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협 칼럼](3)"남극, 또다른 세상"... 드디어 남극에 입성하다
[강민협 칼럼](3)"남극, 또다른 세상"... 드디어 남극에 입성하다
  • 뉴스N제주
  • 승인 2020.11.28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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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협 박사
(사)한국기술사업화진흥협회 기술품질연구센터장

지난 2012년 12월 7일, 드디어 남극에 입성했다.

남극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푼타아레나스에 위치한 칠레 공군기지의 군용기(C-130)를 이용해서, 남극반도에서 유일하게 활주로를 보유하고 있는 칠레기지로 약 4시간을 이동해야 한다. 칠레기지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우리를 맞이하는 것이 이정표이다.(위 사진 왼쪽)

남극반도의 상징이나 마찬가지인 이 이정표는, 많은 사람들이 컴퓨터 바탕화면으로도 즐겨 쓸 정도로 많이 알려져 있다. 이정표 가장 위에는 서울까지 1만7000여 킬로미터의 거리임을 알려주는 표식(SEUL 1790, 17,227 KMS)이 있다.

칠레 공군기지에서 내린 후 고무보트가 있는 바다까지 가기 위해 설상차가 기다리고 있다. 밖에서 볼 때 매우 깔끔해 보이는 설상차지만 내부는 그저 그렇다. 여기서도 이렇게 arrange를 해주는 사업을 하는 많은 이들이 있다. 칠레공군의 협조와 이 사업자들 덕분에 드디어 남극세종과학기지에 무사히 도착하게 된 것이다.(사진=오른쪽 위)

군용기를 이용해서 칠레기지에 도착하면, 우리 세종기지에서 고무보트가 마중 나와 있다. 약 30분 정도를 고무보트로 이동하면 세종기지에 도착한다. 고무보트를 운전하고, 보트의 접안을 지원하고, 기지에서는 짐을 이동할 수 있도록 중장비와 기타 지원에 나서는 동료들이 있기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는 것이다.(사진=오른쪽 아래)

킹조지섬은 온통 빙벽으로 이루어져 있다. 섬 가장자리의 빙벽이 일부 무너져 내리면 이렇게 크고 작은 빙산이 바다로 유입이 된다. 바다를 떠다니면서 녹기도 하고, 그러면서 작은 조각으로 쪼개져, 많은 유빙이 무리를 지어 바다를 떠다니기도 한다. (위에 있는 사진 왼쪽 위·아래)

남극에는 나무가 없으며 단 2종류의 현화식물(꽃이 피는 식물) 및 지의류, 이끼류 등이 있다. 그 중 세종기지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현화식물이다. 눈이 덮여 있는 가운데 홀로 생존해 나가는 모습이 감탄스럽다. 이 식물은 1cm 자라는데 수 년이 걸리는데,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생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생명을 어떻게 함부로 밟을 수가 있는가? 항상 조심스럽게 비켜가야지. (위에 있는 사진 오른쪽)

남극세종기지에 오자마자 가장 관심이 가는 것은 역시 펭귄이 아닐 수 없다. 기지 주변에서 서성거리는 펭귄들이 너무 귀여울 뿐이다. 그러나 남극해양생물자원 보존협약에 따라 연구 목적이 아닌 경우에는 그들의 생활에 영향을 주어서는 안된다. 또한, 별도로 부여받은 자격이 없이 그들의 생활공간에 접근해서도 안된다. 이렇게 멀찌감치서 바라보며 즐기는 것 역시 즐겁지 아니한가. (위에 있는 사진 왼쪽)

나의 임무는 기지에 설치되어 있는 기상장비를 정비하고, 매일매일 기상관측, 기상예보 및 기상기후자료를 정리하고 분석하는 일이다. 12m 기상탑에는 풍속계, 풍향계, 온도계, 습도계, 기압계가 설치되어 있다. 평지에는 일사계, 일조계 등이 설치되어 있으며, 도착하자마자 각종 기상 센서를 확인하고 점검하는 것이 첫 번째 임무가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위에 있는 사진 가운데, 오른쪽)

12월 15일에는 보급선이 도착했다. 이 보급선은 지난 10월에 이미 한국을 출발했으니, 거의 두 달이 소요된 셈이다. 보급선에는 우리가 일 년 동안 머물면서 필요한 식재료며 생활용품, 연구용 장비 등이 실려져 있다. 중장비를 이용하여 바지선을 내리고, 선박의 고정을 위해 해안에서 줄을 연결하여 정박시킨다. 그러고 난 후 고무보트와 바지선을 이용하여 기지에서 필요한 물품들을 들여오고, 한국으로 보내야 할 물품들을 반출시킨다. (사진=왼쪽-중간-오른쪽)

이렇듯, 남극에 오자마자 인수인계작업, 장비 교체작업 등등, 짧은 시간에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일로 인해 눈코 뜰 새가 없다. 게다가 더 힘든 것은, 지금은 백야현상이 나타나는 시기라 밤 11시가 넘어서도 좀처럼 어두워지지 않는 탓에 일을 제시간에 마치는 경우가 없다. 결국, 자정이 되어서야 하루를 마무리하는 날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 남극세종과학기지는 지금부터 2월 말까지는 여름철에 해당하며, 집중적으로 많은 인원이 연구를 목적으로 들어온다. 이때 오는 연구원들을 하계대원이라고 하는데, 겨울까지 지내야 하는 우리 월동대원과는 체류 기간 면에서 비교가 된다. 월동대원들이 1년을 체류하는 반면, 하계대원들은 짧게는 2주, 길게는 2달 정도를 머물게 된다. 지금도 우리 월동대원 18명 외에도 15명의 하계대원이 들어와 있었는데, 남극으로 오기 위해 대기 중인 하계연구원이 20명 정도가 더 있다. 가장 혼잡한 시기인 것이다.

어제는 일부 인원이 한국으로 돌아갔어야 했는데, 칠레로 가려고 예정되어 있던 우루과이 공군 비행기 운항이 취소되는 바람에 발이 묶여 있다. 칠레 주재 우루과이 대사가 심장마비로 사망했다는 이유로 모든 일정이 취소되면서, 공군 비행기도 운항이 취소되었다고 하니 참 특이하다.

그래서 여기 남극은, 들어왔다 나가는 일정이 원래 계획대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거의 없다. 예측불허의 상황이 앞으로도 이어질 것을 생각해보면, 항상 쳇바퀴를 도는 다람쥐처럼 생활하던 그동안의 시간에서 벗어난 지금의 생활에 가슴이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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