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재학 中
며칠 전 오랫동안 친하게 지내왔던 지인과 언쟁 끝에 절연을 하게 되었다.
별로 중요한 이야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상호 간의 의견 차이를 서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끊임없이 반박이 이어졌다.
반박과 재반박으로 지속되었던 대화는 서로에 대한 인신공격으로 변질되었고 결국 소중한 사람 하나를 잃게 되었다.
토론을 이기는 것보다 관계를 지키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말을 금과옥조로 삼아 수시로 되내이고 살았지만, 귀신에 홀린 듯 지인과 싸우게 된 나를 보면서 사람은 그리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말이 떠올랐다.
지인과 헤어진 후, 몇 시간 동안 대화를 곱씹으며 개선할 점을 고민했던 것 같다.
사실, 개선할 점은 고민에 들어간 지 10분도 안 되어서 나왔지만 생각이라는 놈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성격을 갖고 있어서 이미 나온 결론에 사족을 덧붙혔다.
서로가 다름을 인정하고 일이 아닌 이상 의견을 주고받음에 있어서 힘을 빼야겠다는 다짐을 하면서도 과격한 언행을 한 나 자신을 돌아보았다.
그러나 지나친 반성은 나에게 큰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스스로가 부족한 존재로 느껴졌고 삶에 큰 오점을 남긴 것 같은 절망감이 엄습했다.
그렇게 꽤 긴 시간을 스트레스 받고 있던 그때 삶이란 인연따라 흘러간다는 격언이 떠올랐다.
헤어짐이라는 현상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서로의 잘잘못을 알 수 있지만, 큰 틀에서 보면 그저 인연이 다 된 것일 뿐이다.
인연이 다 되었다 보니 싸움이란 현상이 발생한 것이라 생각하니 지금 이 순간이 내 잘못이라기 보단 자연스러운 일처럼 느껴졌다.
마음이 한결 편안해진 것을 확인한 나는 언제 그랬냐는 듯 일상을 소화하기 시작한다.
물론 자신의 과오를 가볍게 여겨 똑같은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예정된 인연이었다고 생각함으로써 마음의 평화를 확보하는 게 더 중요할 때도 있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