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초대 감독인 박효철 감독이 헐크에게 쓴 편지를 당사자에게 허락을 받고 여러분들과 함께 공유하고 싶어 올립니다. 

감독님!  
아들 재우에 대해서 알고싶다 하셔서 이렇게 글을 쓰게 됐습니다. "왜 야구를 그만 두게 되었는지" 우리 가족들만 알고 있었던 사실을 감독님께서 궁굼하시다고 애기하고 아들 재우 에게 컨펌을 받았습니다.

재우는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학교대표팀 (미국 고등학교는 학교마다 3개의 팀이 있습니다) 에서 4년간 유격수로 그리고 투수도 병행하며 캐치볼을 잘 한다는 말을 들으며 성장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토론토, 아틀란타, 컵스  MLB 스카우터들에게 "드레프트 대상" 이라며 재우의 연습과 게임을 자주 보러 왔습니다. 야구장에서 자주보고 연락하며 긴밀한 관계를 유지 합니다. 고교 선수들이 대학교에 먼저 갈거라는 건 이들의 학교 성적을 보면 알수 있습니다. 그래도 스카우터들은 선수들과 친분을 맺고 관리하고 도움과 조언을 주기 위함입니다. 

미국고교 선수들 대부분은 고등학교 졸업 후 곧바로 MLB 에 드레프트 되는 것보다 D1 대학교 진학이 일차적인 목표입니다. 즉 선수들의 첫번째 꿈은 MLB 가 아니고 대학교에서 학업과 대학생활을 하고 싶어합니다. 당연히 재우도 대학을 가고 싶어했고 17개 입학제안학교 중 현재 휴학중인 University of California Irvine UCI 에 입학을 했던겁니다. 

재우가 야구를 그만두게 된 이유를 말씀 드리겠습니다.
사실 재우가 한참 운동을 잘하다 대학입학 이후에 소식이 없으니 궁굼해 하시는 분들이 많았을 겁니다. 하지만 묻지 않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이들 응원해 주셨는데 그 분들께 죄송합니다. 그렇게 건강했던 재우가 고등학교 12학년 시즌 때부터 머리가 아파오고 기관지에 이상이 오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시즌이 끝나고 6월경에 인중이 부어 오르며 코 안쪽으로 혹이 생기고 머리 안쪽까지 고름이 차서 코속의 혹과 머리 안쪽의 고름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습니다. 의사는 큰 수술이 아니라며 괜찮을거라고 걱정 말라고 하시더군요!

정말 가볍게 생각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않은채 UCI 대학교 프로그램에 초청을 받게됩니다. NCAA 에서 대학 시즌이 끝나면 여름방학 기간에 재학생들 대상으로 미국 전지역 D1 대학교 선수들 대상으로 College Summer League 를 만들어 진행합니다.

운영하는 도시에서 2달가량 프로팀 형식으로 운영을 합니다. 구성되는 지역팀에 대학당 1 , 2명씩을 보내 팀을 구성하는데 MLB 더블에이 수준입니다. 

캘리포니아 북부에 있는 새크라멘토에 비행기 티켓과 숙식을 제공받고 팀에 합류하여 두달간 50게임 정도 게임을 하게 됩니다. 대학생으로 구성이 되지만 입학하기전 선수가 합류하는건 매우 이례적인 경우입니다. 수술후 휴식을 충분히 취하지 못하고 무리하게 출전을 감행 했었습니다.

새크라멘토에서 오리건주로 이동시간이 무려 6시간입니다. 좁은 밴 트럭에 움크리고 이동하며 첫게임을 유격수로 출전했고 게임이 끝나고 다시 새크라멘토로 돌아오는 6시간 이동에 햄스트링에 부상을 당하기도 했고 설상가상으로 수술했던 코속과 머리에 다시 고름이 차면서 호흡기와 머리의 고통 때문에 게임을 소화 할 수 없다 판단하여 학교로 돌아 오게 됩니다. 

다시 병원에 입원해서 2차 코 수술을 받게 되었고 다시 몸을 만들고 추스리며 대학교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두번째 수술을 끝내고 너무 궁굼 했습니다. 이유가 무언지 알아야 했습니다.

의학 용어를 몰라 쉽게 설명을 듣고 싶다고 했습니다. "잔디 알러지"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알러지가 이렇게 무서운 거구나 새삼 알게 되었고 남들에게는 이 병명을 설명 하려는 것조차 입에 올리기도 싫었습니다. 야구선수가 "잔디 알러지" 재우가 많이 힘들었을 겁니다.

대학교 프로그램에서 말씀 드렸듯이 새벽 5시부터 웨이트 트레이닝과 7시부터 오후 4시까지 학교 강의에 과제 준비와 리포트 작성 그리고 두시간의 강도 높은 훈련, 혼자만의 개인훈련 , 늦은 식사이후 기숙사에 돌아와도 새벽까지 이어지는 엄청난 리포트와 독서 과제를 해 내야합니다. 

아직까지 몸이 완전히 회복하지 않은 상태에서 대학교에서 재우에게 거는 기대는 엄청난 부담을 줄 수 밖에 없었나 봅니다. 그리고 D1 선수들은 웨이트 트레이닝 할 때도 엄청난 무게로 맞추어 놓고 모든 선수들이 똑같은 무게를 들도록 서로에게 힘을 내도록 더 강해지도록 독려하는 절대적인 그들만의 팀웍이 있습니다. D1 팀 선수들 만의 자존심이 대단합니다. 

이미 내년 시즌 유격수로 팀 선수들이 인정하고 기대하는 재우는 무리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던 겁니다. 몸이 완전히 회복이 되지 않은 상태로 얼마나 무리를 했던지 재우는 쓰러지고 맙니다. 허리디스크가 터지고 탈장까지 터져 허리는 주사로 수술을 하고 탈장은 따로 함께 수술을 하면서 이때부터 팀 훈련에 합류하지 못하고 재활 프로그램에 들어갑니다. 

그렇게 재우는 대학교 새 시즌 명단에 올라가지 못하고 학교 강의와 재활을 하며 대학교 트레이너 센터에서 재활프로그램 관리 선수로 등록되어 치료 관리를 받았습니다. 그렇게 여름방학기간 계속 재할을 하고 있던 중 새 학년이 시작되기 전 8월말에 학교로부터 연락을 받게 되었습니다. 

"재우야 정말 미안하다. 너에게 가장 많은 장학 혜택을 부여 했는데 우리 학교는 1년동안 너를 기다려 주었다. 그런데 대학교 트레이너 센터에서 연락이 왔는데, 너의 몸 상태가 더 이상은 너에게 시간을 줄 수가 없게 되었음을 알린다. 미안하지만 너에게 주는 장학 혜택을 새로 입학하는 선수들에게 돌려 주어야 할것 같아서 그 말을 전하기 위해 연락을 했다. 그동안 수고 많았다. 미안하다" 

학교로부터 연락을 담대히 받아 드리는 재우를 보면서 우리 가족들 모두 엄청난 충격에 힘이 들었습니다. 시간이 필요하지만 재우는 몸이 다시 회복 된다면 다른 D1 대학교에 전학을 갈 수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재우는 위 연락을 받기전부터 또 기관지에 문제가 발생 되어 3번째 수술을 받게 됩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대학을 휴학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저와 아내는 재우에게 들키지 않으려 했지만 세상이 무너지는 마음의 고통속에서 몇달을 보냈던 기억이 납니다. 

재우는 고등학교 입학해서 졸업할 때까지 하루에 수면을 일요일 빼면 3 , 4시간 밖에 잠을 못자고 생활했습니다. 심지어 고등학교 10학년 때 대학에 이미 결정이 됐는데도 졸업할 때까지 좋은 성적을 유지하고 싶어 끝까지 노력해서 나중에 12학년에는 평점 4.0에 가까울 정도로 성적을 올렸습니다. 대학교에서는 졸업할 때까지의 성적을 토대로 장학금을 지급하기 때문입니다. 

하루는 새벽 2시가 넘었는데도 공부하는 재우에게 "재우야 대학 결정이 났는데 꼭 이렇게까지 해야 되니" 물었습니다. 돌아온 대답은 "아빠 고등학교 4년 대학교 4년 지금 정말 힘들지만 이겨 내고 싶어요, 그리고 지금 너무 행복해요" 

미국 고등학교에서는 홈웍으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 하는건 많은 양의 독서량입니다.책을 읽고 시험도 보고 그 부분에 대해서 본인의 히스토리에 적용하며 성장시키는 학교의 인성교육, 모든 운동 선수에게는 학교생활이 가장 중요합니다. 

재우는 선수로서는 여기까지 인것 같다고 이야기하며 올해 9월부터 복학해서 의대에 가기위해 학업에 전념하겠다고 가족에게 이야기 했습니다. "아빠 내가 많이 교만했던것 같아요. 정말 야구가 너무 잘 되었고 내 위에 아무도 없다고 너무 교만했던것 같아요" 저희부부는 재우가 의대를 가지 않아도 됩니다. 재우가 건강하기만을 바랍니다. 재우가 선수로서 야구를 내려놓고 공부로 전환을 하던 그때 였습니다. 

2022년 4월의 어느 저녁에 이만수 감독님께서 저에게 연락이 오셨습니다. 이미 라오스에서 야구를 잘 정착 시키시고 계시다는걸 알기에 이만수감독님의 제의를 받아드리게 되었습니다. 

몇 해전 이만수 감독님께서는 미국에 오셔서 한인 유소년야구 선수들을 위해 재능기부를 오셨는데 현지 미국 선수들까지 인원이 많아졌고 미국 현지에서 클럽팀 해드코치를 맡고있는 저에게도 뜻깊은 재능기부의 자리로 연결시켜 주셨습니다. 재능기부가 끝나고 이어진 조촐한 저녁식사 시간과 야구 이야기로 행복했던 시간의 기억 "박 감독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함께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정말 지나가는 이야기로만 생각하고 까맣게 잊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어림잡아 6년 정도 시간이 흘렀나 봅니다. 베트남야구를 시작하려고 하는데 몇 년전 만나서 미국의 유소년들을 위해 지도하는 박 감독이 계속 생각이 난다며 참 이상하다 하며 함께 해 보자는 제의를 받게 되었습니다. 

저희부부가 이곳 베트남에 오게된 가장 큰 이유는 가족들의 허락도 있었지만, 재우의 부탁이기도 했습니다. "아빠가 얼마나 훌륭한 야구 코치인지 제가 알아요! 겪어보았던 어떤 코치보다도 아빠는 야구를 사랑하시고 공부하시는 분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그리고 수 많은 게임을 통해 경험했던 노, 하우와 팀과 선수들을 하나로 만들어 움직이게 할 수 있는 능력이 대단하신 분이라는 것을 제가 잘 알아요!"

가족 회의가 있는 자리에서 이렇게 재우가 저에게 힘을 실어 주었습니다. 언어 때문에 미국에서 더 높이 날지 못하는 아빠를 안타깝게 바라보던 재우가 "더 늦기전에 아빠가 그곳 베트남에 가셨으면 좋겠어요. 그곳에서 아빠가 훨훨 날았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결정된 이곳 베트남의 야구를 저는 소홀이 할 수 없습니다. 

"겸손하게, 존중하며, 당당하게 "

재우의 이야기를 전할수 있어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