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해양환경연구센터 책임연구원 현상민 박사가 본지에 특별기고로 1회 '청정 제주환경을 생각한다'와  2회 '해양환경과 관련해서', 3회 '육상환경과 관련해서' 글을 싣기로 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지구촌이 문제가 되고 있는 이 시대에 이글을 통해 청정제주 환경을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편집자 주]

‘제주는 청정의 섬이다!’ 제주도에 관해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다 아는 말이다.

다른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제주도는 유네스코(UNESCO)가 지정한 자연과학 분야의 트리플크라운을 보유한 섬이다. 즉, 세계자연유산, 세계 생물권보전지역, 그리고 세계 지질공원 보유지라는 것이다.

물론, 세계적 관광지를 둘러본 경험을 지닌 사람들 중에는 우리의 섬 제주도가 트리플크라운에 과연 걸맞은 것이냐며 반문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도 제주도가 아름다운 자연의 보고임은 쉽게 부인하지 않을 것이다. 제주도 출신인 필자 역시 지금껏 세계 여러 나라를 여행하면서 느낀 게 많다.

세계 유명 관광 사이트를 방문해 봤지만, 필자가 나고 자란 제주도의 자연은 세계 유수의 관광지와 비교해도 결코 뒤쳐지지 않았다. 세계의 어느 특정 관광지만 두고 비교했을 때에도 제주도가 늘 한수 위였다는 얘기가 아니다. 

하지만 세계 7대 자연유산으로 등재되고 트리플 3관왕의 명예까지 얻은 지금의 제주도는 어떠한가? 최근 들어 제주도는 심각한 환경오염문제에 직면해있다. 육지지역은 물론이고 주변의 바다 환경과 대기환경까지 그렇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나 이런 환경문제가 그 자체로 끝나지 않고, 제주사람들의 평소 삶뿐만 아니라 관광객, 심지어 제주와 인연 있는 사람들의 일상생활에도 상당한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는 점은 우리를 더욱 놀라게 만든다.

이것은 일상적 삶을 살아가는 제주인들과 제주를 찾는 사람들 모두에게 자칫 제주도에 엄습할 암울한 미래의 자화상을 넌지시 암시하는 것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지금의 이런 현상을 제주인의 삶의 문제를 넘어 인류 보편적 문제로 인식하고, 우리가 처한 환경의 중요성을 심도 있게 되짚어 봐야 할 문제로 봐야 할 때가 되었다. 

2015년 UN은 2030년까지 이루어야 할 지속가능한 발전목표로 17가지를 제시한 바 있다. 최종 목표는 지구촌에 살고 있는 수많은 인종과 환경을 포함해 우리 모두가 미래에도 한층 더 나아지고 윤택한 삶을 영위하자는 것이다. 공표된 17개의 목표(goals)에는 환경을 따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개별 목표마다 환경과는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예를 들어, 여섯 번째 목표인 깨끗한 물과 공중위생(Clean Water and Sanitation)의 경우는 환경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항목이고, 열세 번째 경우인 기후 행동(Climate Action)도 결국 환경과 직결되며, 열다섯 번째 경우인 육상에서의 삶(Life on Land)도 궁극적으로는 환경과 관련된 항목이다. 제주도라는 특정 지역을 떠나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지구촌 전체는 바야흐로 가장 뜨거운 이슈가 환경문제임을 반증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초점을 제주도로 옮기고 지금의 제주도가 처한 환경에 대해 잠시 살펴보자. 최근 제주바다에는 괭생이모자반이라는 별로 달갑지 않은 손님이 찾아왔다.

언론보도를 빌리면 ‘제주는 지금 밀려드는 괭생이모자반과 전쟁 중’이다. 괭생이모자반으로 인한 해양사고도 만만치 않다.

마치 연례행사처럼 제주바다를 볼썽사납게 만드는 이 해양생물체는 왜 이렇게 제주바다를 찾아오는 것일까? 이런 현상과 거의 동시에 제주지역 양식장에서는 전복폐사가 일어나고 있는데, 이것은 또 무엇 때문에 생기는 것일까? 어떤 하나의 환경변화로 이렇게 된 것인가, 아니면 다른 여러 환경변화와 결부된 복합적인 현상인가?

우리는 현재 발생한 현상보다 시간이 갈수록 이런 환경오염이 한층 더 심해질 수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는 것을 간파해야 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와 같은 해양환경 변화가 분명 환경변화 때문에 생긴 것이라고만 할 뿐 아직까지 그 구체적 원인을 명확히 설명해주지 못하고 있다. 

제주바다에서 일어나는 이런 변화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부족한 것만 그런 것일까? 아니다, 그렇지 않다. 전 세계적으로도 환경변화로 야기되는 다양한 2차적 변화를 적절히 설명해주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최근 글로벌 펜데믹으로 불리는 COVID-19와 관련해 적합한 백신을 찾지 못하는 것처럼, 지금으로서는 환경변화에 대한 궁극적 해결책이 그냥 두고 볼 수밖에 없다는 게 어쩌면 정확한 진단일지 모른다. 달리 말하면, 이는 인류 발전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무거운 책무로 작용하고 있을지 모르며, 앞으로도 닥칠 수많은 변화를 우리 인간의 지혜로 풀어내야 할 당위성을 환기시키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제주도에 국한시켜 보면, 제주도의 환경문제는 바다만의 문제로 단정할 수 없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문제적 요소는 청정지역으로 자부하는 제주도에는 축산시설로부터 배출되는 오폐수, 양식장에서 배출되는 배출수, 쉴 새 없이 밀려드는 관광객들로 인해 그때그때 처리하지 못하고 있는 분뇨, 이에 더해 제주인들이 일상적으로 쏟아내는 생활쓰레기들까지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려울 정도도 많다. 대기오염 또한 마찬가지다.

제주도는 육지로부터 멀리 떨어진 섬 지역이라 청정한 대기환경이 유지되는 것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관측 자료를 통해 보면 제주도는 결코 다른 지역보다 청정하지 않다.

현명한 독자라면 금방 납득하겠지만, 환경문제는 국지적 문제, 즉 제주도 자체만의 문제가 아닌 복합적 요인에 의해 결정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괭생이모자반이 그렇고, 제주 주변해역에서 가끔 출현하는 저염분 해수가 그렇고, 대기오염의 주범인 미세먼지 또한 이와 결코 무관하지 않을 듯하다.

그렇다면 UN에서 제기한 지구촌의 지속가능한 발전목표와 동일한 인식 지평에서 제주의 발전목표를 생각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두말할 필요도 없이 제주도의 경우는 환경을 최우선적으로 하는 정책을 구현할 때만 지속가능한 제주의 발전으로 귀결될 수 있다. 따라서 지금은 환경문제를 올바로 제기하고, 그 해결을 위해 끊임없는 노력과 실천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와 동시에 이런 계기와 동력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 제주도민 뿐만 아니라 제주를 찾는 관광객, 그리고 그 외 많은 사람들의 적극적인 동조와 동참이 필요하다. 지금의 우리에겐 청정 제주가 오염된 제주로 전락하게 둘 수는 없다는 비장한 각오가 필요하고, 모두가 함께 해결책을 찾고 노력해야 할 때다. 제주 출신 필자가 고향 제주도의 환경문제를 주제로 기획연재를 시도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런 관점에서 이 연재는 총설을 포함해 총 3회에 걸쳐 이루어질 것이다. 총설에서는 주로 제주도 환경 전반에 대한 주제를 두서없이 언급했지만, 이어지는 두 번째 연재는 제주바다 환경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볼 것이다.

두 번째 연재에서 바다환경에 주목한 것은 주지하다시피 제주도는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그만큼 제주도에서는 바다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작고 아름다운 섬 제주의 육지환경과 대기환경에 대해 살펴볼 것이다. 필자 역시 학식이 모든 부분에서 풍부하진 않지만, 적어도 환경을 연구하는 학자로서, 그리고 제주출신이며 제주를 누구보다 아끼는 한 사람으로서 급격하게 변해가는 제주도가 갖고 있는 환경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기 때문이다.

필자의 기획연재가 제주도와 함께 살아가고, 제주도의 귀중한 보고를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할 제주도 사람들에게 작은 제언일 수 있기를 기대한다.

■현상민 박사
-. 제주 출생
-.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해양환경연구센터 책임연구원
-. 해군사관학교 객원초빙교수
-. 10여권의 환경관련 저서(번역서 포함) 및 50여편 이상의 논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