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수 감독의 아침 노트]나의 친구 프랭크 토머스
[이만수 감독의 아침 노트]나의 친구 프랭크 토머스
  • 현달환 기자
  • 승인 2023.04.17 14: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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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수 전 SK 와이번스 감독
헐크파운데이션 이사장
2022.12. 프로야구 스포츠서울 올해의 상 시상식 올해의 공로상
나의 친구 프랭크 토머스
나의 친구 프랭크 토머스

프랭크 토머스 선수는 시카고 화이트 삭스 팀을 대표하는 프랜차이즈 선수였다.

프랭크 토머스는 2014년 명예의 전당(Hall of fame) 투표 후보로 등록된 첫 해에 무려 83. 7%의 득표율을 받아 당당하게 명예의 전당에 입성하게 되었다.

얼마나 덩치가 크고 무시무시한 선수였으면 상대 팀에서 그를 가르켜 '빅 허트'(Big Hurt)라고 별명 지었다. 키가 무려 196cm 몸무게가 125kg 나갈 정도로 거인이다. 이렇게 큰 덩치로 인해 고등학교 졸업할 당시에 야구 선수보다는 미식축구 팀에서 콜을 많이 받았다.

프랭크 토머스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야구와 농구 그리고 미식축구를 번가라 가면서 운동했던 타고난 천재였다. 이미 프랭크 토마스 선수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결국 미식축구 팀으로 유명한 어번 대학교로 장학금을 받고 진학하게 되었다. 그러나 프랭크 토머스 선수는 미식축구 보다는 야구에 더 흥미를 갖고 있어 대학시절 미식축구 보다는 야구에 더 집중하게 되었다. 여기에 대한 스토리는 지금도 미국 사회에서 많이 회자되고 있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1989년 메이저리그 전체 7순위로 시카고 화이트 삭스 팀에 지명을 받고 2005년까지 16년간 시카고 팀에서 선수생활을 했다. 

프랭크 토머스 선수를 처음 만난 것이 2000년 내가 시카고 화이트 삭스 팀에 지도자로 입문했을 때다. 지금도 잊을 수가 없는 것이 2000년 스프링캠프에서 처음 그를 만났다. 이때 시카고 화이트 삭스 스프링캠프장은 애리조나 투산이었다.

한번은 포수들을 가르치고 있는데 프랭크 토머스 선수가 직접 포수 연습장까지 찾아와 펑고 배트를 주면서 골프스윙 해보라는 것이다. 펑고 배트는 선수들이 사용하는 배트보다 조금 길고 가벼운 배트다. 

나의 이야기 해서 죄송하지만 있는 그대로 이야기 하고자 하니 어쩔 수 없이 나의 이야기를 할 수 밖에 없음을 이해해 주길 바란다.

이들 시카고 화이트 삭스 선수들은 이미 나의 소문을 들은 상태였다. 특히 프랭크 토머스 선수는 홈런 타자이다보니 나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졌던 모양이다. 

펑고 배트를 주면서 한번 골프 스윙하라고 해서 했더니 두말도 하지 않고 놀라면서 돌아오는 자선골프대회가 있으니 10불 내라는 것이다.

왜 10불을 내야 하느냐? 했더니 자선골프 할 때 메이저리그에 소속 된 선수들이나 프런트 그리고 참가하는 모든 선수들이 10불 걸어서 가장 멀리치는 '롱기스트(Longest)' 친 사람이 다 갖는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마이너리그 선수들이나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스프링캠프 때나 시즌 때 이런 내기를 할 때가 종종 있다. 

지금도 잊을 수가 없는 것이 애리조나 투산은 거의 사막으로 되어 있는 도시다. 당연히 골프장도 사막에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골프장이 얼마나 멋있는지 모른다. 내가 지금까지 골프 치면서 애리조나 골프장처럼 멋진 골프장은 지금껏 한번도 보지 못했다.

매마른 땅인 사막에서 푸른 잔디로 되어 있는 골프장은 말 그대로 환상적이었다. 역시 메이저리그 답게 자선골프대회 할 때 골프장 전체를 하루 다 빌렸다.

여기에 참가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은 엄청난 도네이션을 해야 한다. 모든 수입금은 백혈병이나 어린 소년 , 소녀 그리고 병마와 싸우는 환자들에게 모두 전달 된다. 

이 당시 내가 한국에서 미국에 골프채를 가지고 갈 때만 해도 옛날 골프채였다. 특히 드라이브는 지금처럼 탄력이 좋은 테일러메이드 드라이브 채가 아닌 우드로 된 드라이브 채였다. 이미 골프채부터 상대가 되지 않았다.

거기다가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정말 무서울 정도로 덩치가 좋았다. 무엇보다 이들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시즌 때나 비 시즌 때도 골프를 상당히 즐기는 편이다. 

거기에 비해 나는 선수시절부터 골프 쳐서는 안 된다는 고정관념에 자리 잡혀 있어 많이 치지 못했다. 그런데 2000년도 첫 시카고 화이트 삭스 팀에 입문 했을 때 제리 메뉴얼 (Jerry Manuel) 감독이 스프링캠프 올 때 꼭 골프채 갖고 오라는 지시를 받았다. 

스프링캠프 45일간 훈련 및 경기를 하는데 딱 하루 쉴 때 자선골프대회가 열린다. 이때는 메이저리그 선수들뿐만 아니라 시카고 화이트 삭스 팀에 소속 된 모든 사람 그리고 이 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 전역에서 날아온 사람들이 4인 1조가 되어 경기를 치룬다.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이날 참석한 사람들과 한조가 되어야 한다. 나도 당연히 처음 보는 사람들과 한조가 되어 경기를 시작했다. 골프채를 잡지 않은지 오랜 시간이 되어 솔직히 9홀 돌 때까지 드라이브가 엉망이었다.

왼쪽부터 칼 에버렛 선수, 프랭크 토마스 선수,이만수,저메인 다이 선수,윌리 해리스 선수
왼쪽부터 칼 에버렛 선수, 프랭크 토마스 선수,이만수,저메인 다이 선수,윌리 해리스 선수

그러나 한 홀 한 홀 돌 때마다 감각이 살아나면서 서서히 몸이 풀리기 시작했다. 이날 마지막 코스인 18홀에 '롱기스트(Longest)'가 설치되어 있는 것이다. 

결국 우리조가 마지막 18홀에 도착하게 되었다. 그런데 깜짝 놀란것은 많은 사람들이 마지막 18홀에 모두 서 있는 것이다.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클럽하우스에 들어가지 않고 다 나와 구경하는지 의아했다.

그런데 옆에서 들리는 이야기가 나를 보기 위해 사람들이 마지막 코스인 18홀에 나와 있다는 것이다. 프랭크 토머스 선수가 소문을 내었던 것이다. 

“한국에서 온 만수 리가 있는데 펑고 배트를 주었더니 무서울 정도로 스윙이 빠르다“며 소문을 내었던 모양이다. 이 소문으로 인해 과연 한국에서 온 만수 리가 얼마나 멀리 치는지 구경하기 위해 다 나온 것이다.

내 차례가 되어 멀리 하얀 말뚝이 서 있는것을 보는데 거리가 얼마나 먼지 솔직히 자신이 없었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정해진 코스로 날라가지 않으면 실격이 된다. 

두가지가 정확하게 되어야 한다. 정해진 코스에서 벗어나지 않아야 하고 또 멀리 쳐야 등수에 들 수 있다. 가장 멀리 친 선수가 폴 코네코(Paul Konerko) 선수였는데 너무 멀리 말뚝이 서 있어 상상도 할 수 없었다. 내 차례가 되자 속으로 기도했다.

이 당시만 해도 영어를 잘하지 못했던 시절이라 나를 이들에게 알릴 수 있는 길은 솔직히 이길 밖에 없었다.

그래서 간절하게 기도하고 젖 먹었던 힘을 다해 강하게 쳤다. 그런데 거짓말처럼 골프치고 이날 가장 잘 맞았다. 아니 이전에도 이렇게 잘 친적도 없고 또 앞으로도 없을 것 같다. 

지금도 잊을 수가 없는 것이 얼마나 잘 맞았으면 골프공이 날라가는데 중간에 한번 더 점프해서 날라가는 느낌을 받았다.

까마득하게 보이던 폴 코네코(Paul Konerko) 선수의 깃발보다 더 앞에 떨어지는 이변이 생기고 말았다. 많은 메이저리그 선수들과 일반 사람들이 탄성을 지르면서 박수치는 것이다. 

이날 1등해서 3개월 동안 아내한테 용돈 받지 않고 푸짐하게 잘 썼다. 또 한번은 2000년 시즌 중에 똑같이 자선골프대회가 있어 코칭스텝과 모든 선수들 그리고 도네이션을 많이 내고 참가한 일반 사람들과 한조가 되어 경기에 참가했다.

이날도 똑같이 '롱기스트(Longest)' 와 '니어리스트(Nearest)'상이 있다. 특히 니어리스트(Nearest) 홀인원 하는 사람들에게는 부상으로 최신식 SUV 밴츠와 BMW 자동차가 홀마다 걸렸다. 

홀마다 참가하기 위해서는 1불을 내어야만 홀인원 될 때 부상으로 자동차를 가져 갈 수 있다. 나 또한 홀마다 1불씩 참가비를 내고 부상으로 꼭 최신식 SUV 자동차를 타고 싶었다. 메이저리그라 그런지 스폰서들도 정말 대단했다.

이날도 '롱기스트(Longest)' 에서 내가 가장 멀리 장타를 쳤다. 그리고 홀인원 하기 위해 1불씩 내었는데 홀하고 다 벗어났다. 

마지막 하나 남은 니어리스트(Nearest) 홀 코스에서 쳤는데 한조가 되어 함께 쳤던 사람들이 갑자기 탄성을 지르는 것이다. 나도 놀래서 보았는데 볼이 홀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는 것이다. 속으로 제발 들어가라 소리 질었는데 홀 컵을 맞고 옆으로 조금 벗어났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그렇게 아쉬울 수가 없었다. 만약 들어 갔다면 최신식 SUV BMW 탔을 것인데... 이번 홀 홀인원 부상으로 SUV BMW 걸렸다. 

이날 자선골프대회 모든 경기가 다 끝나고 '롱기스트(Longest)' 와 니어리스트(Nearest)  수상자를 발표하는데 내가 두개 모두 일등을 했다. 그 부상으로 대형 삼성TV 두대를 받았다. 한대는 집에 두고 한대는 시카고 화이트 삭스 클럽하우스에 기증했다. 

다음날 경기하는데 아나운서와 해설자가 어제 자선골프대회에서 불펜에 있는 만수 리가 '롱기스트(Longest)' 와 '니어리스트(Nearest') 두 개를 다 탔다며 나를 한참 동안 비쳐 주면서 나에 대해 상세하게 이야기 하면서 중계 했다며 큰아들과 막내아들이 경기 마치고 집에 들어가는데 아이들이 흥분하면서 전해주었다. 

나의 친구 프랭크 토머스
나의 친구 프랭크 토머스

프랭크 토머스가 한번은 자기 집에 초청해 집으로 찾아갔다. 가르쳐 준 주소로 갔는데 집이 나타나지 않아 몇번이나 주위를 돌았지만 집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결국 몇번 돌고 가르쳐 준 주소를 찾았는데 집은 보이지 않고 큰 대문만 보이는 것이다. 철창으로 문이 닫혀 있는데 철창 앞에 서 있으니 저절로 문이 열리는 것이다. 

열린 철창문으로 들어가는데 집은 보이지 않고 찻길만 보여 안으로 들어갔더니 하얀 대저택이 보이는 것이다. 멀리서 보았는데 꼭 미국 백악관(White House)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이 건물을 지은 사람이 세계적인 잡지에 실릴 정도로 멋지고 잘 지은 집으로 선정이 되었다.

프랭크 토머스가 집 안을 구경 시켜 주는데 정말 한참이 걸렸다. 지금도 잊을 수가 없는 것이 집안에 농구장과 수영장 그리고 실내연습장과 영화관 및 미용실 또 당구장과 넓은 거실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프랭크 토머스 선수와 시카고 화이트 삭스 팀에서 6년을 같이 지냈다. 그와 같이 지내면서 언제나 한결 같은 자세로 가족을 사랑하고 야구를 사랑하는 정말 너무 멋진 친구다.

그리고 내가 이방인 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언제나 한결 같이 나를 친구처럼 대해주고 함께 했다. 이제 서로 이역만리 떨어져 있지만 예전 함께 했던 시카고 화이트 삭스 팀에서의 추억들은 아무리 많은 시간들이 흘러도 여전히 생생하게 기억되어 늘 옛 친구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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