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수 감독의 아침 노트]에릭 페디와 스위퍼, 그리고 화이트삭스
[이만수 감독의 아침 노트]에릭 페디와 스위퍼, 그리고 화이트삭스
  • 뉴스N제주
  • 승인 2024.02.26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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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수 전 SK 와이번스 감독
헐크파운데이션 이사장
2022.12. 프로야구 스포츠서울 올해의 상 시상식 올해의 공로상
이만수 감독
이만수 감독

내가 에릭 페디, 그 투수를 작년 9월 10일 창원 NC 다이노스 구장에서 처음봤다. 이날 NC다이노스 특별 행사로 시구를 했던 날이다. 이날 선발이 에릭 페디 투수였다.

2023년 투수 쪽에서는 에릭 페디를 따라갈 투수가 없을 정도로 독보적이었다. 무엇이 타자들을 꼼짝하지 못하게 하는지 야구인으로서 너무 궁금했다. 그리고 이날은 공교롭게 NC다이노스의 라이벌인 롯데자이언츠와의 경기였다.

이날 롯데와의 경기에서 에릭 페디의 절묘한 컨트롤과 153 - 154km 빠른 볼, 거기다가 새롭게 장착한 '스위퍼' 를 앞세워 롯데 팀의 타자들을 8회까지 꼼짝하지 못하게 했다. 대한민국 프로야구 2023년은 투수 개인부분에서 에릭 페디 투수의 독무대라고 보아도 될 정도로 정말 대단한 성적을 올렸다.

에릭페디는 2023년 우리나라 프로야구에서 최고의 해를 보내고 다시 역수출 신화를 꿈꾸고 있다. 또한 공교롭게 그 팀이 바로 내가 7년간 지도자로 몸담았던 시카고 화이트 삭스이다. 

시카고 화이트 삭스 팀의 숙원인 월드시리즈 우승을 2005년에 이어 올해 2024년 19년 만에 그 꿈이 현실이 될 수 있도록 에릭 페디 투수가 잘 던져주길 기대해본다. 나 역시당연히 올해도 시카고 화이트 삭스와 또, 에릭 페디 투수를 응원할 것이다. 

에릭 페디 투수는 2023년 한국에 들어올 때만 해도 '스위퍼' 볼을 던지지 못했지만 작년 세계야구대회에서 오타니 투수가 던지는 것을 보고 혼자 연구하고 공부해서 2023년부터 장착해 던지게 되었다고 한다.

에릭 페디 투수도 메이저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지만 더 잘하는 투수들이 올라오는 바람에 밀려 결국 한국 NC다이너스 팀에 오게 되었다. 누구보다 본인이 제일 잘하는 야구에서 더 이상 밀리지 안기 위해 비록 일본 투수인 오타니가 던지는 것을 보고 모든 자존심을 버리고 하루에도 몇시간씩 TV 앞에 앉아 그 투수가 던지는 것을 보고 배웠다고 한다.

세계에서 야구의 자부심을 가장 많이 갖고 있는 나라가 미국이다. 최고라고 하는 메이저리그에서 활동했던 에릭 페디 투수가 좀 더 잘하기 위해 배우고 연구했다면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한다. 

2023년 9월 10일 경남 창원 NC 파크에서 열리는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롯데자이언츠 전에 앞서 구단에서 헐크파운데이션 라오스 야구단 물품 지원 기념식을 열고 싶다며 연락이 와 온 가족이 다 함께 창원으로 내려갔다.

이날 NC다이너스 구단의 배려로 전달식이 끝난 뒤 시구와 시타도 진행했다. 시구는 내가 하고 시타는 헐크파운데이션 조경원 단장이 했다. 헐크파운데이션 재단은 2016년 4월 28일 설립된 지 어느덧 올해가 8년이 된다. “야구로 좋은 세상을 꿈꾸는 헐크파운데이션” 야구 재능기부 재단으로서, 국내 야구 꿈나무 육성과 아마추어 야구 발전, 그리고 야구 불모지인 동남아를 위해 만들어졌다.

“프로의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연구하고 공부해야 한다.” 

이날 이진만 대표와 이야기 나눴고, 페디 투수에 대한 칭찬과 그의 겸손함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럼 도대체 페디가 올해 유난히 잘 던지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이진만 대표는 '스위퍼'를 꼽았다. 페디는 이전까지 한번도 '스위퍼' 구질을 던지지 않았다고 한다. 아직 야구인들이나 일반 팬들에게 '스위퍼'라는 단어는 낯선 편이다. 지난 WBC에서 오타니 투수가 '스위퍼'라는 구질을 던져 세계 최고 타자들을 꼼짝하지 못하게 했던 장면을 직접 TV로 보았다.

[ 2023년 야구를 보다보면 새로운 단어를  듣게 될 수도 있습니다. 바로 '스위퍼'라는 단어인데 MLB에서 유행하고있는 최신 변화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오타니를 비롯한 유명 투수들이 주무기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스위퍼가 정확히 무엇을 말하는 걸까요?

스위퍼란 수평 이동으로 구별되는 브레이킹 볼의 변형입니다. 위 아래보다 가로로 더 많이 움직입니다. 스위퍼는 본질적으로 슬라이더의 한 종류라고 할 수 있지만, 슬라이더보다는 커터에 가까운 구종으로 볼 수 있습니다. 결국 스위퍼는 슬라이더의 한 종류이긴 하지만 슬라이더를 스위퍼로 바꾸려면 그 차이를 정확히 이해해야 합니다. ] ( 펌 )

이날 경기에서 페디 투수가 몸을 푸는데 이진만 대표가 "저 투수가 올해 가장 잘 던지는 투수입니다"라고 거듭 소개해 주었다. 큰 키에 좋은 체격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그러면서 페디 투수의 주무기인 '스위퍼' 구질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 주었다.

솔직히 이진만 대표가 언급하지 않았다면 나도 페디가 던지는 구질이 슬라이더 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위에서 보아도 한눈에 알 수 있을 정도로 옆으로 날카롭게 꺾이는 구질은 정말 일품이었다. 슬라이더처럼 약간 위에서 옆으로 꺾이는 구질이 아니라, 직구처럼 왔다가 곧바로 옆으로 흘러가는 볼이었다. 거기에다 8회말까지 97개를 던졌는데 스피드가 한번도 줄어들지 않고 그대로 시속 153~154km를 유지했다.

좀 다르지만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커터와도 비슷한 느낌도 있다. 커터를 가장 잘 던지는 투수는 뉴욕양키스 팀에서 은퇴하고 2019년 MLB 명예의 전당에 헌액 되어 영구결번 한 '마리아노 리베라(Mariano Rivera)였다. 내가 메이저리그에 있을 당시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PNC 파크에서 메이저리그 올스타 경기를 한 적이 있는데 거기에서 마리아노 리베라 투수의 볼을 불펜에서 직접 받아 본 적이 있다.

내추럴(Natural) 커터는 처음 받아 보았다. 그동안 말로만 들었는데, 커터가 거짓말처럼 황홀할 정도로 정교하게 날라오고, 특히 가운데에서 몸쪽 안으로 파고드는 커터는 모든 왼손타자들이 경악할 정도로 무서워 할만했다.

내가 직접 받아 본 마리아노 리베라 투수의 구종보다 조금 더 가로로 휘는 것이 '스위퍼'라는 생각이 든다. 그럼 도대체 어떻게 이런 구종이 나타나게 되었는가? 메이저리그는 어마어마한 타자들이 즐비하기 때문에 투수들이 이들을 상대하려면 기존의 커브나 슬라이더로는 살아 남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끊임없이 연구한 결과로 나온 볼이 '스위퍼' 구종인 것이다. 

특히 요즈음 타자들이 어퍼 스윙을 많이 하므로, 직구 커브 슬라이드로는 이들의 힘과 기술을 당할 수가 없다. 그래서 나온 '스위퍼'는 수평 이동으로 구별되는 브레이킹 볼의 변형이다. 위 아래보다는 가로로 더 많이 움직인다. 그래서 본질적으로 슬라이더의 한 종류라고 할 수 있지만, 슬라이더 보다는 커터에 가까운 구종으로 볼 수 있다.

일본 팀이 세계를 제패할 수 있었던 비결도 오타니의 새로운 구종인 '스위퍼'에 있었다. 빠른 속도로 날아와서 가로로 빠르게 흘러가는 '스위퍼' 구종에 세계 타자들이 꼼짝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날 경기내내 이진만 대표가 에릭 페디 투수에 대해 이야기 했던 말이  “페디는 2023년 최고의 해를 보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 한번도 훈련에 개으름을 피우거나 불성실한 행동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언제나 상대 팀에 대해 연구하고 끊임 없이 자기 개발을 한다”는 말에서 나도 크게 공감하였다.

에릭 페디 투수가 새롭게 출발한 시카고 화이트 삭스 팀과 개인을 위해 올 한해 나도 열심히 응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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