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협 칼럼](7)봄철, 남극의 자연과 일상들
[강민협 칼럼](7)봄철, 남극의 자연과 일상들
  • 뉴스N제주
  • 승인 2021.02.01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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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협 박사
(사)한국기술사업화진흥협회 기술품질연구센터장
마리안 소만을 둘러가며 병풍처럼 늘어선 빙벽은 보트를 타고 나가지 않으면 볼 수 없는 광경이다.(사진=강민협 박사)

#7 봄철, 남극의 자연과 일상들

지난 1월 16일. 유빙이 잔뜩 몰려든 기지 앞바다를 파노라마로 담았다. 왼쪽으로 다소 편평한 봉우리가 있는 곳은 위버반도이며, 오른쪽으로 다소 높은 봉우리가 있는 곳이 세종기지가 위치한 바튼반도이다.

그 사이로 움푹 들어간 곳이 마리안 소만(Marian Curve)이다. 마리안 소만은 빙벽으로 둘러쌓여 있는데, 해마다 그 빙벽이 조금씩 무너지고 있다. 쾌청한 날씨와 잔잔한 해수면, 그리고 유빙이 가득한 바다. 여기가 바로 남극이다.

마리안 소만을 둘러가며 병풍처럼 늘어선 빙벽은 보트를 타고 나가지 않으면 볼 수 없는 광경이다.(사진=강민협 박사)

요즘은 여름철 잠깐 동안 머물면서 연구를 수행하는 하계연구대원들이 분주하다. 정해진 기간 내에 연구 일정을 소화하고 떠나야 하는데, 날씨가 좋아야 연구활동이 가능하므로 다들 마음이 급한 것이다.

해상에서의 연구활동을 위해서는 고무보트를 띄워야 하는데, 보트 운전자를 비롯한 연구 보조요원 등 최소 3명 이상의 지원이 필요하다. 그래서 특히 해상안전요원으로 온 UDT 대원은 매일 매일이 바쁜 나날이다. 시간이 허락되는 다른 요원들도 수시로 연구활동에 동참한다.

마리안 소만을 둘러가며 병풍처럼 늘어선 빙벽은 보트를 타고 나가지 않으면 볼 수 없는 광경이다.(사진=강민협 박사)

지난 1월 23일은 나 역시 보트에서 거의 10시간 이상을 지냈다. 오전에는 너울이 심해서 고생이 많았으나, 다행히 오후에는 바다가 잔잔해졌다. 해상에서의 날씨를 예측하는 것은 기상대원인 나의 몫이다.

오전에는 다소 궂은 날씨였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안정될 것이 예측되었기에 자원하여 해상으로 나갔었다. 오전내내 멀미하면서도 그보다 날씨에 더 신경이 쓰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 역시 요즘에는 스트레스가 많지 않을 수 없다.

. 마리안 소만을 둘러가며 병풍처럼 늘어선 빙벽은 보트를 타고 나가지 않으면 볼 수 없는 광경이다.
마리안 소만을 둘러가며 병풍처럼 늘어선 빙벽은 보트를 타고 나가지 않으면 볼 수 없는 광경이다.

오전과 오후의 날씨가 저렇듯 차이가 많다. 특히 오전에는 너울이 심한 날씨임에도 특별한 형상의 구름과 함께, 구름들 사이로 보이는 파란 하늘이 인상적이다. 층적운은 낮은 구름의 한 종류인데, 이 구름은 평소와 달리 잘 발달한 적란운과 흡사하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고요함을 찾은 바다는 그야말로 호수였다.

사진으로 보이는 빙벽에서도 부서져 내린 흔적들이 가득하다. 마리안 소만을 둘러가며 병풍처럼 늘어선 빙벽은 보트를 타고 나가지 않으면 볼 수 없는 광경이다.

마리안 소만을 둘러가며 병풍처럼 늘어선 빙벽은 보트를 타고 나가지 않으면 볼 수 없는 광경이다.(사진=강민협 박사)

남극의 노을은 어떨까? 대기중에 먼지가 많을 경우 노을은 더 빨갛게 보이는 법이다. 그래서인지 여기 남극에서의 노을은 빨간 노을이 없다. 밤 9시경. 노을이 약하게 물든 하늘이다. 한국에서 보던 노을보다 전혀 예쁘지 않다. 과학적으로는 너무도 다행이지만 말이다. 

마리안 소만에는 다양한 구름이 관측이 된다. 오른쪽 사진은 약간 변형된 형태의 군함처럼 생긴 렌즈운이다. 카메라를 들고 뛰어나가기 전만 해도 매우 뚜렷한 형태의 렌즈운이었는데, 잠깐 사이에 그 모양이 약해졌다.

마리안 소만을 둘러가며 병풍처럼 늘어선 빙벽은 보트를 타고 나가지 않으면 볼 수 없는 광경이다.(사진=강민협 박사)

하지 이후로 1개월이 지났으니 밤이 좀더 길어진 듯하지만, 달이 휘영청 떠 있는 밤 10시에도 여전히 밝다. 하루에 6분~7분씩 해가 짧아지고 있으니, 한달이면 3시간 정도로 밤이 길어진 셈이다.

한달 전에 비해 제법 밤이 길어졌음에도 아직은 그리 밝지는 않다. 오른쪽은 자정이 조금 지난 시각. 가장 어두운 시각이지만, 구름 사이로도 선명히 보이는 달무리를 보니, 고향집이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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