흩어졌던 어둠이 모이는 밤
이슬이 맨발로 걸어 나온다
어린 풀잎에 기대어 눈 감으면
내 안에 잠들었던
어린 시절의 기억들이 깨어난다
어제와 같은
바람이 지날 때마다
나보다 먼저 내 생각을 스캔한다
어디에도 없고 어디에도 있는
침묵의 귀를 열어
그쯤에서 자라지 않는 이야기를 듣는다
찬 이슬로 달려왔다
새벽 종소리로 멀어지는
낯익은 발자국 소리
세월에도 녹슬지 않는 그리움인가
마른 가슴을 적신다
-. 곽인숙의 '시간의 이슬'
[해설]이슬처럼 맑은 시간속에서 우리는 꿈을 꾼다. 오래도록 건강하게 살 수 있기를 기원하면서. 모든 인생은 헤어짐과 만남의 시간으로 이뤄진 결과물이다. 톡톡 떨어지는 이슬과 방글방글 맺혀 있는 이슬의 만남과 헤어짐은 인생과 다를 바 없다.
순간이다.
신이 우리에게 공편한 결과물을 주는 것은 바로 '죽음'이라는 선물이다. 잘난 사람이나 못난 사람이나 때가 되면 쓰러진다. 이슬이 되는 것이다. 맺혀졌다 사라지는 이슬.
그러한 것은 알면 더욱 더 의미있는 삶을 살려고 노력할 것이다. 이슬처럼 다가오는 시간들을 잘 다스려야 하겠다. 방물방물 맺혀있는 왕성한 기운으로 작은 시간들을 채워가며 살아야겠다. 세월에도 녹슬지 않는 열정으로 시간을 메꾸며 살아야겠다[현글]
◆곽인숙 시인
남해 출생
남양주 거주
2019년 시와편견으로 등단
'2022년 신정문학》으로 수필 신인상 등단
시집 '동심원 연가'
신정문학대상, 안정복문학상, 남명문학상
미래시학 신인 문학상
한국시인협회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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