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재학 中
대학원 가는 길
우리 집 앞 정류장에서 서서 5분에서 10분 가량을 기다리면 학교로 가는 버스가 도착한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자리는 버스 출입문 바로 옆에 있는 우측 맨 앞자리이다.
열 번 중 대여섯 번의 확률로 그 자리에 앉곤 하는데, 커다란 버스 창문으로 보는 서울 풍경이 참 아름답다.
코스는 늘 같다.
서울역 환승센터를 지나 회현역을 지나고 명동과 충무로로 이어지는 길은 바라만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을 선사한다.
명동으로 가는 이 버스에는 외국인 관광객이 종종 타는데, 무거운 짐을 갖고 있으면 자리를 양보하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부녀로 보이는 외국인들이 두 칸 좌석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잠시 쳐다보다가 이내 시선을 풍경으로 돌린다.
정류장 인근에는 음식점과 핸드폰 가게가 들어선 단층 점포들이 있고 그 뒤편으로는 고층 빌딩들이 즐비한다.
서울의 현대적 모습과 옛 모습이 묘하게 섞인 이 거리를 보며 옛 서울 시민들이 어떻게 살았을지를 생각 해보았다.
종로, 을지로에 있는 회사에서 열심히 일을 한 뒤 동료 혹은 친구들과 한 잔 걸치기 위해 골목에 있는 노포로 들어가는 모습, 새로 태어난 아기의 옷을 사주기 위해 남대문에 있는 아동복 거리를 돌아다니는 부모님의 모습까지.
어른들의 이야기로만 전해들었던 이야기를 창문 밖 거리 위에 나름대로 재현해 본다.
그렇게 상상의 나래를 펼치다 보면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해 있다.
누군가는 학교 가는 길에 늘상 보는 풍경이 뭐가 그리 좋냐며 의아해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관심과 시선을 바깥에 두고 면밀하게 관찰을 하다보면 풍경이 매일 바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단, 버스 안에 있는 탑승객과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이 다르고 분위기에 영향을 주는 날씨도 다르며 건물 창에 달린 블라인드가 열렸는지 닫혔는지도 그때그때 다르다.
물론 나도 가끔씩은 늘 보던 거리가 지겨워질 때도 있다.
그럴 때면 이어폰을 귀에 꽂고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서울의 거리를 바라본다.
잔잔하고 감미로운 음악이 마음에 덧입혀지는 순간, 세상을 보는 나의 관점도 변화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