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2)청정 제주환경을 생각한다
[특별기고](2)청정 제주환경을 생각한다
  • 뉴스N제주
  • 승인 2020.06.30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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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설]‘제주도, 문제는 환경이다! - 바다환경’
현상민 박사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해양환경연구센터 책임연구원 현상민 박사가 본지에 특별기고로 1회 '청정 제주환경을 생각한다'와  2회 '제주도', 문제는 환경이다-바다환경',3회 ‘제주도, 문제는 환경이다! - 육상환경’ 글을 싣기로 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지구촌이 문제가 되고 있는 이 시대에 이글을 통해 청정제주 환경을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편집자 주]
현상민 박사
현상민 박사

‘제주는 청정의 섬이다!’ 조그마한 섬 제주의 우뚝 솟은 한라산을 받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다름 아닌 그 모태인 제주 바다다. 제주 바다가 있기에 한라산이 더욱 한라산답고, 바다 또한 바다대로 고유의 가치를 발휘한다. 제주도 전체를 살펴봐도, 제주 바다는 제주도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요 무형의 가치이다.

사방팔방 바다라는 탁 트인 배경이 있어서 제주도는 더욱 더 역동적이며, 마치 미국의 하와이처럼 그 매력을 무한히 발산하고 있다. 이렇듯 바다와 산을 따로 구분하지 않고, 또 정서적 감응을 자아내어 묘사하지 않더라도 제주도 자체로 오래전부터 바다, 또는 물이란 개념을 포함해왔다. 제주도의 한자어 ‘제(濟)’는 ‘물을 건너다’란 의미로서, 먼 옛날 우리 선조들이 이곳 제주도로 입도하려면 배를 타고 건너왔음을 의미한다.  

제주도에 있어서 제주바다의 가치는 이처럼 무한하다. 그렇기 때문에 제주의 청정함과 미래의 발전가능성을 동시에 보여주는 제주바다는 제주도민은 물론이고 우리나라 사람들의 자긍심을 드높이기에 충분한 대상이다.

바로 여기에 우리가 주목해야 할 이유가 있다. 이렇게 청정한 제주도의 이미지는 우리가 앞으로도 계속 유지해야 하고, 후손들이 건강하고 윤택하게 살 수 있는, 지속가능한 목표를 설정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의 제주바다는 찾아오는 사람들을 환희보다 우울한 빛깔로 맞이하고 있다. 지금까지 블루오션이면서 미래의 무한한 잠재적 가치로 자리매김해왔던 제주바다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누려왔던 제주바다의 청정이미지가 서서히, 그리고 확실하게 훼손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획연재로 시작한 ‘청정 제주환경을 생각하다’의 총설에 이어 제주의 ‘바다환경’을 주제로 한 이번 두 번째 칼럼은 오늘날 우리 눈앞에 펼쳐져 있는 제주의 바다환경이 과연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는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 크게 두 가지 관점에서 살피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제주바다가 이처럼 어두운 현실을 맞이하게 된 첫 번째 요인은 무엇인가? 제주도의 지정학적 위치나 청정한 이미지와는 무관하게 이미 전 지구적으로 일어나는 기후변화를 비롯해 갖가지 자연환경 변화가 제주도에도 고스란히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지구온난화(global warming) 때문에 바닷물 온도가 서서히 상승하고 있고, 그에 따른 해양의 각종 생태계도 변화하고 있다. 그중 해수온도의 상승에 대해 잠깐 살펴보자. 여러 연구기관의 조사결과에 의하면, 제주 모슬포 해역의 수온은 지난 2000년 3월부터 2009년 3월까지 10년간 약 0.6oC 올라갔다. 2015년 3월까지로 연장했을 때는 그보다 두 배나 높은 약 1.3oC 상승했다고 한다.

1950년 이후 현재까지 전 지구의 수온변화가 평균 0.65oC 정도 상승한 것을 감안한다면 제주지역의 수온상승이 얼마나 빠르고 크게 상승했는지를 알 수 있다(그림 1).

1950년 이후 현재까지 전 지구의 수온변화가 평균 0.65oC 정도 상승한 것을 감안한다면 제주지역의 수온상승이 얼마나 빠르고 크게 상승했는지를 알 수 있다(그림 1).
1950년 이후 현재까지 전 지구의 수온변화가 평균 0.65oC 정도 상승한 것을 감안한다면 제주지역의 수온상승이 얼마나 빠르고 크게 상승했는지를 알 수 있다(그림 1).

그림 . 태평양 지역의 해수온도 변화(실측과 모델결과). 1950년부터 2009년까지 인도양, 대서양, 태평양에서 각각 0.65, 0.41, 0.31oC가 증가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RCP8.5 및 RCP4.5는 모델명을 지칭 (IPCC Working Group, 2018).

전 지구적 환경변화의 틀에서 제주도는 결코 벗어날 수 없다. 이것은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일로, 그에 따라 제주바다도 서서히 종래의 온대해역 해양환경에서 가까운 미래의 아열대 혹은 열대의 바다로 변해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렇게 변해가는 제주환경의 자연 변화 현상은 곳곳에서 목격된다.

필자도 2007년 어느 신문 칼럼을 통해 잠시 언급한 바 있지만, 군집을 이루며 나타나는 열대성 산호(경골산호)의 출현과 이보다 훨씬 더 빈번하게 목격되는 열대성 어류 등이 그런 예다.

놀랍게도 제주의 대표 어류라고 할 수 있는 자리돔의 서식처가 이제는 울릉도까지 올라갔다고 한다. 오래지 않아 자리돔은 더 이상 제주를 상징하는 어류가 아니라, 과거 제주의 대표 어류로 자리매김했던 어종 중 하나로 회자될지 모른다. 조사결과에 의하면, 지금 제주바다를 차지하고 있는 어류의 약 52%는 열대어로 보고되고 있다. 바다환경 변화로 어종만 변화했겠는가? 결코 그렇지 않을 것이다.

어족자원의 변화뿐만 아니라 바닷가로 나가 무작위로 마음껏 채취하던 미역, 감퇴, 톳도 서서히 사라지고 있거나 벌써 많이 없어진 상태다. 필자가 중학생 시절 마을 앞바다로 나가 일상의 놀이처럼 낚시로 고기를 잡던 때가 기억난다.

요즘은 어떨까? 고기가 없어서 그런지, 아니면 학생들의 교육환경이 달라져서 그런지, 초등생부터 중학생 정도의 아이들이 바닷가에 나가 고기를 잡고 노는 경우를 잘 찾아보기 어렵다.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지금의 제주바다는 과거의 제주바다와 많이 달라졌고,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앞으로의 제주바다도 전혀 다르게 변해갈 것이다. 가면 갈수록 예전보다 훨씬 더 빠르게...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에 의하면, 범지구적 기후변화의 대응 방법은 세 가지다. 하나는 기후변화가 인간이 배출해내는 이산화탄소와 같은 온실가스에 배출과 깊이 관여하고 있기 때문에 우선은 온실가스 배출을 억제하려는 노력이고, 다른 하나는 그로 인해 야기된 기후변화에 어떻게 적응할 것인가에 대한 연구이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변화의 실체와 그 대응 및 적응을 위해 어떠한 과학적 이해와 접근이 필요한가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다. 비슷하게, 제주바다 역시 전 지구적 차원의 환경 영향을 고스란히 받을 수밖에 없고, 그 영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면, 우리는 이런 환경변화의 원인을 다각적으로 찾아내야 하고, 그 변화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으면서 적응하는 방법도 고민해야 한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는 온실가스를 감축하려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대기 중 대표적 온실가스의 수치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당분간 지구온난화는 계속해서 진행될 듯하다. 당연히 해양환경 변화도 필연적일 수밖에 없으며 지속적인 수온 상승이 예상된다. 같은 맥락에서 제주바다의 수온 역시 계속 상승할 것이라 예상된다.

이상의 내용은 제주도의 해양환경변화는 이미 전 지구적인 환경변화의 프레임 속에 존재한다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눈여겨보지 못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제주도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빚어진 지역적인 영향과 변화가 있다. 제주 출신인 필자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은 더욱 가슴이 아프지만, 지금의 제주바다가 어두운 얼굴로 변한 주된 원인은 제주도 스스로가 만들어낸 여러 가지 이유들 때문이다.

주변의 여러 요인 중 하나는 제주도 곳곳에 산재한 양식장이다. 물론, 양식장 하나만의 문제는 아니겠지만, 드러난 현상을 염두에 둔다면 현재 진행되는 양식형태와 여기서 배출되는 배출수가 바로 제주바다를 오염시키는 인위기원으로 한몫하고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어쩌면 이와 같이 인위기원 배출물은 자연적 변화에 부가되어 제주의 바다환경 변화를 더욱더 가속화시키고 있어 보인다. 즉, 인위기원 배출물이 바로 그 촉매재가 되고 있다는 얘기다.

그림 . 제주도에 분포하는 양식장 (463개소) (출처: ‘제주도 양식장 전수조사 및 염지하수 이용량 모니터링’ 과업지시서, 2018)
그림 . 제주도에 분포하는 양식장 (463개소) (출처: ‘제주도 양식장 전수조사 및 염지하수 이용량 모니터링’ 과업지시서, 2018)

그림 . 제주도에 분포하는 양식장 (463개소) (출처: ‘제주도 양식장 전수조사 및 염지하수 이용량 모니터링’ 과업지시서, 2018)

그림 2에서 보듯이, 제주도에는 섬의 면적에 비해 양식장 수가 너무 많다. 게다가 이들 양식장들은 대부분 유수식 양식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이런 방식을 이용하면 양식어류를 기르는 데 활용하는 수조의 물(해수)은 사용 후 적당한 처리를 거처 바다로 배출될 수밖에 없다. 사용한 물은 버리고 새로운 물은 끌어들여 다시 수조를 채운다.

제주의 양식업자들은 이렇게 수조의 물을 채우고 버리기를 반복하고 있다. 이것은 곧 먹이를 줘서 키운 양식어류의 배설물이 그대로 바다로 버려지고 있다는 얘기다. 현재 제주도에 가용중인 육상 해수 양식장은 360여개 정도인 데 반면, 제주도에서 가용중인 순환여과식 양식장은 많지 않다. 이 점을 감안하면 바다로 흘러드는 양식장의 배출수가 얼마인지는 상상이 갈 것이다.

제주도의 육상양식장은 제주도민의 소득창출뿐 아니라 일상생활을 영위케 해주는 고마운 산업이다. 하지만 이 양식장들은 제주바다를 오염시키는 오염원이라는 불편한 진실도 함께 갖고 있다. 

양식 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덴마크에서는 유수식 양식시스템이 아닌 순환여과시스템으로 양식하고 있다. 물론 이 시스템은 무작위로 물을 끌어들여 사용하지 않고, 재사용 할 때 95%이상 기존의 수조물을 처리하여 사용한다. 따라서 새롭게 채워지는 물은 고작해야 불과 5%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친환경적 방식을 도입하기까지는 덴마크 당국의 노력도 적지 않았다.

우리가 주목해 봐야 할 점은 덴마크에서는 원천적으로 물 사용을 억제하는 물 사용 쿼터제를 도입함으로써 양식업자들이 마음대로 해수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제약을 둔 점이다.

또한 덴마크는 1989년에 수질기준을 강화하고 해상가두리 양식권을 회수함으로써 원천적으로 해양오염을 방지하려는 노력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한마디로 양식업에 대한 환경기준을 친환경적으로 혁신시키고 강화한 것이다. 그 결과, 덴마크는 이렇게 개선된 방법으로 다양한 어종을 양식하고, 질 좋고 안전한 수산물을 자국 국민에게 공급하고 수출하기까지 하고 있다.

현재 이런 순환여과양식(RAS)시스템은 세계적인 확산 추세다. 국내 일부에서도 이 시스템을 사용하여 양식기술의 발전과 오염을 방지하는, 두 마리의 토기를 동시에 잡고 있는 곳도 있다. 지면관계상 여기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진 않겠지만, 우리는 덴마크, 노르웨이, 스코틀랜드, 심지어 가까운 중국까지도 이 양식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제는 친환경양식을 넘어 스마트양식으로 가야할 시점이다. 늦었다고 자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고 했다. 제주도가 시급하게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부분이다. 

섬의 면적에 비해 과도하게 많은 양식업이 성행하고 있는 제주도는 그 외에도 갖가지 문제점을 갖고 있다. 그로 인해 청정바다 제주의 해수가 오염되는 것뿐 아니라, 양식어종이 제한되고, 경쟁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는 점도 들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자연자원을 이용하면서도 그 혜택과 공존에 대한 이해 부족이다. 공존을 외면한 제주사람들에게 언제까지 제주의 자연은 혜택만 주겠는가? 행정당국과 양식업에 종사하는 사람, 그리고 일반 도민 모두 깊이 숙고할 문제이다. 이제라도 깊이 자각하고 또 실천해야 한다.

그 핵심은 지속가능한 제주의 발전을 위해서다. 환경을 최우선으로 한 정책만이 지속가능한 제주의 발전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범지구적 기후변화와 함께 제주의 바다환경 변화도 계속해 진행 중이다.

이 거대한 환경변화에 우리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지금은 정확한 변화의 원인을 찾아서 차단하고, 사전적 예방조치를 위해 우리의 케케묵은 사고의 혁신과 전환이 요구되는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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