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충석의 자전 에세이 칼럼](1)글머리에
[고충석의 자전 에세이 칼럼](1)글머리에
  • 현달환 국장
  • 승인 2024.01.18 20: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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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이 만난 제주사람, "아, 반갑수다!"
고충석 자전 에세이' 어느 행정학자의 초상'
고충석 전 제주대학교 총장의 인생 스토리
고충석의 자전적 에세지 '
고충석의 자전적 에세이 '어느 행정학자의 초상'

제주대학교 제7대 총장을 역임한 고충석 전 총장님과 지난 연말에 만나 식사를 하는 시간을 가졌다.

만남의 장소에 자전적 에세이 '어느 행정학자의 초상'을 갖고 와서는 내게 선물을 줬다. 전체 제목만 보고 내용은 읽어보지 않았지만 섬마을 우도 소년이 제주대 총장에 오르기까지 살아온 세월을 되짚은 기록이었다.

이 책을 통해 고 전 총장님은 "아버지를 떠나보내고 성장을 거쳐 칠순을 보낸 아들로서 아버지의 무덤 앞에 바치는 삶의 보고서라면 보고서이고 내 삶의 흔적이라면 흔적"이라고 소개했다.

이 자서전을 저희 신문에 소개하고자 하니 허락해 주시라는 말에 다른 신문에 글을 쓰는 상황이라 주저했지만 흔쾌히 긍정의 메시지를 답해 새해 들어 제주인 고충석 총장의 일대기를 음미하려 한다.

섬속의 섬 우도에서 태어난 고충석 총장의 삶의 궤적을 따라 지난 일대기를 음미해 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은 예감에 시간을 할애해 보려 한다.

우선 자서 에세이 책은 저자가 세상을 준비했던 유년부터 청년시절 이야기인 '내 젊은 날의 초상화'로 시작됐다.

이어 ▲사회로 나아가다 ▲행정학은 경세지학 ▲제주대학교 제7대 총장이 되어 ▲또 하나의 사명, 이어도 ▲제주대학교를 떠나다 ▲내 나이 여름날 오후 5시 등 총 7장의 구성을 통해 첫 직장생활과 대학 행정의 과정을 서술했다.

특히, 제주경실련 공동대표, 제주발전연구원장, 이어도연구회 이사장 등 다양하게 경험 과정을 기록했다.

고 총장은 글머리에 제주대학교 제7대 총장 임기 4년이 생애 가장 숨 가쁘고 치열하며 온갖 노력을 다했던 시간이었다고 토로했다.

우리들이 '고충석'이라는 제주인의 이름을 기억할 때 가장 빛나는 것은 아마도 제주대 총장 재임시절 이룬 성과들일 것이다.

"행동은 검소하게, 꿈은 고상하게 꾸면서, 그렇게 늙어가고 싶다"고 말하는 고충석 전 총장의 자전적 에세이를 앞으로 매주마다 뉴스N제주를 통해 독자와의 만남을 가질 것이다. 글을 게재하도록 허락해 주신 고충석 전 총장님께 깊은 감사와 감사와 건강을 기원 드립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응원과 필독 바랍니다[편집자 주]
 

글머리에

고충석 전 제주대학교 총장
고충석 전 제주대학교 총장

어느 당나라 시인이 저녁 무렵 울적한 마음으로 언덕에 올라 '석양은 저리도 고운데 아쉽게도 황혼이 오는구나'라는 시를 남겼다고 한다.

아쉽게도 황혼을 맞는 것이 어디 자연뿐이겠는가? 정신 차려보니 내 인생에도 벌써 황혼의 그림자가 서서히 드리우고 있는 심정이다. 그간 살아오는 길에 많은 난관이 있었다.

인생을 살아내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그나마 위로가 되는 건 산다는 것이 나름 아름다운 일이었다는 점이다.

여기까지 오면서 나는 운이 좋아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었고 많은 사람을 만났다. 이러한 경험을 하나의 책으로 엮어 출판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준비 과정이 여의치 못해 만시지탄은 있지만 이제야 책을 내게 됐다.

이 책은 자서전이랄 수도 없고 회고록이랄 수도 없다. 그저 자전적 에세이라고 해두자. 책은 위대한 사람만 내는 것이 아니다.

필부에게도 살아낸 인생은 값진 것이고 소중한 역사다. 그 사람에게 인생은 하나의 우주고 세상 전부다. 글을 쓴다는 것이 어려운 작업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절감했다.

그래서 나는 글 쓰는 사람을 더욱 존경하게 되었다.

먼저 천학비재한 내가 여기까지 오는 동안 고비마다 많은 분들이 나를 도와줬다. 이제는 살아 있는 분들보다 이미 고인이 된 분들이 더 많다. 그분들이 이렇게 일찍 내 곁을 떠나실 줄 알았더라면 살아 계실 때 한 번이라도 더 찾아뵙고 고마움을 표현했어야 하는데 하는 아쉬움이 후회로 남았다.

이 책을 빌려 뜨거운 마음으로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이런 분들이 있어서 나의 인생 향해가 가능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감사할 줄 아는 인생, 너무나 늦게 깨우친 덕목이지만 이제라도 깨우쳤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나는 주로 공적 영역에서 활동해왔다.

기업체에 취업한다거나 기업을 일으켜 사업을 해본다거나 하는 생각조차 한 적이 없다. 그저 공격 영역에서의 삶만을 생각하고 숙명처럼 활동해왔다.

공적 영역에서 운 좋게도 나는 여러 가지 일들을 할 수 있었다. 아마 교수이기 때문에 가능했으리라. 다양한 색채의 일 중에서 정점은 제주대학교 총장을 지낸 일이다.

그래서 이 책에는 총장 재직 중에 했던 일들에 대한 언급이 가장 많이 나온다. 제주대학교 총장을 지낸 분들이 여럿이지만 그분들이 총장시절 수행한 사업에 대해서 본인이 직접 쓴 기록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현평효 총장이 쓴 『되돌아본 세월」 한 권이 있긴 하지만 서술적 기록에 불과하다.

행정학에서는 사례연구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론 형성의 단초를 마련하는 것이 사례연구다. 나는 총장 재임 중에 추진했던 사업들에 대해서 어떤 가치적 전제와 논리를 가지고 이런 일들을 이뤄낼 수 있었는지 사례연구적 차원에서 그 입체적 기록을 남기고 싶었다.

이 책에서 나는 공적 영역에서 활동하면서 그러한 활동이나 사업을 하게 된 이론적 논거를 소박하게나마 천착•설명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사회현상이나 정치현상에 대해서 촌평도 하고 견해도 피력함으로써 나의 정치이념적 좌표를 추론케 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공부가 모자란 나의 생각이고 나의 관점이라는 점을 말해두고 싶다.

내 나이 70대에 접어들고 보니 일모도원이랄까 그런 심정이다. 몸과 마음 은 아직도 쓸 만한데 해는 저물고 갈 길은 먼 시점에 이르렀다. 특히 아직은 젊은이 못지않은데 세월이란 비정한 놈이 나이를 받아들이라고 훈계하는 것 같았다. 그 훈계가 주효해서 이 책이 상재되었다고 할 수 있다.

아버지는 나에 대한 기대가 많으셨다.

우도에서 제주시로 유학을 보내고 서울로 대학을 보내기까지 아버지의 높은 교육열이 없었다면 불가한 일이었다. 안타깝게도 아버지는 제주대학 교수로 부임한 이듬해에 돌아가시고 말았다.

늘 나는 아버지를 생각하면서 살았다. 그래서 내 안에 잠재해 있는 파토스의 지향과는 다르게 타락이나 모험을 할 수 없는 인생을 살았다고 할 수 있다.

아버지가 살아 계셨다면 나의 인생에 대해서 어떤 평가를 내릴지 궁금하다. 어떻든 세월은 유수처럼 흘러서 이제 내가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쯤 나이가 되었다. 아버지의 사랑이 매우 컸었음을 다시 한 번 느낀다.

이 책은 아버지를 떠나보내고 성장을 거쳐 칠순을 보낸 아들로서 아버지의 무덤 앞에 바치는 삶의 보고서라면 보고서이고 내 삶의 흔적이라면 흔적이다.

끝으로 이 책이 출판되기까지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신 여러 분들께 감사를 드린다. 그 함자를 일일이 열거할 수 없지만 그 고마운 정을 나의 가슴속에 오래오래 아로새기는 것으로 대신하고자 한다.
2022년 2월
고충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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