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가현 논설위원 칼럼](4)죽느냐 사느냐의 문제
[동가현 논설위원 칼럼](4)죽느냐 사느냐의 문제
  • 뉴스N제주
  • 승인 2023.05.11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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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가현 시인
동가현 시인

해외문화홍보원이 대한민국 국가 이미지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16개국 8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조사에 따르면, 80.3%의 외국인들이 한국에 대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는 반면, 한국인들은 한국에 대해 54.4%만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번에도 대한민국이 OECD 회원국 중에서 자살률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켰으며, 전체 사망률은 OECD 회원국 중에서 가장 낮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외국인들이 한국인들을 보는 시각이 압도적으로 긍정적인데 반해, 자살률이 세계1위라는 사실은 아이러닉하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대다수 국가의 자살률은 감소한 반면, 한국에서만 10년 만에 자살률이 100% 상승하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졌다.

더 큰 문제는 10~30대의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라는 것인데, 전문가들은 청년 자살률이 높은 이유로 학업, 취업 스트레스 같은 사회적 요인을 대표적인 원인으로 꼽는다.

경쟁사회에는 승자와 패자가 있기 마련이고, 승자는 소수요, 대부분이 패자에 속한다. 일등이 아니면, 일류가 아니면, 금수저가 아니면, 갑이 아니면, 모두 고개 숙인 패자로 살아야하는 대한민국의 냉혹한 현실을 청년들은 부모와 사회를 통해 뼈저리게 학습 받았다.

패자가 되지 않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해도, 소수의 승자를 제외한 다수의 패자에게는 결국 암묵적인 패자신분증이 발급되고, 그 신분증은 또 평생의 우울한 굴레가 된다.

대한민국은 훌륭하고 뛰어난 나라이지만, 스트레스 공화국이기도 하다.

스트레스 공화국에서 청년들이 과도한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자살을 택하고 있다는 사실은, 어쩌면, 살생(殺生)의 현장, 전쟁보다 더 참담한 무엇일지도 모르겠다.

자살률이 높은 이유 중 하나로, 우리나라의 우울증 치료율이 다른 국가 보다 현저히 낮다는 점도 거론된다.

대다수의 나라에서는 모든 의사가 항우울제를 기간 제한 없이 처방할 수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 항우울제 60일 처방 제한” 규정을 두어, 자살의 원인인 우울증 치료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는 약육강식의 논리가 합법화된 사회 구조 속에서 청년들이 죽기 살기 피 흘려 승자가 되기만을 바라는, 기성세대의 뒤틀린 사고와 신념에 있다고 봐야 한다.

썩은 나무에 계속 물을 주면, 나무는 더 썩는다.

생명이 있는 나무에 물을 주어야 나무는 살아나는 법.

고통으로 생명을 잃어가는 청년들에게 희망찬가를 부르라고 한다면, 그들이 갈 곳은 벼랑 끝 뿐, 더 이상은 없다.

세계적인 두뇌를 가진 대한민국 청년들이 왜 세계적인 자살 국가의 선봉에 서고 있는 것인지, 엔진이 고장 난 차가 어디까지 달릴 수 있을지,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기성세대라면, 죽기 살기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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