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란 칼럼](1)창수 씨의 미소
[공영란 칼럼](1)창수 씨의 미소
  • 뉴스N제주
  • 승인 2024.01.02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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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조,수필, 작사가
(사)종합문예유성 총무국장
가곡작사가협회 상임위원
공영란 작가가
공영란 작가가

오늘도 비지땀을 흘리며 옆집 일에 자신의 화물차를 갖고 와 짐을 실어 옮기고 힘들거나 남이하기 싫어하는 일은 도맡는 창수 씨의 행동을 모르는 사람이 보면 오해의 소지가 다분하다. 

그러나 그가 지난날 살아가야 할 이유를 잃고 모든 의욕 상실로 마치 식물인간 놀이라도 하듯 지냈다면 고개를 갸웃하고 놀란 입을 다물지 못한다. 처음 그를 봤을 땐 언제 빗었을지 궁금증이 저절로 생기는 수숫대처럼 솟아 덥수룩한 머리카락에 백지장처럼 허옇게 튼 얼굴이 영락없는 노숙자 같았다. 

미소는 고사하고 먹구름 같은 얼굴에 하는 말이라곤 늘 “네” 아니면 “아녜요” 밖엔 없었고 무슨 중죄인처럼 눈도 마주치지 못하더니 내 하늘만 바라보며 한숨 일상이라 그저 안타까웠다. 

그래도 우린 매일 웃으며 밝은 얼굴로 큰소리로 인사하고 말을 걸며 더운 날 시원한 음료를 건네고 끼니때가 되면 동석을 청했다. 처음엔 무조건 사양하던 그가 한두 달 지속되니 까딱 고개 인사를 하고 음료를 받아먹는 변화를 보이더니 급기야 식사 자리에 동석했다. 처음 함께한 식사 자리에서 그가 눈물을 훔치는 걸 봤지만 모두 못 본 체하며 입맛에 맞는 음식을 더 권했다. 

그렇게 여러 번을 반복한 어느 날 “저도 술 한 잔 주세요.” 정말 놀라운 변화였다. 한잔 술에 벌써 취해버린 그가 취중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묻지도 않은 자신의 이야기를 했다. 

정말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너무도 예쁜 딸이 있었는데 말없이 너무 잘 친구들과 학교 다니고 공부도 열심히 하는 줄 안 고등학교 때 어느 날 옥상으로 올라가 떨어져 갔는데 부모라는 작자가 돈 버는 일에만 정신 팔려 자식이 어떤 상황이고 무슨 생각을 하고 행복한지 불행한지 눈곱만큼도 관심 두지 않고 그저 돈벌레마냥 돈만 많이 벌어서 대주면 되는 줄 생활하다 딸을 잃고서야 이까짓 돈 아무리 많이 벌면 뭐 하나 싶고 남들이 다 자식 잡아먹었다고 손가락질 하는듯해 우울증까지 오니 살기조차 싫어져 운영하던 공업사도 접고 그냥 아무것도 않으니 돼지처럼 먹으면 뭐 하나 생각하고 죽을 날만 기다렸는데 거지같은 그런 자신에게 매일 따뜻하게 웃어주며 말을 걸어주고 음료를 건네고 이렇게 식사 자리까지 거리낌 없이 동석하게 하는 데서 아직은 할 일이 더 있게 느껴져 살아갈 의욕이 생겼다며 엉엉 아이처럼 울었다. 

다음 날부터 그는 다른 사람이 된 듯 오늘처럼 힘들고 어려운 이들을 돕는 삶을 살고 있다. 아직도 가끔은 나 같은 사람도 웃으며 살아도 되는지 모르겠다면서 멋쩍게 머리를 긁적이지만, 분명한 것은 그가 이젠 하나 남은 아들에겐 다정하게 말을 건네고 소소한 변화에도 관심 두고 사랑으로 소통하고 자신보다 더 큰 아픔으로 숨죽였을 아내를 돌아보게 되었다고 한다. 

물론 자신이 하던 일도 다시 시작해 성실하고 열심히 하고 어린아이 같은 미소로 남을 돕는 그에게서 우리는 이웃에 대한 작은 관심과 배려가 굳게 닫힌 마음을 녹이고 더불어 상호존중 하며 살아야 함을 깨닫는다. 

◆공영란 시인 프로필

시인, 수필가, 작사가, 화가, 카페 커피하길 대표,
*연간문학동인지 커피하길 창간인
*한국가곡작사가협회 이사, 제주N뉴스 자문위원
*시와 글벗, 경기문학인협회 사무국장
*한국문인협회, 수원문인협회, 김소월문학회, 문학과 비평 회원
*한국저작권협회, 한국음악산업저작권협회 정회원
*제3회 김해일보신춘문예 전체대상  
*경기문학인협회 자랑스러운 경기문학인상  
*대한민국가곡작사가협회 국자감문학상 가곡작사대상
*(사)종합문예유성신문사 제1회 신춘문예 시 금상
*제1회 신정문학, 제3회 남명문학 시 우수상
*한국수필문학상 외 다수의 문학상 수상
*작시곡 ‘난 네가 너무 좋아’외 다수
*전남방송 이달의 영상시 외 다수 작 여러 언론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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