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N아침시](67)곽인숙의 '폭설 내리는 비자림 숲에서'
[뉴스N아침시](67)곽인숙의 '폭설 내리는 비자림 숲에서'
  • 현달환 기자
  • 승인 2022.12.21 23: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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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싱한 꿈은 대체로 푸릅니다 

눈에 파묻혀도
초록으로 파르르 떨고 있는 나무
식물성 웃음이 나를 몽상에 들게 합니다 

숲 속에 피다 만
하얀 눈 꽃봉오리가 
낚아채는 하늘은 웅덩이 같아요 

시간이 흐를수록 깨인 꿈 밖은
파닥거리는 기억들로 멈춥니다 

고향 집 앞마당 동백나무는
때를 예감 못 했는지
사시사철 꽃을 피웠습니다 

계절이 오는 지점에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지 못해
푸르디푸른 모습은 
삭망의 주기를 견디고 있습니다 

우수수 쏟아지는 눈밭 위로
동백꽃이 속절없이 떨어져도
떠밀려 간 꿈자락까지 비자림은 푸릅니다 

설맹이 되도록 눈을 바라보며
비자림의 퇴행성 슬픔에 기대 봅니다

*제주시 구좌읍 비자숲길 55 

-.  곽인숙의 '폭설 내리는 비자림 숲에서'

곽인숙 시인
곽인숙 시인

[해설]제주시 구좌읍에 위치한 비자림은 천연의 숲이다.

이름만 들어도 푸른 냄새가 풍겨오지만 비자나무의 자생지로 다양한 식생이 존재하는 곳이다. 

이곳은 봄, 여름, 가을, 겨울 마다 풍기는 맛이 다 다르다.

시인은 겨울 눈이 온 비자림숲속에서 하얀 세상에서 올곧은 동백의 자태를 보았다.  

동백도 비자나무 숲속에서 기를 못 편다. 무리는 하나의 존재를 그렇게 인정하지 않는다.

인간의 세상에서 무리에 끼지 못하면 퇴장하는 것처럼 동백도 비자림의 숲에서 맥을 못춘다.

그러한 슬픔이 묘하게 오버랩된다.

겨울 폭설에도 꿋꿋하게 피어나는 시인의 마음과 같은 동백을 사랑하자. 추운 겨울앞에서 동백의 뜨거움은 형언할 수 없는 감동을 준다.

자연은 그래서 사랑해야 한다. 비자림도 마찬가지, 우리가 더불어사는 세상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인간도 하나의 나무와 같은 생명체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더불어 사는 것이가 때문이다. [현글]

◆곽인숙 시인

남해 출생
남양주 거주
2019년 시와편견으로 등단
'2022년 신정문학》으로 수필 신인상 등단
시집 '동심원 연가'
신정문학대상, 안정복문학상, 남명문학상
미래시학 신인 문학상
한국시인협회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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