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가파도의 매력에 빠지다
[기고]가파도의 매력에 빠지다
  • 뉴스N제주
  • 승인 2021.03.28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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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명숙 서부보건소 가파보건진료소장
임명숙 서부보건소 가파보건진료소장
임명숙 서부보건소 가파보건진료소장

가파도의 붉은 노을의 매력에 흠뻑 빠져 버렸다. 오늘 특히 여린 마음 탓인지 여러 가지 많은 것들에 감사하고 감성적인 날이다.

그래서 그런지 오늘따라 가파도의 둘레길과 붉은 저녁 노을이 더 매력 있고 내 마음을 심쿵 하게 한다. 청녹의 보리밭담 사이 길을 마음데로 천천히 걷다가 데크에 앉아 여유로움을 즐긴다.

다시 섬 둘레길을 빠른 걸음으로 걷는다. 완벽한 산책과 걷기 운동을 할 수 있는 완벽한 곳이 여기 가파도 인 것 같다.

가파도는 올 3월의 봄부터 나의 일터가 되었고 일하는 동안 가파도와 사춘기 소녀 때 첫사랑 나누듯이 앤도르핀 사랑을 할 것 같다.

겨울동안 코로나19로 묶였던 청춘 남녀들이 가파도의 청보리를 배경으로 활기찬 봄을 느끼고 인증샷 추억을 남기기 위하여 낮에는 걷기조차 힘들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가파도가 사람들로 몸살 날정도이다가 저녁이면 물 빠지듯 빠져나가서 적막감마저 든다. 저녁 6시 이후 부터는 나의 세상이 된다.

나는 보리밭담 사이 길로 여유롭게 느림보 걷기를 한다. 부드럽게 찰랑 데는 파도처럼 보리새싹 잎을 쓸고 온 곡선바람이 나의 볼 살에 기분 좋게 와 닿는다 “섬에서 근무하기 힘들지?” 라고 위로하여 주는 듯 하다. 나도 입술 굳게 다물고 눈시울 붉이지 않으려고 애 쓴다.

북쪽으로는 모슬봉과 산방산 그리고 한라산까지 병풍처럼 손에 잡힐 듯 코앞에 선명하게 펼쳐져 있다.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한마디로 환상적인 수채화이다.

바다 낚시하는 작은 배들과 모슬포 해변 마을들에 저녁 불빛이 하나 둘 켜져 갈 때면 주말부부로 떨어져 지내야 하는 남편과 가족들 생각에 사춘기 소녀 감성에서 현실 중년 주부로 돌아오곤 한다. 누구는 나라를 구해야 주말부부 되는 것이라 하지만 나는 “전혀 아니 올시다” 이다.

나는 사계절 중에 봄을 제일 싫어 했었다. 봄은 화사하고 형형색색 아름다운 반면에 내가 더욱 초라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이제는 봄이 좋아질 것 같다. 가파도에서 새롭게 발견된 새봄에 대한 좋은 감정이 쏟아난 것이다.

가파도의 어머님들은 쉴 새 없이 보리밭에 잡초를 메시다가 물질 때가 되면 형광색색의 태왁을 메고 소라, 문어, 해삼을 케러 나가신다. 땅에는 화창하고 따뜻한 봄날이지만 물속은 가장 서늘하다 고 했다. 앞집 어머님도 이제 팔순을 앞에 두었다.

세월 속에 떠나 보내버린 꽃 같은 청춘시절 이야기를 하신다. 대단하신 분들이시다. 힘들다고 투정 하던 것이 부끄러워 진다

서쪽 지평선에 걸터앉아 있는 커다란 서녘 해와 붉게 물들인 바다노을이 오늘도 내일도 나를 행복하게 유혹 할 것 같다. 나도 첫사랑 할 때처럼 가파도와 사랑의 노래를 부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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