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고운진의 '천천히 자라는 나무야'
[신간]고운진의 '천천히 자라는 나무야'
  • 현달환 기자
  • 승인 2021.09.01 11: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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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진 글 / 한항선 그림 / 153*225 / 199쪽 / 14,000원 / 979-11-90482-69-1 [73810] / 한그루 / 2021. 8. 31.
[신간]고운진의 '천천히 자라는 나무야'
[신간]고운진의 '천천히 자라는 나무야' 표지

제주에서 동화작가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고운진 작가의 신작 동화집이 출간됐다. 제목은 '천천히 자라는 나무야'.

10편의 작품이 수록된 이번 동화집에서는 작고 소외된 존재, 동식물과 자연의 소리에 주목한다. 달걀꽃, 쇠똥구리, 천년송, 산새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여 들려주는 이야기는 각종 개발과 생활의 편리라는 이름 아래 무분별하게 자연을 파괴하고 있는 인간 중심적 생활방식과 사고를 돌아보게 한다.

표제작인 「천천히 자라는 나무야」에서는 또래에 비해 느리지만 자연을 닮은 순수한 아이 봄이가 등장한다. 봄이의 느리지만 긍정적인 성장을 통해 우리 또한 함께하는 삶으로 천천히 성장하며 나아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작가는 비교와 경쟁의 구도가 아니라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함께 살아가는 삶의 가치를 전하며, 작고 소외된 존재의 면면을 돌아보길 바란다. 또한 그런 마음이 생태계를 아끼고 보존하는 일로 이어져 모든 생명이 어우러진 삶이 되길 꿈꾼다.

고운진 작가는 "이번 동화집을 통해 아이들이 자연을 무대로 한 유쾌한 상상을 펼치고 저마다 지닌 아름다움을 찾으며 생명의 소중함과 함께 살아가는 삶의 가치를 간직하게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글 고운진
1954년 제주 오등마을에서 태어나 초·중·고등학교 및 대학교를 졸업하고 40년간 학교와 교육행정기관에 근무하다가 지금은 프리랜서 동화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1993년 단편동화 「흰눈이 된 토끼」로 제주신인문학상을 받은 이후 1994년 계간 《우리문학》과 1996년 《한국아동문학연구》에 작품을 발표하며 동화를 쓰기 시작했다.
1997년 창작동화집 『설이가 본 세상』을 출간한 이래 『산타클로스를 기다리는 아이』, 『꽃피는 지구식물원』, 『하늬바람이 찾은 행복』, 『도토리묵』, 『천천히 자라는 나무야』 등을 출간하였다.
한국아동문학회 및 한국아동청소년문학협회 이사, 제주문인협회 선거관리위원장 및 감사, 제주아동문학협회 회장, 제주문인협회 회장, 대한민국 독서대전 추진위원, 제주문학관 건립추진위원, 제주문학의 집 운영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그림 한항선
섬과 육지를 오가며 그림을 그리고 토이를 만듭니다. 자연과 신화에서 작업의 모티브를 얻고, 그 세계에서 비롯한 판타지를 꿈꾸며,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합니다.

작가의 말_느리고 작은 것들과 함께하는 이야기

동화를 쓰기 시작한 지 벌써 28년이나 지났습니다. 그동안 자연환경은 변했고, 사람들은 살기 좋은 세상이 되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동식물들 삶터를 빼앗고 인간들만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든 건 아닐까요?
그렇습니다. 적지 않은 세월 동안 동식물들이 주인인 땅을 인간들이 빼앗고 콘크리트로 덮어버리고 말았답니다. 자연환경을 보존하면서 그들의 터를 빼앗지 않고 더불어 삶을 누릴 수는 없는 것일까요?

그 물음에 대한 어설픈 대답이라도 내놓으려는 생각에 이 동화집을 발간하게 되었습니다. 인간은 조물주가 창조한 생태계에 불행하게도 파괴에 파괴를 거듭하고 있답니다. 생명체들은 제 모습 그대로 보존될 때 가장 아름답습니다. 이런 안타까움을 담아 이번 창작집에는 환경동화가 많다는 사실도 밝혀둡니다. 동식물들이 인간과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담았지요.

시대가 변해도 제 작품의 기본 주제는 한결같이 바른 인성이요 아름다운 자연환경 보존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그래서일까요? 제 동화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이나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조금 모자라거나 하찮게 여겨지는 존재들입니다. 남들보다 느리지만 심성이 유리알처럼 반짝이는 주인공 모습을 그리고 싶었으며 하찮게 여겨지는 동식물들로 인하여 지구가 더 아름답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답니다.

사랑하는 어린이 여러분! 그리고 동심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성인 독자 여러분! 동식물들이 당연히 주인이 되어야 하는 자연환경도 사람 중심으로 덧칠해지는 지금이 아쉽기만 합니다. 쇠똥구리 한 마리쯤은 별것 아니라는 인간들 생각이 오늘날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를 창궐하게 만든 것은 아닐까요?

코로나19가 세상을 바꾼 지 2년. 이제야 여섯 번째 제 동화집을 세상으로 내보냅니다. 우리는 코로나로 인하여 일상을 잃었으며 감성도 메말라가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이 안타까운 세상을 살아가는 여러분들이 제 동화를 통해 일상을 회복하고 메마른 감정도 촉촉이 적셔보시길 기대합니다.

여기에 실린 단편동화들은 그래서 파괴되어가는 자연에 대한 안타까움을 노래한 것들입니다. 하찮은 동식물들이 사람들에게 전하는 이야기들이며 모자라지만 순수한 감정을 지닌 착한 아이들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가랑잎이 전하는 말’에서는 바른 인성을 지닌 착한 사람들의 삶을 작은 가랑잎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볼품도 없고 이름마저도 개망초로 살아가는 보잘것없는 꽃의 아름다움도 이야기하고 싶었고 개망초가 이루려는 꿈을 통해 부질없는 인간들의 욕심도 꾸짖고 싶었지요.

여러분, 쇠똥구리를 본 적이 있나요? 목초지가 사라지고 소와 말이 들판에서 사라지면서 쇠똥구리도 사라지고 있습니다. 인간에 의해 파괴되어가는 쇠똥구리 가족의 처절한 삶의 여정을 통해 가족애의 소중함도 느껴보시길 기대합니다.

천천히 자라는 나무가 비바람에 견디는 힘이 더 강하다고 하지요? 이 책 표제이기도 한 ‘천천히 자라는 나무야’에서는 조금은 느리지만 자연을 닮은 순수한 감정을 지닌 어린이를 그리고 싶었습니다. 이 책을 통해 나보다 약한 사람들 그리고 나보다 어려운 이웃들에게 우리가 나누어야 할 것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곰곰이 돌아보시길 기원합니다. 빠른 속도로 앞서가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사회에서 우리가 진정 놓치고 사는 것은 무엇인지도 말하고 싶었답니다. 조금 느린 사람들도 더불어 살아가야 좋겠다는 희망을 담았다고도 할 수 있네요.

이 책이 나오기까지 도움을 주신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특히 한그루 출판사 김지희 편집장님은 작은 것도 놓치지 않는 편집과 조언으로 이 동화집을 한층 감동이 있는 이야기책으로 꾸밀 수 있게 도움을 주셔서 각별한 감사를 드립니다.

끝으로 제 동화들을 통해 사람이 살아가는 데 진정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깨달아가는 길을 열었으면 하는 바람을 전하며, 이 책을 읽는 모든 독자들의 꿈과 희망이 활짝 피어나시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목차
가랑잎이 전하는 말
달걀 꽃이 피었습니다
은하수를 따라간 쇠똥구리
천년송이 될 거야
천천히 자라는 나무야
산새들의 시 낭송
할아버지와 축구 골대
포롱포롱 숲속 마을 결혼식
봄이를 찾습니다
비둘기야,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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