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한국기술사업화진흥협회 기술품질연구센터장
펭귄하면, 우리는 보통 황제펭귄을 떠올리게 십상이다. 남극을 주제로 하는 각종 다큐멘터리에서는, 겨울철 수컷펭귄에게 알을 맡기고 사냥을 떠나는 암컷 황제펭귄을 자주 다룬다.
황제펭귄은 펭귄 종류 중에서 가장 키가 크고, 남극대륙 한가운데에서 가장 혹독한 기후를 견뎌내기 위해서 거대한 무리를 이루어 살아간다.
특히, 암컷이 사냥을 나간 사이 수컷은 알과 방금 부화한 새끼들을 따뜻하게 돌보는 이상적인 가족애를 보여준다. 그러나, 남극에는 황제펭귄 말고도 많은 다른 종류의 펭귄들이 살고 있으며, 그 종류도 다양하다.
황제펭귄을 비롯하여, 킹펭귄(황제펭귄과 다르다), 아델리펭귄, 젠투펭귄, 턱끈펭귄, 마카로니펭귄, 마젤란펭귄 등이 남극에서 사는 펭귄들이며, 그 중에서도 남극반도에서 무리를 이루어 생활하는 펭귄 종류는 아델리펭귄, 젠투펭귄, 턱끈펭귄 등이다.
남극세종과학기지 근처에도 제법 규모가 큰 펭귄 서식지가 있는데, 세종기지에서 남쪽으로 약 1.7k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으며, 우리는 여기를 펭귄마을이라 부른다.
공식명칭은 나레브스키 포인트(ASPA No.171)이며, 여기를 가기 위해서는 외교통상부에서 발급하는 남극특별보호구역 활동승인서가 있어야 한다. 만일, 이 승인서 없이 출입할 경우 남극조약을 위반한 것이 되어 처벌 대상이 된다. 우리 월동대는 사전에 승인서를 발급받았기에 탐사를 위한 접근이 가능하다.
펭귄마을은 해발 약 50m 고도에 위치해 있으며, 여기에는 젠투펭귄과 턱끈펭귄 등 2종류의 펭귄이 서식하고 있다. 펭귄들은 적으로부터 새끼를 보호하기 적합한 곳으로써 절벽을 선호하는데, 성격이 사나운 편인 턱끈펭귄이 절벽에 가까운 곳을 선점하며, 젠투펭귄이 그 안쪽으로 서식지를 구성한다.
사람이 보기에는 젠투펭귄의 서식지가 훨씬 넓고 안정적인 환경으로 보이지만, 펭귄의 입장은 그렇지 않은가 보다. 얼마나 자주 다니는지, 펭귄마을에서 해변 방향으로 길이 만들어졌으며, 펭귄들은 이 길을 통해서 해변으로 내려온 후 바다로 나가 먹이를 잡아먹곤 한다.
펭귄들이 이동하는 이 길은 배설물이 잔뜩 묻어 있을 뿐만 아니라, 잦은 이동으로 인해, 주위와는 달리 비교적 단단히 다져져 있다. 그렇게 많은 수의 펭귄들이 이동하는 길이니, 물론 그럴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위 사진에서 알과 새끼를 품고 있는 펭귄은 젠투펭귄이며, 부리가 주황색이고 눈 위에 흰 삼각형이 특징이다. 젠투펭귄은 황제펭귄과 킹펭귄에 이어 3번째로 큰 덩치를 가지는데, 성격은 매우 온순한 편이다.
젠투펭귄 암컷이 알을 소중하게 품고 있는 이 광경을 사진에 담기 위해 앞에 20분 정도를 쪼그려 앉아 있었다. 어미 펭귄이 오랫동안 알을 품다가 불편했는지 자세를 살짝 바꾸는 틈을 이용해서 찍은 사진이다. 나를 노려보는 펭귄의 눈빛이 불만이 가득한 것인지, 또는 경계심을 잔뜩 품은 듯하다.
펭귄은 종류에 따라 낳는 알의 수가 조금씩 다르다. 오른쪽 그림을 보자. 젠투펭귄은 한 번에 알을 1~2개 정도 낳는데, 이 녀석은 두 개의 알을 모두 부화하여 튼튼한 2마리 새끼를 키우고 있다.
위 왼쪽 사진은 젠투펭귄 부부이다. 둥지에 배를 깔고 누운 녀석이 암컷이고, 서 있는 녀석은 수컷이다. 짝짓기가 끝난 펭귄 부부는 2개 정도의 알을 낳게 되며, 암컷과 수컷이 서로 돌아가면서 알을 품는다.
이때 간혹 도둑갈매기와 같은 바다새가 알을 훔쳐가거나, 알을 잃어버린 다른 펭귄들에 의해 자신의 알을 도둑맞는 경우가 발생하곤 한다.
위 오른쪽은 해변에서 발견한 알의 사체이다. 부화가 끝난 뒤 버려진 알의 형상은 아니며, 서식지에서 제법 멀리 떨어진 곳에서 발견된 것으로 보아, 펭귄의 천적인 남극의 도둑갈매기가 먹고 버린 것으로 보인다.
지금 이 시기는, 이미 펭귄들이 새끼를 낳고 키워가는 시기이다. 황제펭귄과 같은 종은 남극대륙 한가운데에 정착하면서 극한 기후를 이기며 살아가지만, 여기 남극반도의 젠투펭귄과 턱끈펭귄은 철새 생활을 한다.
즉, 남극에 본격적인 겨울이 오기 전에 상대적으로 따뜻한 남미대륙으로 이동하고, 봄이 오기 전에 다시 펭귄마을로 돌아오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이 시기는 펭귄들보다 우리가 늦게 온 셈이다.
펭귄들과 같이 보낼 시간들, 그리고 그들이 이 섬을 떠나 다시 돌아오는 그 시간들을 우리는 여기서 보낼 것이다. 일 년 동안의 변화들이 벌써 궁금해지기도 하고, 내 눈으로 직접 그 변화를 볼 수 있음이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