. 군 생활 당시 같이 했던 세칭 골빈 당은 가난한 젊은이들의 모임이었지만 따뜻한 마음을 나눴던 우리들만의 천국이었다. 군 생활을 마치고 다시 서울로 올라가야만 하는 때가 이르렀다.

재미 시인 박남수는 그만둘 직장도 없는 정년퇴직의 나이에 미국 이민을 떠나는 자신의 신세를 ‘눈 없는 전차처럼 굴러볼 것인가(사슴의 관 중에서) ’라고 탄식했다.

아버님의 재정적 뒷받침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서울로 다시 가서 굴러 봐야 할 처지를 생각하니 매우 씁쓸한 기분이 엄습해 왔다.

서울 생활을 잘할 자신이 별로 없었다. 그러나 서울로 다시 올라가야 한다는 당위는 절대로 수정할 수 없는 나와의 약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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