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제주 학생인권조례 TF팀, '제주 학생인권조례 제정' 촉구
[현장]제주 학생인권조례 TF팀, '제주 학생인권조례 제정' 촉구
  • 현달환 기자
  • 승인 2020.03.19 1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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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내 고등학교 재학 TF 소속 학생들, 19일 오전 10시 제주도의회 정문 기자회견

"제주 학생 인권 조례 TF학생인권조례TF" 주최로 제주 학생인권조례 TF팀이 19일 오전 10시 제주도의회 정문에서 제주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제주 학생 인권 조례 TF학생인권조례TF" 주최로 제주 학생인권조례 TF팀이 19일 오전 10시 제주도의회 정문에서 제주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제주 학생 인권 조례 TF학생인권조례TF" 주최로 제주 학생인권조례 TF팀이 19일 오전 10시 제주도의회 정문에서 제주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제주 학생인권조례 TF'는 제주도 내 학생인권보장의 실태를 파악하고 학생인권침해 문제 방지와 제주 학생 인권학생인권 확립을 위한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목표로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구성한 단체이다.

이날 기자회견은 사회자, 발언자를 포함한 기자회견의 구성원 모두는 현재 도내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TF 소속 학생들로 구성되어 있다.

기자회견은 그간 수집해 온 사례 및 기자회견문 발표, 그리고 질의응답의 순서로 진행됐다.

기자회견 진행후 제주 학생인권조례 제정 촉구에 동의하는 1002명의 서명과 함께 청원서를 도의회에 제출했다.

■기자회견 전문.

이번 2020년에는 인원을 재정비하여 학생인권 관련 인식 개선 캠페인, 학생인권을 주제로 한 토크콘서트를 개최하는 등의 활동이 계획되어 있습니다.

그러면 지금부터 기자회견을 시작하겠습니다. 기자회견은 도내 학생인권침해 사례 및 기자회견문 발표, 질의응답 순으로 진행되겠습니다.

 [사례]

기자회견문을 읽기에 앞서, 저희 TF팀이 지난 2017년부터 모아온 실제 제주 교육 현장에서 일어났던 학생인권 침해 사례들 중 몇 가지 내용을 인용하여 이야기해보겠습니다.

 A고등학교 학생의 증언입니다. “학교 특성상 노트북을 사용하는 학생들이 많아서 소지품 검사를 할 때 노트북도 검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때 노트북을 켜고 깔려있는 프로그램을 검사하고 무슨 파일이 들었는지까지 모두 검사합니다. 심지어 USB까지 검사했습니다. 새벽에 학생회가 기숙사의 불을 모두 켜고 학생들을 기상시킨 다음 소지품 검사를 진행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B고등학교 학생의 증언입니다. “기술가정 선생님이 계셨는데, 의복과 관련해 수업을 진행하는 도중 학생다운 복장에 대해서 말씀하셨습니다. 선생님께서는 학생답지 못한 복장의 예시로 “주말에 시청을 나갔는데 누가 보아도 학생인 여자가 카페에 앉아 가죽치마를 입고 얼굴에 뭘 바르고 있었다. 어떻게 생각하나” 라며 그 여자의 인상착의를 설명했습니다. 수업이 끝나고 저는 쏟아지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그 여자가 바로 저였기 때문입니다. 딱히 선생님은 그렇게 계속 다른 반에서 수업을 할 때도 제 얘기를 학생답지 않은 복장의 예시로 들며 수업을 진행하셨습니다. 하지만 저는 생기부에 누가 될까 이에 대해 선생님께 항의하지 못했습니다.”

 C고등학교 학생의 증언입니다. “고등학교를 진학하고 나서 첫날 과학시간이었습니다. 당시 파견오신 선생님이 학생들 앞에서 당당하게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생물 전공이다. 나보다 생물 더 잘 아는 사람이 있으면 나와 봐라. 실제 동성애 현장에 가봤는가. 나는 생물 전공이라 잘 안다. 동성애자들 같은 성소수자가 하는 것을 보면 살 가치가 없는 것들이다.” 라고 성소수자에게 적대적이고 차별적인 발언을 이어가셨습니다. 저는 범성애자입니다. 그 선생님이 말씀하신 살 가치가 없다는 말에 깊은 상처를 받았습니다.”

 D고등학교 학생의 증언입니다. “백호기 철이 돌아오면 연습 도안이라는 것을 만듭니다. 도안은 학생들이 교복 마이, 와이셔츠 등을 이용해서 글자나 무늬를 만드는 것입니다. 백호기 철에는 햇빛이 많이 나고 이틀 동안 수업시간에 운동장에 나가 3시간씩 도안을 연습합니다. 학생회는 학교 건물 옥상에 올라가 동작을 틀리는 학생이 보이면 찾아가서 욕설과 인격 모독, 심하면 폭력까지 행사합니다. 그런데 학교는 이를 알고도 묵인했습니다.”

 E고등학교 학생의 증언입니다. “선생님은 수업시간에 졸고 있는 학생에게 밤에 성매매에 종사하기 때문에 밤에 잠을 못자느냐고 물었고 이러면 커서도 밤일을 할 것이라 말했습니다. 선생님은 제대로 사과도 하지 않았고 일은 그렇게 묻혔습니다.”

 이 밖에도 교사가 출석부로 여학생의 엉덩이를 치며 ‘이래서 여중이 좋다’라고 한다거나 ‘한국 여자들은 모두 된장녀다’, ‘숏컷한 여학생에게 여자냐’라고 발언한 사례 등 다양한 제보들이 있었습니다. 또, 선생님이 여학생에게 ‘엉덩이가 아닌 예쁜 가슴을 내밀어라’ 라고 한 일, 학생에게 ‘여자는 치마를 입고, 남자는 바지를 입어라’라는 성별에 따른 복장 강요를 한 경우도 존재했습니다. 그리고 야자시간 동안에 화장실 출입을 금지하거나 방학 중 보충학습에 참여하지 않으면 기숙사 배정을 받지 못하도록 하는 등의 부당한 불이익을 주는 사례 역시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앞서 나열한 학생들의 증언은 참담한 제주 교육 현장의 현실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저희는 이에 매우 비통한 심정을 느끼며 저희 학생들의 입장을 이번 기자회견을 통해 여러분께 전달하고자 합니다.

"제주 학생 인권 조례 TF학생인권조례TF" 주최로 제주 학생인권조례 TF팀이 19일 오전 10시 제주도의회 정문에서 제주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기자회견문 -학생도 사람입니다.  

과연 무엇이 학생들을 책상이 아닌 기자회견장에 앉게 만들었는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모든 사람은 자유로운 존재로 태어났고, 똑같은 존엄과 권리를 가진다.” 세계인권선언 제1조에 명시된 문장입니다. 누구에게나 적용되어야 할 이 문장이 제주 학생들에게는 적용되지 못합니다. 학생이라는 이유때문입니다. 여학생에게 커피타기를 강요하고 장애학생을 비장애인 학생의 자기위안 용도로 폄훼하며 폭력과 억압, 비상식적인 교칙이 현존하는 학교가 지금 이러한 제주학생인권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그간 이 문제의 피해자는 있지만 가해자는 없었습니다. 가해자와 목격자는 있어도 피해자는 없었습니다. 학교와 사회는 가해자를 옹호하고 피해자를 입막음시키는데 급급해왔습니다. 지금까지 제주 교육은 학생들을 미성숙한 존재, 훈육의 대상으로만 여겨왔기에 모든 폭력과 억압은 정당화 되어 왔습니다.

학생들은 비정상적인 교육 현장을 보고도 침묵으로 일관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교육 전반에서 교사가 가지는 권위가 상당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실정에 학생이 교사에게 반기를 들기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교사와 학생 간 갑을관계는 문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통해 학생의 권리를 공식적으로 선언하고 학생들이 당당하게 본인들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수단을 만들어야 합니다.

백호기 축구대회 응원의 화려한 카드섹션 뒤 학생들의 희생은 생각해본적 있습니까. 선택권 하나 없이 입학했다는 이유로 선배한테 욕을 들으며 노래를 외우고 동작을 외워야 했던 학생들의 슬픔은 생각해본적 있습니까.

수업시간에 난무하는 혐오와 차별에 저항하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떨구는 학생들의 모습에서 활기와 희망을 본다는 이 교육이 과연 정상적입니까.

 전체적인 실태조사, 설문조사 등 아무런 영양가 없는 대안들이 쏟아져 내리는 날에도 학생들은 학교에 갑니다. 이렇게 문제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문제의 근간은 파악하지 않고 형식적인 대응만으로 일관하니 문제 해결의 가능성을 엿보기 어렵습니다. 앞과 같이 실질적인 변화는 찾을 수 없는 제주 교육의 실태에 학생들은 오늘도 사람이 아닌 사람으로 살고 있습니다.

 이에 우리는 학생의 존엄과 가치가 교육과정 내에서 보장받는 인권사회의 실현을 희망하며 제주 학생인권조례 제정 촉구에 동의하는  제주도민 학생 531명 비학생 471명, 총 1002명의 서명을 제주특별차치도의회에 전하고, 다음과 같이 제주도의회에 다시 한 번 요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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