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N아침시](100)이상률 시인의 '소나무'
[뉴스N아침시](100)이상률 시인의 '소나무'
  • 현달환 기자
  • 승인 2023.07.27 16: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인
제주경찰청장
이상률 시인(제주경찰청장)
이상률 시인(제주경찰청장)

소나무

그냥
그렇게
서 있었던 거야
언제 한 번
한나절 반 만큼이라도
한가히 소담 거린 적이 있었던가
바람이 불면
바람을 안고
비가 오면
또 그 비에 젖으며
싸락눈, 우박 거친 날에도 그냥 그렇게
서 있었던 거야
해지는 가을날
두 손 꼭 쥐어도
슬픔은 바람개비처럼 춤을 추고
가슴 속 깊이 자리한 고독한 에고의 갈망만이 갈 길을 막아서는데
아무도 아쉬워하지 않는 삶의 여로에서
또 그렇게
서 있었던 거야
바람과 구름
비와 싸락눈
우박의 외침까지도
내 작은 삶의 고마운 동반자였음에
오늘도
그냥 그렇게
서 있는 거야.


[해설]우리나라 수종 중에서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는 식물 중에서 늘 푸른 나무의 대명사로 '소나무'를 들 수 있다. 소나무는 양성의 나무로 건조하거나 지력이 낮은 곳에서 견디는 힘이 강하다고 한다.

또, 좋지 못한 환경에서는 낙엽활엽수종과의 생존경쟁에서 이겨낼 수 있으나, 환경이 좋고 토양습도가 알맞은 곳에서는 그 자리를 낙엽활엽수종에게 양보하고 만다는 성질을 갖고 있다고 한다.

소나무 개체수 증가도 인구 증가와 농경 문명의 발달에 발맞춰 자랐고 소나무 목재처럼 오랜 세월을 통해서 다양하고도 폭넓게 이용된 나무는 없다고 할 수 있다. 우리의 문명과 문화는 소나무 자원의 이용정도와 비례해서 발달해 왔다고까지 볼 수 있다.

소나무는 이제 극한환경지대로 밀려가는 추세에 있는데, 이것은 세계적인 소나무류의 일반 경향과 같다. 이렇게 더워가는 제주도 땅에 소나무가 잘 견디며 살고 있다는 것에 조금은 놀라움도 있다.

나무가 있다는 것, 그것은 굉장한 의지가 되고 힘이 된다. 변함없이 그렇게 그대로 나의 동반자로 남아 있다는 것, 시인은 소나무의 변치 않는 절개를 배우고 기개를 배우면서 꿈을 성장시켰다고 묵언을 통해  알 수 있다. 

문득, 직장생활을 하면서 오랫동안 소나무처럼 늘 든든한 동반자로 남아 있는 아내에게 감사함을 전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초인]

◇이상률 시인 프로필
-고려대학교 정책대학원 공안행정학과
-2022.06.~ 제주특별자치도경찰청 청장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