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국토부 환경영향평가 내용 너무 잘못...환경부가 반려"
[전문]"국토부 환경영향평가 내용 너무 잘못...환경부가 반려"
  • 현달환 기자
  • 승인 2019.10.30 08: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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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을 지키는 성산주민모임' 30일 환경부장관께 드리는 서한 공개
"국토부 전략환경영향평가서 멸종위기종, 보호종의 서식 부정" 주장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도청 앞 시위현장
성산의 주민들이 6월부터 10월까지 새벽마다 제2공항 예정부지를 조사했다며 30일 '환경을 지키는 성산주민모임'이 이에 관해 환경부장관에 드리는 편지를 공개했다.(사진.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도청 앞 시위현장)

성산의 주민들이 6월부터 10월까지 새벽마다 제2공항 예정부지를 조사했다며 30일 '환경을 지키는 성산주민모임'이 이에 관해 환경부장관에 드리는 편지를 공개했다.

'환경을 지키는 성산주민모임'에 따르면 "비자림로에 이어 제2공항 예정부지에서도 팔색조 등 멸종위기종이 다수 발견됐다. 국토교통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서(초안)는 멸종위기종, 보호종의 서식을 부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여기에는 의도성이 있을 수도 있으나 조사 자체가 지극히 부실했다"며 "전략환경영향평가의 조류 조사는 가을과 겨울에 도합 세 차례로 열흘도 진행하지 않았다. 많은 새들의 번식기인 봄과 여름은 전혀 조사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와  관련하여 조류전문가 주용기 교수의 보고서를 동봉한다며 "국토교통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를 보고 그 허술함에 두려움보다 분노가 앞선다"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환경부장관님께서 공명한 판단으로 환경영향평가의 요건이 충족되지 못한 보고서를 반려해 주시라"고 권고했다.

■다음은 환경부장관께 보내는 편지 전문.

조명래 환경부장관님께

저는 제2공항 예정지인 성산읍에 살고 있는 김광종입니다.

제 소개를 간단히 하자면 제2공항 난개발로부터 지역을 지키려는 주민들과 함께 ‘환경을 지키는 성산주민모임’을 만들어 제2공항 예정부지 부근의 새와 양서류의 움직임을 관찰해 왔습니다.

전문성이 필요한 일이기에 조류연구가 주용기 교수의 도움을 받아 올 6월부터 10월까지 새벽마다 수십 차례 관찰한 결과 놀라운 발견을 할 수 있었습니다. 6~7월에는 거의 매일 천연기념물인 두견이의 울음소리를 녹음할 수 있었고 천연기념물이며 멸종위기종인 팔색조와 긴꼬리딱새의 존재까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팔색조, 두견이, 긴꼬리딱새, 맹꽁이 등 다수 서식 발견

또한 장마철에는 공항 예정부지인 온평리, 난산리 일대 습지마다 수십, 수백마리의 맹꽁이떼를 확인하고 희귀종인 맹꽁이떼가 이곳에 다 모여 있다고 탄성을 질렀습니다. 짝짓기하는 맹꽁이들, 맹꽁이알을 촬영하고 맹꽁이의 노랫소리를 녹음하며 아름다운 우리마을을 꼭 지켜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더 커졌습니다. 이 밖에도 수십개의 동굴과 오름 등 성산에는 지켜야 할 자연환경이 너무 많습니다.

그러던 중 국토교통부가 2019년 7월 발표한 전략환경영향평가서(초안)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우리가 어렵지 않게 발견하고 새소리까지 녹음했던 두견이, 팔색조, 긴꼬리딱새 등은 언급조차 없고 우리가 십여군데에서 확인한 수백마리의 맹꽁이는 공항예정지로부터 2km 떨어진 해안지역에서 출연한 것으로 되어 있더군요. 왜 그럴까요? 우리는 6월 27일 하루 조사만으로도 예정지 5~6곳에서 수백여마리의 맹꽁이 서식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왜 이렇게 허술한 보고서가 나왔을까요? 그 궁금증은 금방 풀렸습니다.

▲세차례의 형식적인 조사로는 불가합니다.

조류 조사의 경우는 문헌조사와 3차례의 현지조사(1차 : 2017년 9월 18∽19일, 2차 : 2018년 1월 13∽15일, 3차 : 2018년 2월 6∽8일)를 실시한 결과를 전략환경영향평가서(초안)에 제시한 것을 보고 저는 “아, 이분들이 제대로 조사할 생각이 전혀 없구나. 조사했다는 근거만 남기려 하는구나”하고 확신했습니다.

환경부장관님,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이 중요한 일을 겨울에 두 번, 9월 하순에 한번 하고 말았다니요? 실제로 새소리, 맹꽁이소리를 확인할 수 있는 기간엔 한 번도 나가지 않았고 시늉만 낸 환경영향평가를 어떻게 믿을 수가 있습니까?

1, 2월에는 추운 겨울이니 형식적으로 한번 둘러보고 왔을 테고 9월에 한번 조사만으로 만들어진 환경영향평가가 아무 제지 없이 통과된다면 이를 제어해 내지 못한 환경부도 무능하고 책임감 없는 부처로 국민의 지탄을 받게 될 것입니다.

장관님, 목 놓아 부탁드립니다. 아름다운 성산의 환경을 다 죽이는 제2공항 난개발에 반드시 제동을 걸어 주십시오.

이렇게 문제가 많은 환경영향평가는 반드시 수정을 요구하고 반려해야 합니다.

주민들의 간절한 요구를 외면하지 말아주십시오

저를 비롯해서 고성리 조찬묵씨, 난산리 김경배씨 등 많은 지역 주민들이 왜 바쁠 때 피곤한 몸을 이끌고 새벽 4시에 새소리를 들으려 나왔을까요?

왜 우리가 단잠을 포기하고 무거운 걸음을 재촉했을까요?

무서웠습니다. 아름다운 새소리를 다시는 들을 수 없을까봐, 맹꽁이의 합창대신 사나운 비행기 소리에 공동체가 산산조각 나야 하는 우리의 미래가 너무 무서웠습니다. 늘 듣던 새소리를 다시, 제대로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국토교통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를 보고 이제는 두려움보다 분노가 앞섭니다. 이 정도 허접한 조사와 보고서가 그대로 통과되어 제주제2공항 기본계획이 수립된다면 제주뿐 아니라 이 나라의 미래는 없다고 감히 확신합니다.

환경부가 왜 필요한지 다시 생각해 볼 수밖에 없습니다.

환경부장관님께서 현명하신 판단으로 환경영향평가의 요건이 충족되지 못한 보고서를 반려해 주십시오.

며칠 전 환경부의 실무자이신 오수미 주무관님과 통화하면서 오수미 주무관님도 전략환경영향평가의 문제점, 허술한 조사 내역을 정확히 알고 있음을 확인했고 이제는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내릴 일만 남았다고 생각합니다. 애로사항은 있겠지만 원칙대로 문제점을 지적해 주십시오. 성산의 환경을 망칠 제주제2공항을 반드시 막아 주십시오.

제가 조사한 내용 이외에도 조류학자 주용기 교수가 작성하고 조사해주신 보고서 동봉합니다.

주용기 교수는 “제주도에서 관찰되는 새 중에서 산새들은 번식 때인 봄철과 여름철에 가장 많이 관찰된다. 그리고 여름철에는 산새들의 새끼들이 더 많아 지지만 새 소리를 거의 내지 않거나 소리가 작기 때문에 종과 개체수를 정확하게 조사하기는 어려워진다. 이 같은 조류 특성을 명확히 알아야 조류 조사를 정확히 할 수 있다. 그런데도 봄철에는 현지조사를 하지 않고 문헌조사 결과만을 이용해 분석했다. 조류의 생태를 무시한 아주 형식적인 현장조사 3회 가지고는 지역의 객관적인 환경 조사가 불가능하다. 이는 환경영향평가를 제대로 했다고 볼 수 없다”고 말씀하십니다. (주용기,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초안)의 조류와 맹꽁이 조사 결과 부실」)

환경부의 역할을 다 해 주십시오

실제로 주용기씨가 지난해와 올해 직접 조사한 결과, 큰고니(천연기념물, 멸종위기종) 와 흰이마기러기(멸종위기종), 노랑부리저어새(멸종위기종)를 관찰했지만 노랑부리저어새와 큰고니는 문헌조사에서만 나오고, 흰이마기러기는 문헌조사와 현지조사에서 모두 조사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허점투성이인 환경영향평가의 수정, 보완을 요구하는 것은 환경부의 권리이자 반드시 지켜내야 할 의무입니다.

한국의 환경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역할을 다할 것을 부탁드리며 제 편지를 마칩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19.10.30

성산에서 김광종 드림

■주용기,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초안)의 조류와 맹꽁이 조사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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