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협 칼럼](8)남극, 또다른 일상...여름이 끝나는 시점의 일상들
[강민협 칼럼](8)남극, 또다른 일상...여름이 끝나는 시점의 일상들
  • 뉴스N제주
  • 승인 2021.03.14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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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협 박사
(사)한국기술사업화진흥협회 기술품질연구센터장

남극세종기지를 산 중턱에서 바라본, 파노라마 사진이다. 맨 왼쪽 건물이 대기관측동이며, 자동기상관측장비 운영 PC가 있어서, 내가 자주 가는 곳이다. 그 오른쪽 작은 건물은 지구물리 관측동이다. 한가운데 둥그런 모양의 자연적으로 생성된 호수가 있는데, 우리는 여기에 세종호라는 이름을 붙였다.

여름철 간혹 녹아서 물이 고여있는 기간을 제외하면 거의 항상 얼어 있으며, 여름이 끝나가는 2월 중순인 최근에는 다시 얼어붙어 있다. 이제 조금씩 더 추워질텐데, 이 호수에 물이 고여있는 모습은 나의 체류기간 동안에는 아마 더 이상 보지 못할 것 같다. 오른쪽으로 건물들이 이어진다.

전면으로 보이는 주황색 건물들은 각각 숙소동 2개이며, 그 뒤로 연구동이 나란히 2개가 있다. 건물에 가려져서 잘 안보이며, 흐릿하게나마 건물 너머로 바다가 보인다.
하루가 다르게 해가 짧아지고 있다. 하루에 6~7분씩 낮이 짧아지고 있으니, 한달이면 3시간 정도로 더 빠른 어둠이 찾아오는 셈이다. 기온도 점점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2월 중순인 최근 영하 5도 이하로 떨어지곤 하니, 이제 여름은 다 끝나가는 느낌이다.

지난 2월 15일, 제법 커다란 유빙이 기지 앞으로 흘러들어왔다. 사실 저 유빙의 실제 크기는 수면위로 보이는 크기의 약 10배 정도라고 보는게 맞다. 우리 26차 월동대의 대장은 해양지질학이 전공이다. 박사학위 취득 후 미국과 호주에서 연구활동을 많이 해왔는데, 이 유빙의 평범하지 않음을 설명해준다. 바다위에 떠 있는 유빙의 모습을 보면, 유빙의 왼쪽과 중간부분에 검은색의 줄이 만들어져 있다.

원래 이 얼음덩이는 빙산에 한 부분으로 있을 때는 이런 형태(오른쪽 그림과 같이 유빙이 세워진 형태)로 있었을 것이라고 한다. 최소한 수 천년 동안 빙산의 한 부분이었는데, 중간에 검은 띠는 화산폭발로 인해 날아온 화산재가 쌓이면서 생긴 층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여기도 가마우지가 있다. 왼쪽에 목이 긴 조류가 가마우지이며, 배가 햐얗고 등이 검은 색이며, 꼬리 부분이 펭귄과 흡사한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날아오를 때의 모습이 펭귄과 매우 닮았다. 가마우지와 펭귄은 같은 장소에서 자주 발견되며 두 종이 싸우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다.

세종호는 말이 호수이지 동네 안에 있는 작은 연못 정도의 크기이다. 그러나 이 주변에서 생활하는 많은 생물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여기를 찾는 많은 새들이 여기서 휴식을 취하기도 하고, 가족들의 소풍지이기도 하며, 친구들끼리 장난을 치는 놀이터이기도 하다.

오른쪽의 사진에서, 남방큰재갈매기는 1월~3월 사이에 자주 발견이 되는데, 바다에서 크릴로 배를 채우고 난 후 여기에서 옹기종기 모여 휴식을 취하곤 한다. 아마도 파도가 있는 바다의 수면보다 잔잔한 호수면이 쉬기에 더 적절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남극에서 가장 귀한 것은 무엇일까? 바로 싱싱함이다. 싱싱한 야채, 과일, 달걀, 우유. 이런 것들이 여기서는 가장 귀하다. 일년에 한번, 여름철에 물류선을 통해 남극에 들어오는 물자들 중 식품류 즉, 쌀, 육류, 생선류, 반찬류, 음료 등 모든 것들은 신선함과는 거리가 멀다.

육류와 생선류는 냉동상태로, 심지어 나물도 데친 후 냉동상태로 들어온다. 일년 동안 냉동식품으로 연명한다고 봐도 무관할 정도이다. 그래서 남극세종과학기지에 식물공장을 만들었다. 식물농장도 아니며, 온실도 아니다. 식물공장이다. 수경재배 방식으로 건물 안에서 빛과 물 만으로 채소를 키운다. 싱싱한 채소와 과일을 먹는것이 불가능한 남극에서는 식물공장에서 재배되는 채소는 가장 귀한 존재이다. 한달에 두 번 정도 수확을 하게 되며, 비록 풍족하지는 않지만 조금씩 나눠먹는 초록의 싱싱함은 보석과도 같은 존재이다.

여기 남극 반도에는 우리 세종기지 외에도 많은 외국 기지들이 있다. 아르티가스(우루과이), 칼리니(아르헨티나), 장성(중국), 프레이(칠레공군), 필데스(칠레해군), 에스쿠데로(칠레 하계기지) 등이 있다. 이 중 에스쿠데로 기지는 칠레의 연구기지이며, 여름철만 운영을 한다.

기지 앞에 칠레국기, 우루과이 국기, 대한민국 국기 등이 게양된 것이 특이하다. 2월 1일은 에스쿠데로 기지의 창립기념일이었다. 이렇게 창립기념일을 맞아, 비주얼은 비록 훌륭하지는 않지만, 맛있는 케잌과 음식들을 장만하여 주변 기지의 연구원들과 나누어먹으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당연하게도 거의 모든 기지들이 여름철에 창립을 하였기에, 12월부터 3월 사이에 창립기념일 행사가 많이 열리며, 이를 통해 주변 기지 멤버들과 인연을 맺고 즐거운 시간을 가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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