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3)청정 제주환경을 생각한다
[특별기고](3)청정 제주환경을 생각한다
  • 뉴스N제주
  • 승인 2020.07.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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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문제는 환경이다! - 육상 환경
현상민 박사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해양환경연구센터 책임연구원 현상민 박사가 본지에 특별기고로 1회 '청정 제주환경을 생각한다'와 2회 '해양환경과 관련해서' 및 3회로 '육상환경과 관련해서' 글을 게재했다. 독자들의 요청에 따라 2회 더 연재해서 총 5회로 마무리 될 예정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지구촌이 문제가 되고 있는 이 시대에 이글을 통해 청정제주 환경을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편집자 주]

현상민 박사
현상민 박사

‘제주도는 청정의 섬이다!’ 청정의 섬 제주도를 이루는 중요한 것 중에서 한라산을 빼놓을 수 없다.

제주도 곳곳마다 산재한 각종 명소, 성산일출봉, 천지연폭포, 산굼부리 분화구, 주상절리 등등. 한라산의 탄생과 함께 동시에 생겨난 이것들은 한라산이 잉태한 제주의 또 다른 육상 환경이며 오늘의 제주도를 형용하는 명성의 토대다.

설문대할망과 오백장군의 전설이 깃들어 있는 제주도. 과거의 전설만 품고 있는 섬이 아닌 앞으로도 다채로운 전설이 탄생하기에 충분한 섬. 한마디로 제주도는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청정의 섬이며, 문화가 살아있는 섬이다.

한라산은 지난번 칼럼의 주제였던 ‘제주바다’처럼 제주를 이루는 뼈대다. 사람의 얼굴 중 코에 비유할 수 있다.

코 때문에 사람들의 인상이 다 다르다. 한라산이 그렇다. 한라산은 제주도의 중심에 자리하며, 제주도의 육지 특성, 더 나아가 제주도의 모든 것을 대변한다.

연푸른 제주바다에 뿌리를 둔 한라산은 땅을 박차고 솟아난 일반 육지의 산들보다 한층 더 아름답고 빼어난 자태를 자랑한다. 바다로부터 불쑥 솟아난 한라산! 섬이 곧 산이요, 산이 곧 섬인 제주도다.

학창시절에 본 한라산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사시사철 색다른 수목으로 우거지는 한라산! 어떤 눈으로 보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인 한라산의 풍경은 단풍이 들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장엄하다.

한라산의 단풍은 삼사일 단위로 달라지며, 시시각각 변모하는 풍경은 근 한 달 이상 계속된다.

이런 장관은 어디서도 보기 드물다. 실제로 한라산 단풍은 산 정상에서부터 물들기 시작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낮은 곳으로 내려온다.

변화에 변화를 거듭하고, 시공간적으로 이색적인 감응을 불러내는 한라산의 풍경은 직접 느껴보지 않은 사람은 쉽게 알기 어렵다.

단풍이 들 무렵이면 한라산 5.16도로에는 신혼부부들로 넘쳐나고, 야외촬영으로 분주하던 광경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형언할 수 없는 비경을 지닌 곳이 한라산이라면, 제주도로서는 이런 청정의 환경을 당연히 유지해야 한다.

특히나 이런 당위성을 수용하는 것은 지속가능한 제주도의 발전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제주의 청정 이미지는 제주를 찾는 수많은 방문객들로 하여금 더욱 제주를 아끼고 사랑하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나아가 지금의 우리만이 아니라 우리의 다음세대들도 함께 공유해야 할 인류의 자산이자 가치다.

물론, 제주도에는 한라산만 존재하지 않는다. 특별연재의 첫 번째 칼럼에서도 잠시 언급했듯이, 제주도는 트리플크라운이란 명성에 빛나는 섬이다.

트리플크라운의 명성은 제주도의 육상에 존재한다. 제주도의 중심에 자리한 한라산이 제주도의 주된 상징이라면, 세계자연유산과 유네스코지정 세계지질공원으로서의 제주도에는 곳곳에 명소가 존재한다.

이는 제주도의 육상 환경이 얼마나 아름답고 가치 있는 섬인지를 단적으로 입증한다. 그 명소를 일일이 나열할 필요조차 없지만, 스페인의 순례자 길로 유명한 산티아고 길처럼, 제주 올레길 하나만 떠올려 봐도 충분할 듯하다.

올레길 26개의 코스를 따라, 또는 곳곳에 산재하는 명소들은 저마다 소박하면서도 고유의 지질학적 특성을 지닌다. 바로 이것이 제주도가 왜 청정지역으로 존재해야 하는지를 말하고 있다.

제주도의 육상 환경은 이렇듯 자랑스럽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이런 칭송은 딱, 여기까지다. 제주도를 찾는 외부인들의 숫자는 연간 1500만 명을 육박한다. 제주도는 이들에게 섬의 고유한 아름다움을 선사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제주도에 살고 있는 제주도민의 이해는 어떠한가? 섬이 지닌 가치의 고유성과 영속성, 그 보존의 중요성에 대한 제주도민의 이해 말이다. 놀랍게도 그 수준은 그리 높지 않다.

더욱이 제주도민이나 관련기관 역시 빼어난 관광지로서의 제주도에 대한 차별화된 정책적 실현이 더디게 이루어지고 있다.

뒤집어 보면, 이것은 제주도의 고유한 가치를 홍보하고 아끼는 마음가짐이 우리에게 부족하다는 얘기다.

이를 염두에 두면서 지속가능한 제주의 발전을 위해 청정 제주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 초점을 맞춘 이 칼럼은 같은 연장선상에서 제주도의 육상 환경에서 목격되는 몇 가지 문제점을 짚으면서 우리의 일상 가운데 고착된 사고를 각성하기 위해 작성한 것이다.

한라산 정상에는 군락을 이루며 자태를 뽐내는 구상나무가 즐비하다.

그런데 이 구상나무가 언제부터 집단적으로 고사하기 시작했는지, 우리가 이것에 대해 관심을 가져 본 적 있는가? 소나무과에 속하는 구상나무는 한라산, 지리산, 덕유산 등 해발 500~2000미터에서 자라는 나무다. 한국특산종에 속하는 구상나무는 유럽에서는 ‘한국전나무’로 불린다.

식목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지만, 필자는 뼈만 앙상하게 남은 한라산의 수목을 사진을 통해 여러 차례 봤다 (그림 1). 그때마다 이 불편한 모습이 주로 1960-70년대에 유럽대륙에서 산성비의 영향으로 울창했던 수목이 말라서 비틀어진 모습과 같다는 것을 알았다.

분명 지금과 같은 앙상한 구상나무 군락은 청정제주의 이미지를 훼손시킬 것임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그림 . 한라산 중턱의 구상나무 고사 사진(왼쪽) 및 세계유산본부 한라산연구부의 보고서(오른쪽). 구상나무 평균 고사율은 약 36.4%에 달한다(빨간색).
그림 . 한라산 중턱의 구상나무 고사 사진(왼쪽) 및 세계유산본부 한라산연구부의 보고서(오른쪽). 구상나무 평균 고사율은 약 36.4%에 달한다(빨간색).

구상나무의 고사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19년 제주특별자치도 세계유산본부에서 조사한 조사연구 보고서에 의하면, 한라산 구상나무 쇠퇴 및 고사와 관련된 병해 8종이 확인된 바 있다(2019년 보고서).

구상나무에 피해를 입히는 8종의 병해 가운데 ‘스클레로데리스 가지마름병’은 전나무류나 소나무과에 큰 피해를 주는 세계적인 전염병이고, 이것이 한라산 구상나무의 고사에도 많은 영향을 준 것으로 조사되었다(2019. 3월 한라일보 보도).

그동안 기후변화에 의한 수분 스트레스 등 명확히 알지 못했던 고사원인이 과학적으로 밝혀진 것은 그나마 다행스럽다.

이는 구상나무 보존관리를 위해서도 큰 진전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재차 강조하고 싶은 것은 보존을 위한 실행기관이 세계유산본부든 아니면 제주도든, 구상나무의 장기모니터링이 필요하고 보존관리에도 힘써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우리의 집중적인 관심도 촉구하는 바이다. 짙푸른 상록침엽수로 한라산의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던 상징적 구상나무가 뼈만 앙상하고 흉물스럽게 변해가는 지금, 우리가 보다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이것은 청정 이미지의 제주도로 사람들을 다시 초대하기 위해서고, 제주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다.

앞서 언급했듯이, 연간 제주도를 찾는 관광객은 대략 1500만 명에 육박한다. 하루 평균 체류인원도 14만 명에 달한다. 제주도 차원에서 보면, 이들 입도민들이 제주 경제나 생활, 문화에 기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그와 더불어 이들로 인해 파생되는 문제도 적지 않다. 단적인 예로 쓰레기 처리 문제를 들 수 있다.

제주도민이 버리는 쓰레기뿐만 아니라 환경총량을 웃도는 각종 쓰레기는 제주도의 상시적 문제이자 고질적인 문제다.

다행히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에 광역소각장이 설치되어 하루 500톤의 쓰레기를 처리 소각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올해 초부터 전 세계를 강타한 COVID-19 때문에 제주도를 찾는 관광객의 수가 급격히 줄어드는 바람에 이런 고질적인 쓰레기 문제가 수면 아래로 들어가서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오래지 않아 여건이 바뀌면 관광객은 늘 것이고, 그에 따른 환경 문제가 언제든 재발할 것이다.

이를 감안하면, 현재 소강상태를 이루는 지금부터라도 제주도는 지속적인 대책 수립과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제주도로 입도하는 사람 중에는 한라산 등반만을 위해 오는 손님도 많다. 제주행 항공기 탑승자 가운데서 무리지어 등반복 차림을 한 사람들이 자주 목격된다.

성판악 휴게소 도로 양옆으로 늘어선 자동차 행렬은 이런 부류의 사람들이다. 이들 중에는 심지어 당일치기로 한라산을 등반하는 사람들도 여럿 있다.

그러나 시설은 설계 용량을 웃돌면 문제가 생긴다. 한라산 중턱 휴게소에는 처리용량을 초과한 분뇨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옛말에 ‘오늘 배우면 작은 부끄러움으로 끝나지만, 오늘 배우지 않으면 일생의 부끄러움으로 남는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문제가 노출되는 즉시 처리하면 순간적 부끄러움은 남겠지만, 시기를 놓치면 제주가 자랑하고 지속해야 할 청정 이미지도 자칫 사라진다.

제주의 청정 이미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답은 이미 우리 모두 알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알면서도 이를 실천하지 않는 데 있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제주도는 청정 이미지가 강한 섬이다. 이런 청정 이미지를 내세워 일본으로 돼지고기나 수산물을 수출한다.

그러나 최근 이런 청정 이미지 이면에 있는,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문제가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앞서 한라산 구상나무가 병해충에 의한 결과라면, 우리들의 편의를 위해 가용하는 시설물에서 나오는 오염물질, 혹은 경제적 편익을 위해 부적절하게 폐기하고 있는 일부업자의 행태, 제주도 농업의 대표격인 감귤농장에 뿌려지는 농약 잔존물, 면적에 비해 너무 많은 골프장과 그곳에 뿌려지는 농약 잔존물... 이 모두는 청정 제주의 오염원이 될 수 있다.

오래 방치하면 엄밀한 조사는커녕 이들 하나하나의 영향이 얼마나 심각한지조차 정확히 판단하기 어려워진다. 과거 월남전에서 무수히 살포되고, 수 십 년이 지나서야 실체가 파악된 고엽제 피해 사례를 상기해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문제가 켜켜이 축적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지금 당장은 노출되지 않은 탓에 우리가 지속적인 관심을 접거나 방심하게 되면, 제주가 직면한 각종 오염원 문제는 언제든 고질적인 문제로 도출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지금까지는 문제가 생길 때마다 사후약방문식의 땜질처리로 임시처방만 하고 넘어갔다. 하지만 전 세계가 달라지고 있다. ‘그린뉴딜’이란 말까지 나오면서 청정에 대한 범지구적 차원의 인식이 강조되고 있다.

이런 시기에 제주도는 그 어느 때보다 선제적인 대응, 그 대응에 앞선 철저한 진단, 실태 파악 등에 나서야 한다. 청정 환경을 유지하는 것이 곧 제주도를 지속가능한 섬으로 만드는 지름길이며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이번 칼럼의 주제는 제주도의 육상 환경이다. 다만,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육상 환경의 급격한 변화는 그 변화가 실제로는 이런저런 복합적인 환경 변화와 함께 파생된다는 점이다.

한라산 구상나무의 고갈 경우도 그렇고, 관광객과 도내 도처에 산재한 양돈장으로 인한 환경 문제도 그렇다. 이들 하나하나는 각기 별개로 존재하지만 사실은 모두 연결된 것이다.

이렇듯 제주도의 육상 환경은 갖가지 문제 때문에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어느 언론의 특별코너를 빌어보면, 이스라엘 히브리대학 유발 하라리 교수는 지금 (COVID-19시기 및 그 후) 우리는 블랙홀과 화이트홀을 연결하는 웜홀(wormhole)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미래예측이 불가능한 시기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가 과거에는 도무지 실행할 수 없다고 여겼던 개혁을 바로 지금 과감하게 실행할 때라고도 역설했다.

제주도 육상 환경을 다루는 필자의 이번 칼럼에 이를 직접 대입하긴 어렵겠지만, 유발 하라리 교수의 강조와 역설은 제주도가 처한 육상 환경문제, 청정 제주를 위해 시간을 더 이상 늦춰서는 안 될, 개혁해야 할 부분, 그리고 앞으로 전개될 대내외적 환경변화에 제주도가 대처해야 할 방안 등을 모색하는 데도 시사하는 바가 많다.

나 역시 강조하고 역설한다. 지금 아니면 언제! 생각이 곧 실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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