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수 감독의 아침 노트]지키고 격려하며 지원군이 되어준 사람
[이만수 감독의 아침 노트]지키고 격려하며 지원군이 되어준 사람
  • 현달환 기자
  • 승인 2024.01.23 10: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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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수 전 SK 와이번스 감독
헐크파운데이션 이사장
2022.12. 프로야구 스포츠서울 올해의 상 시상식 올해의 공로상
이만수 감독 부부
이만수 감독 부부

54년.
평생 한길로 달려오면서 지금도 여전히 내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야구의 길을 걷고 있어 감사하다. 아마야구와 프로야구 그리고 지도자생활까지 모두 합쳐 어느덧 54년째 야구하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라오스에서 야구를 보급했고 이제는 라오스도 홀로 설 수 있을 정도로 힘이 생겼다. 라오스 한 나라에 10년 동안 야구를 보급할 수 있어 야구인으로서 감사할 뿐이다. 그리고 염원했던 아시아대회에서 당당하게 나가 싱가포르 팀을 상대로 극적으로 8 : 7로 사상 첫승의 감격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메마른 땅에 물을 부으면 금세 물이 증발한다. 동남아 야구 전파가 그랬다. 그러나 끊임없이 씨앗을 심었고, 물을 뿌렸다. 또 계란으로 바위치기와 같은 일이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 달려왔다.

그랬던 라오스와 베트남 그리고 캄보디아가 메마른 땅에서도 결국 미세한 물을 품게 되어 생명이 싹트게 됐다. 바위에는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아주 작은 흠집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인생이 끝날 때까지 그 메마른 땅에 마중물 역할을 계속해 반드시 결실을 맺고 싶다. 그리고 그 땅에 씨앗을 뿌려 반드시 열매를 딸 것이다.

어느덧 아내와 결혼한지 42년이 되었다. 사랑하는 아내와 연애 5년 끝에 결혼 했지만 나는 평생 야구라는 한길로 달려오면서 남편으로서 또 아빠로서 부족하고 모자람이 많은 사람이었던것 같다.

결혼하고 지금까지 42년 넘게 밖으로 돌아 다닌 것도 부족해 아예 낯설고 잘 가지 않는 라오스와 베트남 그리고 캄보디아로 야구를 전파 한답시고 몇 달이고 가족을 떠나 다녔다. 아내는 그런 내 모든 것들을 감싸고 격려하면서 사랑하는 가족과 며느리 그리고 귀여운 손자를 돌보며 살아가고 있다. 

현장을 떠나면서 고정적인 수입이 없는 상황이라 사비를 지출하면서 라오스와 베트남 그리고 캄보디아에 야구 보급에 앞장서 왔지만, 한 집안의 가장이자 남편, 아버지로서 가족들에게 늘 미안한 마음이 컸다. 

이만수 감독 부부
이만수 감독 부부

나의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아내는 나에게 용기와 희망을 전달하면서 “당신이 좋아하고 사랑하는 야구를 평생 하라”며 독려했다. 평생 야구 밖에 모르는 나는 지금도 아내의 마음이나 집안은 살펴볼새도 없이 또다시 베트남과 캄보디아로 야구 보급을 위해 달려간다. 그리고 대한민국 전역을 돌며 젊은 선수들과 야구로 함께하고 있다. 

2014년에 현장을 나온지 올해로 재능기부 다닌 지 10년이다. 이렇게 마음 편안하게 국내와 해외로 다니면서 야구를 보급시킬 수 있는 것도 다 아내의 헌신과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들이었다.

정신없이 달려오다보니 어느덧 60대 후반으로 달려가고 있음을 보게 되었다. 젊은 시절에는 걱정없던 질병들이 나이가 들어감에 하나하나 보이기 시작하고 그중 '봉와직염'과 '통풍'은 나를 괴롭혔다. 이런 나의 몸 상태를 어느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아내는 2024년 올 한해는 '안식년'을 가졌으면 좋겠다며 당부하는 것이다.

나도 그렇게 하겠노라 약속했지만 2024년이 되자마자 1월 바로 해외로 재능기부 하러 나갔다. 몸은 쉬어야 하지만 야구 관련 일들로 몸이 근질근질하고, 고민하고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본 아내가 차라리 나가서 야구를 보급하고 재능기부 하는 것이 남편을 살리는 길이라는 것을 아내가 알았던 것이다.

2024년 만큼은 나 자신과 아내 그리고 가족을 위해서라도 '안식년'을 가지려고 했다. 그러나 야구인 후배가 안락하고 편안하게 살 수 있는 미국생활을 다 청산하고 야구를 전파한다는 일념으로 부부가 베트남으로 들어왔고, 훌륭하고 자랑스러운 후배부부를 위해서라도 올 한해 '안식년' 갖기로 했던 모든 쉼들을 포기하기로 했다. 평생 야구만을 위해 달려온 박효철 감독과 함께 올 한해도 베트남 야구를 좀더 활성화 시키기 위해 달려가기로 했다.

나는 지난 10년 동안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하면서 여기까지 달려왔다. 그러나 지난 수많은 세월동안 부은 물은 결국 싹을 틔웠다. 라오스에 야구협회를 만들고, 대표팀을 결성해 아시안게임에서 첫승도 올렸다.

그리고 라오스 뿐만 아니라 상황을 아는 대한민국 많은 사람들이 염원한 야구장이 지난 2020년도에 멋지게 완성돼 2023년 2월24일부터 26일까지 라오스에서 최초로 국제대회가 열렸다.

이만수 감독 
이만수 감독 

거기다가 베트남 야구도 상상도 하지 못했던 야구협회와 국가대표 팀을 결성해 당당하게 라오스 국제대회에 첫출전했다. 베트남 야구국가대표 팀을 인솔한 지도자가 박효철 감독이다. 

현장을 떠나 이제는 가족들과 함께 오랫동안 건강하고 따뜻하게 노년을 맞이해야 하는데 여전히 야구라는 울타리 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다. 60대 후반을 달려가고 있지만, 여전히 예전 현역시절 만큼 열정을 갖고 야구를 보급할 수 있는 것도 아내의 헌신과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하다. 이제 점점 쇠약해지고 힘도 예전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여전히 내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야구의 인생을 가고 있어 행복하다.

한 평생 내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야구를 할 수 있었던 첫번째가 아내의 사랑과 헌신 때문이다. 올 한해 아내의 간곡한 부탁 또한 당신의 건강을 위해 '안식년' 갖기를 원했다.

그러나 남편의 마음을 어느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아내는 모든 것들을 다 버리고 남편이 좋아하고 사랑하는 야구를 위해 또다시 허락해 주었다.

여보~ 고맙고 사랑합니다.

이만수 감독 부부
이만수 감독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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