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회에게 경고하노니 “탄압하면 항쟁이다!”
제주도의회에게 경고하노니 “탄압하면 항쟁이다!”
  • 뉴스N제주
  • 승인 2021.09.08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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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문희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2021년 9월 7일. 비자림로 조기 개설 촉구 결의안이 가결되었다. 어이없어 웃음이 나왔다. 그러나 이내 두려움으로 눈물이 흘렀다. 물론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놀랄 만한 일이지만, 제주도의회라면 예상 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민을 대의 한다는 의회 집단이 시민을 양분하여 분열을 조장하고 그 이차이득을 얻은 일이 처음도 아니었다. 고용호와 김경학 의원을 비롯해 어제 결의안 내용도 모른 채 서명을 품앗이했던 스물 여섯 의원의 공식석상 발언을 찾아 읽었다. 그들의 발언모순을 통해 이 거대한 형용모순을 질문할 날이 가까웠기 때문이다.

2009년 12월 17일 본회의에 절대보전지역 해제 처분 동의안이 상정됐을 당시, 본회의는 재석의원 숫자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진행되었다. 도지사의 제안설명은 서면으로 갈음됐다. 여러 의원들의 질의와 토론 신청이 있었지만 모두 무시됐다.

표결은 기명전자투표를 해야함에도 불구하고, 거수로 표결했다. 동의안이 상정됐을 때 전자투표 시스템의 장애발생 등 특별한 사정이 없었다. 시민사회 단체의 거센 항의에도 눈썹 하나 흔들리지 않았다. 당연히 사과도 없었다. 지방의회에서 부결된 의안은 같은 회기 중에 다시 발의하거나, 제출할 수 없다는 일사부재의의 원칙도 무시된 일이었다. 의결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해 부결 혹은 무효인 표결로 해군기지 건설을 위해 절대보전지역을 내주면서까지 고향 팔아먹는 일을 발 벗고 나섰다.

2019년 보전지역관리조례 개정안 부결은 또 어떤가? 의회 스스로 권위 스스로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권한을 갖자(주겠다)는데도 도망가지 않았나. 대체 왜? 보전지역관리조례는 보전지역 1등급 지역에 항만이나 공항 등의 사업이 추진될 경우 도의회의 승인을 거치도록 하고 있다. 섬이라는 제한된 환경수용성을 가진 제주도에서 제주도민의 주권과 자기결정권을 강화하고, 제주도의 미래를 제주인들의 진지한 고민과 합의로 열어갈 수 있도록 법률적 토대를 세우기 위해 도민 수 천명이 서명으로 힘을 실었다. 당시 강정마을해군기지반대주민회도 성명을 통해 “제주해군기지 건설 당시 이러한 조례가 제주도의회에 있었다면 제주도민의 총의를 모아 중앙정부에게 당당히 의견을 전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비록, 제주해군기지는 강정주민들의 피눈물 위에 건설되었지만, 또다시 이러한 아픔이 제주도에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번에 상정보류된 보전지역관리조례는 도의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되었어야 마땅하다.”며 호소 했었다. 그러나 도의회는 최소한의 역사적 반성조차 없었다. 무능, 아니 악랄했다.

강정마을 국제관함식 때 도의원 모두가 서명 발의한 결의문을 청와대 방문으로 상정 보류한 일도 있었다. 기억한다. 그 무너진 자존심을. 의회는 항상 그런 식이었다. 외압에 의해 본분을 망각했다. 정치적 판단을 앞세워 특정 세력의 이익을 대변했다. 제주도 역사상 최고의 갈등 사안마다 중심에 무능한 의회가 있었다. 그 책임을 통감하고 거듭나야 할 도의회가 또다시 책무를 방기하고 분열을 획책했다. 최소한의 원칙이 파괴되는 순간을 지금, 이 순간도 목도하고 있다.

도청 앞 천막촌에서 단식 중인 윤경미, 엄문희, 최성희
도청 앞 천막촌에서 단식 중인 윤경미, 엄문희, 최성희

지난 5월 31일 강정 크루즈터니널에서 제주도·도의회·강정마을회가 소위 <상생화합 공동선언식>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제주도와 제주도의회는 강정마을에 지난날의 과오를 사과하고 마을 공동체 회복 위해 노력하겠다고 선언했다. 좌남수 의장이 해군기지 우치 당시 제주도의회 본회의에서 처리된 절대보전지역 변경 동의안 및 환경영향평가서 협의 내용 동의안에 대해 사과한 것이다.

그의 발언을 빌면 “지난 2009년 12월 제주도의회 본회의에서 제주민군복합형 관광미항 건설 사업 관련 동의안이 처리됐기 때문에 이와 연계된 여러 사안에 대해 도의회는 그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러나 그 역사적 반성의 실체는 무엇이었는가?

그저 몇 년 지나서 ‘깊은 유감을 표하고 진심으로 사과"하고 "그동안 쌓인 아픔과 한을 내려놓고 용서로서 희망찬 미래를 향해 갈등과 대립은 막을 내리고 새로운 화해와 상생의 시대를 열어가”면 그만인가? "이제 더 이상 서로 등을 돌리며 사는 과거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마을의 발전과 미래세대를 위해 함께 살아가야 할 공동체를 회복시키는데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했는데, 대체 과오를 바로잡지도 않았으면서, 더욱이 반성을 현실로 끌어올 의지도 능력도 없으면서 매번 죽은 사람 발 닦아준단 헛소리인가? 당신들이 다 죽여놓은 공동체, 자연환경,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시민이 낸 세금으로 선심 쓰듯 특정 세력에게 퍼주면 ‘갈등이 봉합되고 안전한 미래가 열리’기라도 한단 말인가?

모든 현안에 대해 정치적으로 접근하면서 문제를 더욱더 어렵게 만들었던 의회, 의결한 사안을 다시 취소를 의결하면서 원칙을 스스로 위반했던 모순적 의회, 시민 갈등을 방관했다는 비판받던 그 제주도의회는 이제 그들 자신이 실은 시민의 갈등에 기생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서명 품앗이라니. 기대도 없지만 믿고 싶지 않다. 이건 너무 절망적이지 않은가?

누구나 아름다운 이 섬 제주가 저급한 삼류관광지로 전락하는 광경에 아파한다. 누구나 이 섬 제주의 이 뼈아픈 현실이 육지부 정부에만 혐의가 있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그 권력에 기생하며 고향을 팔아넘기는 토착세력에 있다는 것도 안다. 2021년 올해는 지방자치제가 다시 시작되어 의회가 열린 지 30년 되는 해다. 특별법 30년 이기도 하다. 의회 의원들 몇은 자신들이 제주를 망치게 될 특별법 반대운동에 헌신했음을 자랑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제 손으로 제주의 미래를 박탈하고 있다는 것은 왜 외면하는가? 어제, 2021년 9월 7일은 정확히 30년 전인 1991년 9월 7일, 특별법에 저항하는 시민들의 공동체가 시작한 날이란 것을 잊었을 것이다. 그날의 선언 첫 문단에 이런 말이 나온다.

“주체로써의 도민이 없다.”

어제 결의안이 통과되던 순간에 비자림로 공사를 찬성하는 시민과 반대하는 시민 모두가 의회 마당에서 서로 낯을 붉혀야 했다. 그러나 그때 한 시민이 이런 말을 했다.

“반대할 수 있다. 찬성도 할 수 있다. 우리끼리 싸울 일은 아니다. 그런데 저기 안에 있는 사람들이 우리를 싸움 붙인다. 우리의 증오는 저 도의원들에게 향해야 한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에 경고한다. 의회는 도민의 민심을 대변하는 대의기구지, 도민을 이해에 따라 ‘불순’과 ‘순수’로 시민을 구분해 손 볼 대상으로 희생시키는 권력기관이 되어서는 안 된다. 도민들의 희생을 강요하고 특정 세력의 이익이나 자기 이해를 대변하기 위해 사안을 읽어보지도 않고 서명 품앗이나 해대는 의회가 된다면, 깨어난 제주도민의 거대한 분노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이번 행위들은 결국 제주 자연에 대한 탄압이자, 역사에 대한 탄압이자, 민주주의에 대한 탄압이다. 필히 저항을 받을 것이다. 거대한 폭력의 당사자들에게 고하노니, 탄압하면 항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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