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4)청정 제주환경을 생각한다!
[특별기고](4)청정 제주환경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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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7.30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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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문제는 환경이다! - 대기환경
현상민 박사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

 

현상민 박사
현상민 박사

‘제주는 청정의 섬이다!’
‘제주도가 청정의 섬이다’란 말 속엔 제주도를 물리적으로 구성하는 하늘, 땅, 바다 모두가 청정하고 아름답다는 의미가 포함된다. 여기에 하나 더 추가하면, 제주도에 오랫동안 삶의 뿌리를 두고 살아온 제주도민들의 심성(心性)이다. 제아무리 부자도 마음이 가난하면 천박한 사람이다.

예로부터 ‘지자요수(智者樂水)’, 지혜로운 사람은 막힘이 없이 흐르는 물과 같아 물을 좋아하고, ‘인자요산(仁者樂山)’, 어진 사람은 의리에 만족하여 몸가짐을 신중히 하며 심덕이 두터워 마음의 풍경이 흔들리지 않는 산과 같아 산을 좋아한다고 했다. 물론, 부분의 총합이 전체일 수는 없듯이, 현재 제주도민 모두도 그렇다는 얘기는 아니다.

다만, 자연을 벗 삼은 사람치고 심성이 곱지 않은 사람이 적지 않음을 안다면, 청정 제주도의 자연으로부터 배운 지식과 지혜가 제주도민들의 삶에도 살아 있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관광객이 몰려오는 제주도는 이런 제주도민들의 심적 바탕 위에 친환경적 삶과 문화를 축적하고 있다. 이를 뒤집어 보면, 항구적인 ‘청정성’은 제주도를 앞으로도 지속가능한 발전 지역으로 자리매김한다는 얘기다. 더 넓게 보면, 제주도의 청정성은 우리 시대가 추구하는 삶의 가치를 윤택하게 하고 있다.
    
이번에 다룰 네 번째 연재 칼럼에서 주목한 것은 제주도의 ‘대기환경’ 분야다. 앞의 바다환경이나 육상환경처럼 제주도의 대기환경 역시 전 지구적 차원의 기후변화 등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갖고 있다. 다만, 앞서 두 경우와 달리, 대기는 바다나 육상보다 한층 더 역동적이란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주된 이유는 대기 자체가 지닌 특성 때문이다. 제주도의 대기환경이 다른 곳보다 훨씬 변화무쌍하다는 것은 이런 대기 자체의 역동적 특성까지 포함한 얘기다. 지리적으로 한라산을 섬 중심에 둔 제주도의 장기간에 걸친 대기환경 변화는 제주도 자체의 육상환경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고, 그 영향은 바다환경에도 크게 작용한다.

그중 계절 단위와 짧은 일주일 단위로 일어나는 대기환경변화는 삶에 특히 더 영향을 미치는데, 최근 초미의 관심사로 대두된 미세먼지나 집중호우 등이 좋은 예다. 이렇듯 대기환경이 일차적으로 우리 생활과 밀접한 연관을 갖고 있다는 점은 중차대한 문제인데, 바다-육상-대기를 아우르는 거시적 차원의 환경변화에 대해서는 다음에 쓸 마지막 칼럼으로 넘기고, 이번 칼럼에서는 그에 앞서 대기환경 자체에 주안점을 두었다.

우리가 함께 사는 지구를 한 번 보자. 고위도에 위치한 남극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 인간의 손길이 전혀 닿지 않는 청정지역이었다. 지구상 마지막 미개척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오늘날 남극을 어떻게 정의하느냐 하는 문제는 있지만, 북극이나 다른 지역과 다른 남극은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고립되어 있다.

섬도 바다로 둘러싸여 있음을 감안하면 제주도도 당연히 외부와 차단된 공간일 수밖에 없는데, 바로 이런 지리적 환경 때문에 제주도는 청정이미지를 강하게 갖고 있다. 그러나 제주도는 ‘절해고도(絶海孤島)’인 남극이나 하와이와는 달리, 인접지역에 대륙이 자리하고 있어 대륙으로부터 필연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도가 갖는 지리적 특성은 독특하다. 정부에서는 기상관측의 중요성과 제주도의 지리적 위치를 감안해 일찍부터 제주도에 기상관측소를 설치하여 대기환경에 대한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기상레이더와 자동기상관측장비를 운영하고 있는 ‘고산기상대’는 1987년에 ‘제주 고층 레이더 측후소’라는 명칭으로 개소되었다. 2015년부터는 무인화 되었지만, 2003년부터는 황사관측(PM10)을 시작했고 현재까지도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또한 1978년에 설립된 기상연구소(당시 서울소재)는, 2014년에 국립기상과학원으로 개칭되어 서귀포 혁신도시로 이전되면서 2000년부터 신설된 기후연구실의 역할을 확장하여 전 지구 기후관련 업무에 매진하고 있다 (그림 1). 특히, 태풍에 대한 업무는 기상청 산하의 국가태풍센터(남원읍 소재)에서 담당하고 있는데, 이와 같이 제주도 전역에 걸친 기후·기상과 관련된 연구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것은 제주도 및 한반도의 대기환경을 파악하는데 매우 유용하다 할 수 있다.

그림 . 고산 기상대(제주도) 및 국립기상과학원. 제주도 및 동아시아 기상, 기후연구의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사진은 doopedia 두산백과 참조)
그림 . 고산 기상대(제주도) 및 국립기상과학원. 제주도 및 동아시아 기상, 기후연구의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사진은 doopedia 두산백과 참조)

사실 제주도에 기상대와 기상과학원을 일찍부터 설립한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필자의 판단은 두 가지다. 하나는 제주도 고산이 제주도에서도 가장 바람이 세찬 지역이란 점이다. 기상대와 기상과학원을 세운 것은 청정이미지를 지닌 제주에 표준적 기상현상(오염되지 않은 대기상황)을 관측하기 위함이었다. 기상현상이나 대기오염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관측 숫자에 담긴 함축적 의미가 다른 지역과 비교해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판단해야 된다.

우리가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와 중국의 미세먼지 농도를 비교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따라서 청정 이미지를 지닌 제주에 기상대를 설치하고 황사를 비롯한 각종 대기상황을 연구하는 것은 한반도 전 지역 혹은 동아시아 지역에 대한 연구 결과와도 비교할 수 있는 좋은 자료 확보에 도움이 된다. 다른 하나는 제주도 고산이 태풍이 지나가는 길목에 위치한다는 지리적 이점 때문이다.

가급적 빠르고 정확히 기상관측을 하고 앞으로의 향방과 피해 정도를 예측함으로써 우리나라 중심지역인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을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제주도의 고산기상대와 국가태풍센터, 국립기상과학원은 충분히 자기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고산기상대는 제주도뿐만 아니라 한반도 대기환경을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전진기지다.

이에 덧붙여 제주도의 대기환경을 대변하는 대기오염물질(초미세먼지)에 대해 잠깐 살펴보겠다(초미세먼지는 기상청에서 생산된 자료가 아니지만 대기환경을 지시함으로 따로 구분하지 않고 언급하기로 한다). 청정이미지의 꼬리표를 달고 있는 제주도지만, 대기오염물질(초미세먼지)을 기준으로 보면 꼭 그렇지만 않다. 대기 가운데 초미세먼지를 분석한 결과에 의하면, 대기오염물질인 초미세먼지 농도는 서울과 거의 비슷한 수준을 보이기 때문이다.

2017년 서울의 초미세먼지 연평균 농도는 25ug/m3으로 보고된 바 있는데, 바로 같은 해 제주도의 경우는 23ug/m3였다. 1년 뒤인 2018년에는 앞의 해보다는 다소 낮은 19ug/m3였는데, 이때 제주도의 초미세먼지 농도 수치는 전국 최저였다 (SBS 방송, 2019). 한편 세계 보건기구(WHO)나 정부가 설정한 인간의 건강에 영향을 주는 초미세먼지 연평균 농도의 시작점은 15ug/m3이다. 이를 감안하면, 제주도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안전하기는커녕 대기오염이 심한 서울과 비교했을 때 비슷하거나 약간 낮은 정도라고 할 수 있다.
 

정부는 몇 년 전에 전국을 10개의 규제자유특구로 지정했다. 제주도의 경우는 전기자동차가 핵심이었다. 제주도의 정책적 판단을 반영하여 친환경 전기차를 공공으로 이용하거나 도민들에게 적극 권장함으로써 제주도의 청정이미지 제고와 산업 및 환경도시로서의 위상을 한 층 더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물론 이런 정책을 통해 관광객을 유치하고 경제 활성화에 도움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상대적으로 제주도는 친환경 전기자동차와 신재생에너지 활용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이다. 따라서 단위면적당 오염물질 배출량도 서울에 비하면 매우 낮은 편에 속한다(SBS 보도자료).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제주도의 대기환경은 크게 개선되고 있지 않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제주도가 전기자동차 사용을 적극 권장하는 한편, 대기오염물질을 줄이려는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데도 대기환경이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대기의 역동성’ 때문이다. 아래 그림 2에서 볼 수 있듯이, 제주도를 포함한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대기상황은 시시각각 변하는 대기상황과 연동되어 있다. 제주도의 대기지만 그것이 제주도의 대기로만 끝나지 않고 끊임없이 주변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다. 편서풍대에 위치한 제주의 대기환경에 영향을 주는 겨울철 황사는 주로 중국내 대륙으로부터의 영향이다.

여름철에는 남쪽으로부터의 영향, 즉 중국 남부의 영향을 받는다. 일부 학자들은 대기 순환이나 대기이동에 따라 제주도의 대기상황은 인천지역이나 한반도 남부의 영향을 받는다는 주장도 한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제주도의 대기이지만 제주도의 대기는 제주도의 대기만이 아닌 타 지역에서 이동된 대기와 혼합된 것이라는 점이다(그림 2).
 
최근 제주도에서도 실제 정책적 차원에서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를 위한 세부시행계획(2020-2024)을 수립하고 오염 및 대기질 개선을 위해 노력 중이다(제주교통복지신문, 2015). 정책의 주된 내용은 초미세먼지(PM 2.5)의 연간 평균농도를 15ug/m3까지 저감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미세먼지 관리 및 저감을 위한 세부 실천계획도 마련해 두고 있다. 주목할 점은 제주도가 제시한 연간 평균농도 15ug/m3은 WHO가 제시한 값과 같다는 점이다.

하지만 제주도가 주변 대륙의 영향을 쉽게 받을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대기의 역동성이 크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이런 과학적 사실을 직시하여 제주도는 한층 더 낮은 수치의 초미세먼지 농도를 목표로 재설정해야 하고 현실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 이런 과학적 객관성과 실천적 행정이 뒷받침될 때 청정 제주의 이미지는 제고될 수 있고, 나아가 제주의 지속가능한 발전도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림 2. 실시간 대기현상(PM 2.5 농도). 2020년 7월 20일. 제주도가 독립적으로 분리되어 있지 않고 동아시아 지역 전체의 대기 상황과 연동되어 있다 (https://www.iqair.com/earth)
그림 2. 실시간 대기현상(PM 2.5 농도). 2020년 7월 20일. 제주도가 독립적으로 분리되어 있지 않고 동아시아 지역 전체의 대기 상황과 연동되어 있다 (https://www.iqair.com/earth)

현재, 국제적으로도 대기질 모니터링과 관련된 프로젝트는 여럿 추진 중이다. 특히, ‘동아시아 산성비 모니터링 네트워크(EANET; Acid deposition monitoring network in East Asia)’로 알려진 프로그램은 1998년에 설립되어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의 대기오염 모니터링에 적극 활용되고 있다. 그 밖의 HAZE(ASEAN Agreement on Transboundary Haze Pollution) 같은 것도 제주도의 청정 대기환경을 위해 활용 가능한 여러 프로그램 중 하나일 것이다.

한편, 2020년 올해 정부는  천리안 2호 인공위성 발사에 성공하여 해양탑재체(GOCC-II;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이 운영), 환경부의 환경탑재체(GEMS) 등을 이용하여 대기오염 물질에 대한 감시와 모니터링에 들어갔다. 이를 통해 제주도의 대기환경뿐만 아니라 한반도 전역의 대기오염 모니터링에 적극 활용될 것이라 기대한다. 무엇보다도 제주도의 청정 대기환경을 부각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적극 활용될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 이 칼럼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국립기상과학원 미래기반연구부 관계자 분들과는 고산 기상대 현장방문 및 관련내용에 대한 의견교환이 있었고, 원고 작성에 큰 도움이 되었음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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