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응우옌 딱 누(Nguyen Dac Nhu)의 ‘화이(HOAI)’
[단편소설]]응우옌 딱 누(Nguyen Dac Nhu)의 ‘화이(HOAI)’
  • 현달환 기자
  • 승인 2023.01.10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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벹남 응우옌 딱 누(Nguyen Dac Nhu) 소설가
벹남 응우옌 딱 누(Nguyen Dac Nhu) 소설가

응우옌 딱 누(Nguyen Dac Nhu)는 베트남문인협회 회원으로 경제학석사이며 베트남문학계에서 저명한 소설과 회고록이 유명하다.

그는 전반적인 문학적 표현 경험이 풍부하며 격정과 사랑을 다루고 있다. 베트남문인협회 소설부문 제3회 수상작인 ‘대나무조각(A BAMBOO SEGMENT)’이 그의 대표작으로 거론된다.

베트남문인협회의 위로상(慰勞賞) 수상작인 ‘소용돌이 폭풍(A SWIRL OF THUNDERSTORM)’이 있으며 다음과 같은 회고록이 있다. NON-TRADE UNVIVACIOUS; Memoirs “VIETNAMESE SEEN EVERYWHERE”; “WESTERN EUROPE WITHOUT BORDER”, “MEMOIR OF SOUTH AMERICA…”

작품 일기: 단편소설 ‘화이(HOAI)’

지프는 마차처럼 아담하였다. 여행하며 쉬는 동안 이틀이 되지 않아 두 사람은 천 킬로미터 이상 이동하였다. 지프는 프엉하 벌판을 가로지르며 돌길을 달렸다. 벌판 중간에 있는 식당 근처에서 바흥(Ba Hung)은 운전사에게 말하였다.

“여기서 멈춰, 식당에서 잠시 쉬어가지, 남(Nam)!

남이 점심준비를 하려고 차에서 이것저것 짐들을 옮기는 동안에 바흥은 오래된 식당의 주위를 걸었다. 두 합각(合閣) 머리 벽은 단순한 벽돌로 세워졌고 어릴 적과 마찬가지로 모두 이끼가 끼어있었다. 기둥이 두 개가 서 있었고 세월이 흘러 부드러워진 자주색(紫朱色) 문이 앞, 뒤로 있었다.

벵골보리수는 변함없이 식당 뒤편에서 초록빛을 띠고 서 있었다. 지난날 점심때쯤에 들리던 음악 소리는 여전히 시끄럽게 연주되고 있었다.

먹고 마신 후에 남은 잔디 위에 매트리스를 깔고는 쉴 자리를 마련했다. 충전 가능한 선풍기와 차를 마실 수 있도록 뜨거운 물과 차를 준비하고 그의 상사(上司)를 부른 후에 그릇을 정리하려고 돌아갔다.

차를 마신 후에 흥은 신발과 셔츠를 벗어서 매트리스 위에 올려놓고 나서 담배를 피웠다. 그는 벼의 향기가 나는 미풍을 느끼려고 선풍기를 켜지 않았다.

고향의 시원한 향기가 그의 몸을 감쌌다. 흔들리는 담배 연기 속에서 흥의 생각은 떠다니는 구름처럼 가벼워졌다.

…구름은 천천히 그곳에서 단지 수 킬로미터 떨어진 동(Dong)마을로 흘러갔다. 어린 시절의 정원, 그가 태어나고 자란 초가지붕의 대나무 집, 벽돌제조장, 연못 등이 있는…지난 수십 년간 그가 돌아가지는 않았지만 모든 것이 그의 추억 속에 남아있었다.

단지 그곳에 있는 사람들만이 낯설었다. 그의 첫 번째 부인인 화이의 얼굴을 흘끗 보고 나중에 그녀의 의붓자식을 보았는데, 이 두 사람은 지난 많은 시간 그에게 엄청난 고통을 주었다.

승리의 날에 그가 집에 돌아오자 그의 무릎으로 달려와 안긴 것은 그의 핏줄인 딸 응아(Nga)만이 아니었고 낯선 사람의 핏줄인 사내아이 바우(Bau)도 함께였다.

전쟁은 너무 길었다. 그의 아버지와 동생 쿠옹(Cuong)은 그렇게 잔인한 현실의 증인이 되는 것이 가능했을까?

그래서 흥을 만나서 진실을 말해야만 하는 날을 차마 맞이할 수 없었던 것일까? 재회의 만찬을 준비하기 위하여 가족들은 오후 내내 부산을 떨었다. 그러나 흥은 젓가락조차 들지 않았다. 그날 밤 그는 화이가 말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그녀는 울음을 삼키며 두 아이를 다른 방으로 데리고 가서 다독이며 재웠다. 배가 고팠던 흥은 밤중에 마른 떡을 꺼내먹고는 밤새 담배를 피웠다. 다음날 그는 이웃 마을로 시집 간 여동생 토아(Thoa)의 집으로 가서 선물을 나누어 주었다. 여동생 토아는 오빠를 얼싸안고 흐느꼈다.

그녀는 오빠에게 6년 전에 일어났던 가슴 아픈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임신한 것을 알고 화이는 시누이에게 비밀리에 유산을 시키자고 의논하였다.

그러나 유산하기 위해 먹은 온갖 약초와 약이 효험이 없었고 자학도 소용이 없었다. 점점 배가 불러왔고 마을 사람들은 수군거렸다. 토아는 올케에게 몇 번이나 어떻게 할 것인지 물었으나 그녀는 흐느끼면서 울음을 삼킬 뿐이었다. 출산일이 되자 토아는 아기를 받아내려고 집으로 산파(産婆) 칸봉을 불렀다.

아버지의 지시로 그녀와 남동생 쿠옹은 하오이를 위해서 부엌을 깨끗이 치웠다. 출산 한 다음 날 화이는 먹지도 마시지도 않아서 몸이 수척했고 젖도 나오지 않아서 토아와 어린 응아가 차례로 묽은 죽을 아기에게 먹이면서 돌봤다.

어느 날 아침 토아가 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갔을 때 화이가 머리를 숙이고 몸의 반은 간이침대에 걸쳐져서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녀의 입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고 그녀 옆에는 비어있는 살충제 병이 있었다.

토아이는 당황하여 고함을 지르며 도움을 요청하였고 이웃인 쿠뱅(Cuu Beng)이 해먹(hammock)을 가지고 와서 토아와 함께 화이를 응급실로 옮겼다. 다행스럽게도 너무 늦지 않아서 화이가 죽지는 않았으나 치료를 위하여 병원에 머물러야 했다.

아버지는 사돈을 불러서 현실적인 해결방안을 이야기하였다. 당신 딸인 화이를 데려가고 흥의 혈육인 응아는 우리가 잘 키워서 훌륭한 사람을 만들겠다고. 화이의 부모는 조용히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손녀를 안아보고는 딸을 데려가기 위하여 병실로 갔다.

응아는 엄마와 떨어지자 음식도 먹지 않고 밤낮으로 울어댔다. 결국, 할아버지는 지쳐서 토아에게 그녀를 엄마에게 데려다주라고 시켰다. 2년 후에 토아는 결혼하였다. 토아가 몇 번 친정집을 방문했을 때 눈이 멀어 바구니를 짜고 있는 남동생 쿠옹만 만날 수 있었다.

그는 한번 찾아가서 화이와 아이의 안부를 알아봐 달라고 말하고 싶었으나 결국에는 포기했다. 그녀의 아버지가 품행이 방정하지 못한 여인을 찾지 말라고 엄명을 내렸기 때문이었다. 가족에게 불운이 닥친 것처럼 보였다. 갑자기 쿠옹이 아팠다. 그는 오래 앓아누웠다. 일 년 후에 그는 세상을 떠났다.

그가 죽은 후에 그의 아버지의 건강도 급격히 나빠졌다. 아버지는 마치 기름이 다 떨어진 기름 등잔 같았다. 하루는 밥을 조금 먹었지만, 다음날에는 온종일 죽 세 숟가락도 먹지 못했다. 어느 날 토아가 화이를 찾아왔다.

토아는 그녀에게 시아버지가 위독하니 찾아보라고 간청하였다. 화이는 선물을 가지고 가서 시아버지에게 드리려고 하였다. 처음에는 시아버지가 거부하였다.

그녀는 자신의 머리를 쥐어뜯으면서 통곡하였다. 그녀는 며느리로 받아들여 주라면서 용서를 빌었다.

토아는 부엌에서 왕겨를 손보고 있어서 우는 소리와 함께 간청하는 소리를 들었으나 명확히 무슨 말이 오가는지는 들을 수 없었으나 결국에는 아버지가 침묵하게 되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그날부터 호아이와 아이들은 시아버지 집으로 돌아왔고 모두가 병자를 간호하며 청소하고 조리를 했다. 시아버지는 죽기 전에 그의 자식들과 손자들을 모두 곁으로 불러 모았다.

시아버지는 토아의 가족은 충분히 많은 밭과 과수원을 갖고 있으므로 여기 있는 집과 과수원은 흥에게 주겠다고 말하였다.

흥이 멀리 있으므로 모든 재산은 아버지를 대신하여 응아에게 관리하도록 하였다. 그녀는 아직 아이여서 어머니와 동생이 함께 살면서 아버지가 전쟁터에서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기로 하였다. 모든 결정은 시아버지가 했다.

토아는 흥오빠를 묘지로 안내하였다. 흥은 향을 피우고 그의 부모와 동생의 무덤 앞에서 바닥에 엎드렸다. 그들은 아름답고 평화롭게 보이는 묘지의 무덤들에서 함께 누워있었다.

신불(神佛)이여! 이 세상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주시고 그들의 영혼이 순수한 땅에서 지내게 해주소서! 상심한 마음으로 위안의 기도를 올렸다. 부드러운 바람이 불어 피워올린 향 연기를 햇볕에 탄 그의 얼굴로 올려보냈다. 향냄새를 맡고 상심한 그는 울음을 터트렸다.

용감한 전술 지휘관이었던 그는 격전 중인 중부지역에서 수백 번의 크고 작은 전투를 했다. 여러 번 죽을 고비를 넘겼으며 고비 때마다 화이와 딸을 떠올리면서 어려움을 이겨내었다.

자랑스러움의 극치에서 그의 여인의 배신으로 갑작스럽게 추락하였다. 그의 아내가 그를 배신하였다는 모멸감으로 그는 분노와 고통에 휩싸였다. 분노로 그는 복수를 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는 크고 작은 무덤들을 보면서 향냄새를 맡았고 다시 초록색으로 덮여 있는 무덤들을 보았다. 세상 삶의 허무함 앞에서 마음이 진정된 그는 그를 둘러싼 수치스러운 환경에서 조용히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집에서 그는 12살이 된 응아를 불러 엄마에게 순종하고 공부 열심히 하고 엄마와 동생을 잘 도와주라고 말하였다. 그리고는 개인적으로 화이에게 아주 멀리 떨어진 곳에서 새로운 임무를 수행해야 해서 언제 돌아올지 혹은 돌아올 수 있을지조차도 모르기 때문에 그녀는 완전히 자유라고 말했다.

흥은 자전거와 선물, 오랫동안 저축한 돈을 모두 두고 떠났다. 그는 가벼운 짐만 챙기고 외롭고 쓰라린 마음으로 고향을 떠났다.

잔혹한 전쟁기간에 한때 그가 돌보고 수호했던 대지와 사람들은 이제 모두 팔을 벌려 그를 포옹하였다. 생사를 함께했던 전우 하이 끼엔(Hai Kien)은 현재 부주석이 되어 있었는데 그를 위로하였다.

“영웅 바흥! 그런 작은 일로 상심하지 말게. 자네 아내가 배신했다면 그냥 보내주고 자신을 학대하지 말게. 이 땅이 자네 어머니 땅이야! 여기 머무르게. 내일 내가 행정부에 자네를 성 군부 사령관으로 임명하라고 요청하겠네.

투몽(Tu Mong) 사령관이 후임자를 찾아서 은퇴하겠다고 고집을 피우고 있네. 자네가 적절한 시간에 돌아왔네. 자네가 동의한다면 도장만 찍으면 끝나!”

그것은 사실이었다. 바흥은 꽝(Quang) 지역의 원주민이 되었다. 그 후 일 년 동안 홀로 병영 생활을 하고 개인 침대를 썼으며 단출한 식사를 했다. 하이 끼엔(Hai Kien)은 그 꼴을 보고 제안을 하였다.

“휴대학교(Hue University)에서 공부하고 있는 내 여동생 찐(Trinh)이 예쁜데 자네가 괜찮다면 소개해 주겠네. 그녀는 어리지만, 혁명적 의지가 매우 높아. 자네 같은 사람을 좋아할 거야. 영웅과 능력 있는 여자! 매우 잘 어울리지!”

하이 끼엔(Hai Kien)이 그녀에 대하여 덧붙이지 않은 것들을 곧 알게 되었다. 소식이 지방 전체로 퍼졌는데 고인이 된 전 지방 당서기의 딸이며 지방 부주석의 여동생인 웃 찐(Ut Trinh)이 지방군사령관 짱 쑤언 흥(Truong Xuan Hung)대령의 청혼을 받았다는 것이다.

결혼은 웃 찐(Ut Trinh)이 대학에서 돌아온 연말에 거행되었다. 새로운 행복은 매일 아침에 시원하고 잔잔한 물결처럼 밀려왔다. 아름답고 잘 교육받고 고상하고 존경스러운 아내를 맞은 남편은 자랑스러웠다.

도시의 중심지에 있는 조용하고 공간이 넓은 정원이 있는 집에서는 두 딸의 재잘거리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동화 속의 생활 같았다…….

그러나 때로 그의 영혼의 어두운 구석에서 그의 혈육인 딸과 화이의 모습이 떠올랐다. 한때는 그가 온전하게 사랑하였던 그 지역 최고의 미인과 그가 어릴 적에 뛰놀았던 프엉 하의 마을과 친척들의 무덤들이……. 모든 것들의 그의 불안한 꿈으로 돌아왔다…….

아버지의 뜻에 따라 흥은 딸인 응아에게 집과 과수원의 모든 소유권을 양도한다는 문서를 작성해 주었다. 딸은 결혼해서 그들 부부는 어머니와 남동생 바우와 함께 살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가기가 부담스러운 이유는 두 사람 때문이었다. 심지어 응아의 결혼식에도 단지 선물만을 보냈다. 때로 북쪽으로 갈 일이 있어도 응아와 손녀딸만을 따로 불러내서 여동생 토아의 집에서 만났다. 마치 출생지를 도둑맞은 사람처럼 사는 모든 것이 익숙해졌다.

물론 괴로운 일이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일주일 전에 응아가 그에게 엄마 화이가 매우 심하게 아프다며 마지막으로 그를 보고 싶어 한다며 중요한 할 말이 있다고 서둘러서 와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오래된 풍경과 전에 사랑하였던 아내가 상상 속이 아니라 현실에서 그의 눈앞에 있었다. 흥은 정원 구석에 화이를 위해 지은 작은 집안으로 딸의 안내를 받아 들어섰다. 희미하고 떨리는 목소리가 방안에서 들려왔다.

“응아 아빠가 돌아왔어?”

흥의 눈앞에 나이든 여자가 누워있었는데 길고 하얀 머리가 초록의 꽃베개를 덮고 있었으나 섬세한 계란형의 얼굴은 젊은 시절의 빼어난 미모를 간직하고 있었다.

엷은 담요가 하오이의 몸을 덮고 있었다.

“응아 아버지는 장거리 여행으로 힘들었을 거야. 쉬고 뭣 좀 먹어.”

이때에야 비로소 흥은 25년 만의 침묵을 깨면서 말을 할 수 있었다.

“걱정하지 마! 난 벌써 먹었어! 화이!”

“아! 내가 잊었군. 1965년 새해에 내가 돌아온 후부터 응아 아버지가 수십 년 동안 집에서 만든 음식을 먹지 않았다는 것을!”

흥은 한숨이 나오는 것을 억누르며 화제를 돌렸다.

“응아가 당신이 매우 심하게 아프다고 하던데 지금은 어때?”

이번에는 화이를 지방병원으로 데려다가 진찰을 하고 치료를 받게 할 생각이었다.

“상관없어. 내 마음이 훨씬 편해졌어. 한 달 반쯤이면 훨씬 건강해져서 다시 금방 일하러 갈 수 있을 거야.”

한순간 침묵이 흘렀다. 그녀는 기다란 열쇠를 흥에게 건넸다. 그녀는 흥에게 방구석의 상자 아래에 있는 가죽가방을 가져다 달라고 말했다. 흥은 떨리는 손으로 닳아빠진 가죽가방을 만지면서 이것이 그가 고등학교 때 들고 다녔던 가방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어린 시절의 많은 추억이 한꺼번에 떠올랐다. 흥은 모든 지난 생각을 잊으려 했으나 화이는 그것들을 보존하고 있었다. 화이는 서류를 말아서 담아 놓은 뚜껑으로 닫혀있는 대나무 통을 흥에게 주었는데 손으로 쓴 종이서류는 노랗게 변색되어 있었다.

“프엉 하 1972년 3월 5일, 사랑하는 흥. 아버지는 당신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지 못할 것 같아. 내가 나가서 어머니와 당신 동생을 찾아봐야 할 것 같아. 당신을 사랑해. 당신이 돌아왔을 때 고아처럼...”

친숙한 말들을 보고 그는 눈시울을 적셨다. 강한 남자였던 한때는 그의 남편으로 불렀던 남자가 얼굴을 감싸고 어린아이처럼 울고 있는 것을 화이가 지켜보고 있었다.

화이의 마음은 슬픔으로 가득 찼다. 그녀는 그의 회색 머리를 만지려다가 뜨거운 호박(琥珀)을 만진 것처럼 손을 움츠렸다. 그는 차갑고 냉정한 목소리로 부드럽게 속삭이듯이 물었다.

“그래서, 바우(Bau)가 내 동생 아들이야?”

대답 대신에 화이가 훌쩍였다. 작은 방은 갑자기 차갑고 적막하게 느껴졌다. 긴 시간이 흐른 후에 흥이 명령하듯이 말하였다.

“어떻게 된 일인지 내게 말해줘!”

그러자, 화이는 갑자기 더 서럽게 울기 시작하였는데 이전에는 그런 적이 없었다. 고통과 슬픔이 섞인 울음이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자 흥은 일어나서 수건을 가져다가 화이의 눈물을 닦아주고는 진정된 목소리로 말하였다.

“제발 그만 울고 말해봐!”

흐느끼는 소리가 작아졌고 간간이 끊기는 말을 시작하였다.

“나, 나는……. 너무 비참해. 여보 흥......!”

“아버지의 뜻으로, 그는 죽기 전에, 쿠옹이 아버지에게 고백을…….”

“불쌍한 삼촌의 무덤! 내가 가장 큰 죄인이야, 내가 깨끗한 마음을 먹었다면 이런 큰 비극은 생기지 않았을 거야. 오늘 어머니와 삼촌의 영혼에 사죄할 거야. 그래서 내가 다시 당신에게 모두 이야기를 할.....”

둘 다 침묵하였다. 화이는 흥의 눈을 쳐다보았다. 흥은 조용히 화이의 눈물을 닦아주면서 목소리를 낮춰서 말하였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더는 말 안 해도 돼.”

화이의 목소리가 갑자기 다급해졌다.

“안돼! 내가 꼭 지금 말하지 않으면 다시는 기회가 없을 거야……. 그해 여름 바이(Vai)강이 유례없이 범람하려고 했었던 거 알아?

때때로 홍수가 제방을 넘어서 우리 마을을 덮칠 것 같았지. 그날 갑자기 번개가 치면서 비가 쏟아졌어. 두 마을 사람들이 모두 동원돼서 강둑을 보호했어.

우리 가족들도 동원돼서 함께 했는데 아버지, 토아, 나와 쿠옹까지 동원되었어. 쿠벵(Cuu Beng) 아저씨가 눈이 먼 쿠옹은 다른 사람에게 방해가 되니 나가지 말고 집에서 애들이나 보라고 했어! 모든 마을 사람들이 곡괭이와 삽을 들고 강둑으로 달려갔지.

자정쯤에 집에 아이들이 있는 엄마들은 우선하여 집에 가라고 지시했어. 내가 집으로 돌아갔을 때, 괘종시계가 새벽 두 시를 알렸지. 응아는 자고 있었고 쿠옹은 바구니를 짜고 있었는데 소파에 있는 등잔불은 콩알만 했어.

나는 쿠옹에게 강둑에서 있었던 일을 말해주고 불을 끄고는 늦었으므로 자러 가라고 말했어. 그는 내게 포도잎을 주전자에 넣고 끓였다면서 추위가 가시게 목욕을 하라고 권했어, 내가 목욕을 끝내고 아기와 자려고 하는데 그가 할 이야기가 있다면서 앉으라고 했어.

나는 탁자 옆에 있는 의자에 앉았는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한 참 있다가 울음을 터뜨렸어. 집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는 나는 그에게 물었지.

그는 오후에 쿠벵아저씨가 눈이 먼 것에 대해서 호되게 야단을 쳐서 수치스러워 죽고 싶다고 말했다. 왜 신이 불공평한지, 그렇게 많은 건강한 남자들은 떠나 버리고 그와 같은 장애인이 집지기가 되어야 하는지. 때로 우물에 뛰어들어 세상을 떠나고 싶어진다고 말했어.

그의 말을 들으면서 슬픔을 느꼈지. 그때, 왜 갑자기 네 생각이 났는지 몰라. 두 형제는 물 두 방울과 같았어.

키 크고, 근육질이고, 성격이 밝았지만 단지 시력 때문에, 그의 인생은 암흑이 되었지. 나는 그를 위로하려고 했어. 신은 그에게 눈을 주지 않았지만 뛰어난 손재주를 주었다. 짜고 꿰매는 솜씨가 있으므로 처녀들이 좋아할 거고 언젠가는 다른 사람처럼 행복한 가족을 이룰 수 있을 거라고 위로했지.

내가 말하는 것을 듣고 그는 눈물을 거두고 힘을 얻게 된 것에 감사했어. 그러나 그는 올해 너무나 갈등을 느꼈다면서.

한 번도 여자 옆에 서 본 적도 없고, 손도 한번 잡아 본 적이 없다고……. 그는 내 손을 잡았어. 나는 손을 빼려고 했는데 그는 내 옆에서 한 번만 안아 달라고 애원하면서 여인의 따뜻함과 향기를 느끼면 기꺼이 죽을 수도 있다고 말했지. 나는 당황하여 뒤로 물러섰어.

내 안에서 두려움, 동정심, 함께 섞이고 싶은 감정 등 온갖 감정이 소용돌이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있었어. 그는 나를 안방으로 데려갔고 한순간의 미혹(迷惑)으로 나는 남편을 배신하게 된 것이야.”

화이가 다시 울기 시작하자 그녀의 흐느낌은 목소리를 압도하였다.

“여보 흥! 내 죄가 크다는 것을 잘 알아. 그래서 당신이 나를 어떻게 대하든 원망하지 않아. 다만 어린 바우(Bau)가 가엾어. 이 집에서 권리도 없고 성도 없고 아버지도 모르잖아. 또한, 나는 쿠옹 에게도 미안해. 그의 아들이 태어난 후부터 그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그는 자기 아들을 팔에 안아본 적도 없었고 아들이 말하는 것도 들을 수 없었지….”

화이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고 이때쯤에는 그녀는 절대 한마디도 할 수 없었고 약하게 기침만 했다. 흥은 몇 번이고 말을 그만하라고 했으며 기침을 완화하려고 화이의 가슴을 가볍게 도닥여줬다. 그녀는 고마운 눈빛으로 그를 보면서 부드럽게 그의 손을 잡았다. 그는 그 손을 꽉 잡고 그녀의 차가운 손을 들어 그의 얼굴로 가져갔다. 눈물이 왈칵 흘러나왔고 목이 메었다.

“화이! 내가 당신에게 죄를 지었어. 내가 네 인생을 망쳤어. 지금부터 내가 모두 보상할 거야…….지금부터 내가 집에서 너를 돌보고 치료해서 전처럼 회복시킬 거야….바우도 쿠옹의 아들로 공식적인 출생신고서를 만들겠어.”

화이는 흥의 손에서 그녀의 손을 빼내어서 부드럽게 눈물이 맺힌 그의 얼굴을 만지면서 말했다.

”고마워....바우를 위해서 그렇게 해주면 내게 모든 보상을 해준 것과 같아……. 그러면 내 인생에 만족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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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흥은 프엉 하 마을에 머무르면서 화이를 위해서 그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했다.

흥의 고등학교 동창이 지방병원의 원장이어서 일단의 의사와 간호사를 프엉 하로 보내서 화이를 진찰하고 치료하였고 그녀의 건강은 점차로 회복되는 것처럼 보였다.

화이를 위해서 할 두 번째 일은 바우의 성을 바꾸는 것이었다. 사실, 이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 지방행정부에서 일하는 친구의 도움으로 일주일도 안 되어서 공식적인 출생신고서를 발급받았다.

화이는 아직도 잉크 냄새가 가시지 않은 출생신고서를 떨리는 손으로 흥에게서 받았다. 그녀의 얼굴은 짱 쑤언 쿠옹(Truong Xuan Cuong)의 생물학적 아들이라는 짱 쑤언 바우(Truong Xuan Bau)라는 글을 읽고는 환하게 밝아졌다. 그러더니 갑자기 유리창에 몰려오는 먹구름이 비치듯이 화이의 얼굴은 황량한 슬픔으로 어두워졌다. 두 개의 희미한 젖은 자국이 뒷면에 보이는 서류에서 무거운 한숨이 새어 나왔다. 흥은 조심스럽게 화이의 손에서 서류를 받아들고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면서 그녀를 달랬다.

“울지말아, 모든 일이 다시 잘 될 거야!”

마치 내부에서 신비한 힘이 나온 것처럼 화이의 손이 갑자기 흥의 손을 뿌리쳤는데 힘이 너무 강해서 그녀의 몸이 뒤쪽에 있는 벽으로 밀려 정도였다. 그녀는 고르지 않은 목소리로 흥에게 말하였다.

“나와 내 아들에게 잘해준 것에 감사해. 지금부터는…….”

그녀는 두 아이를 향하여 명확하게 말하였다.

“지금부터는 누나와 동생이 나를 돌봐야 해. 흥이 나를 돌보게 하지 마…….”

그 순간부터 화이는 누구에게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마치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해서 흥과 마지막 이야기를 한 것처럼 보였다. 사흘 후에 화이는 세상을 떠났다. 그녀를 돌보았던 간호사는 그녀가 죽기 전에 그녀의 얼굴이 분홍색을 띠며 이상하게 아름다워졌고 모두의 손을 잡으면서 모두를 사랑한다고 말하려고 하였다고 전하였다.

바흥은 침대 옆에 무릎을 꿇고 그녀의 얼굴에 머리를 수그리고 외쳤다.

“화이! 여보! 나 당신을 다시 찾을 거야……. 나를 기다려줘. 화이!”

그녀의 눈은 온화하고 신뢰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녀는 옅은 미소를 띠고 그를 쳐다보았으며 영원히 눈을 감기 전에 고개를 끄덕였다.

번역: 강병철(Kang Byeong-Che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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